다음날 쓰는 일기 1
새로운 한 해는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나는 1월을 네 번째 날 월요일에 계획했던 습관 들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첫날은 계획을 했던 것보다 5분에서 10분가량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욕심을 부린 것치곤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아이의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는 일과 육아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모두 해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빡빡한 일정이긴 하지만 해 보는 데 까지는 해야겠다 다짐한다.
일어나자마자 정해 놓은 루틴대로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남편이 가지고 나갈 커피와 내가 마실 커피를 타서 랩걸을 펼쳐 들었다. 새로 사서 읽고 싶은 책이 많았지만 집에 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치 숙제처럼 날 쳐다보고 있는 랩걸과 다음으로 기다리는 호프 자런의 신간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랩걸의 첫 부분은 호프 자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으로 나왔는데 너무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마치 그곳에 내가 있는 것 같았고 절친한 친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직접 듣는 느낌마저 들었다. 과학자가 이렇게 세밀한 에세이를 쓰는 일이 가능하구나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린 시절의 나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에 내가 읽은 부분에는 호프 자런과 그 아버지의 추억 회상 부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 회상 부분이 꽤 인상 깊었다. (다만 지난주에 아버지와 만나고 나선 우린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단 사실을 체감해 슬픈 감정을 느끼긴 했지만) 아버지는 자식들을 특별하게 아끼셨고 자신 나름대로 방식을 구축해 나가면서 가족들에게 정성을 다하셨던 가장이었다. 다만 유순한 성격 탓에 어느 곳에도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셨고 결국 젊은 시절에는 그 비수가 어머니에게 꽂혀 역으로 내가 피곤해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현시점 두 분은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다. ‘그만하면 괜찮은 부부지.’하는 정도의 노부부랄까.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공부를 포기하고 가장 노릇을 하셨다. 아버지의 아버지 즉 내 할아버지는 나에겐 한 없이 다정하고 인자하셨던 분이지만 가정에 충실했던 분은 아니셨기에 아버지는 스스로 자립할 수밖에 없었고 할아버지와 같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셨다. 할아버지와 달리 가정에 충실하셨고, 책임감이 강하셨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자신이 가진 강한 신념, 고정관념을 우리에게 강요하려고 하셨던 것 같다. 다만 아들에겐 그 방식이 통하지 않았고 (엄마를 닮아 워낙 자유분방한 녀석이라) 딸에겐 어느 정도 먹혔다.
단어를 신념, 고정관념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무언가 대단한 게 있을 법해 보이지만 사실 아버지가 추구했던 것은 행복한 가정이며 굉장히 소박한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었다. 예를 들어 기념일엔 다른 것은 몰라도 케이크는 꼭 있어야 하는 것, 공부는 잘하지 않아도 노력은 해야 할 것, 아이들을 위한 캠핑 로망 등이 있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생각 나는 게 몇 개 없지만 이런 뉘앙스가 풍기는 아버지만의 룰이 있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다 그런 것일까?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내가 아이에게 적용하는 그런 룰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보다는 게으른 성격 탓인가 정해 놓고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새해 새롭게 다짐해 보지만 나는 또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 강박증 때문에 큰 화를 입었기 때문에 나를 압박해 오는 빡빡한 일은 만들지 말고 되도록 적당히 팽팽한 긴장감 정도 갖고 있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어쨌든 새해는 밝았다. 제발 신축년에는 계획하고 소망하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 지기를…
우선 코로나 종식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