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읽지 못하는 책의 리뷰
나는 지난밤 절망적인 꿈을 꾸었다. 어떤 그림을 그려서 누군가에게 보여줬는데 이렇게 그리면 어쩌냐고 핀잔을 들었다. 너무 못 그렸고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고 내가 생각해도 성의 없고 못 그린 그림이라 더 힘든 마음이 들었다. 꿈에서 깨어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지난 토요일 동네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책방에 다녀왔다. 매번 '가야지 가고 말 거야!' 하던 책방인데 코로나 때문에 방문을 미루다가 남편과 함께 근처에 볼일이 생겨 큰 용기를 내어 다녀왔다. 단정하게 정리된 서가에는 반가운 책들이 많았다. 책방지기님의 취향과 내 취향이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작은 책방에 방문하게 되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데 남편과 함께 방문하면 다른 일정들이 뒤에 기다리고 있어 금방 나와야 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눈을 크게 뜨며 아래쪽 서가 까지도 살펴보려 했다. 그러다 눈에 탁 걸린 책 한 권이 찰리 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다. 작년부터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책이지만 어쩐 일인지 나에게 오지 못했던 책인데 순간 '그래 이 책이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그 순간 신이 나와 함께 했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지금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추천사를 썼기 때문이다. 책의 뒷 표지에는 이런 추천사가 적혀 있었다.
"찰리 맥커시가 창조한 세계는 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세계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살고 싶어 했던 세계'라니!! 이 책은 나에게 운명 같이 다가왔다. 하지만 아침에 차분하게 읽으려고 펼친 페이지는 잔잔하게 다가오다 폭풍 같은 감정이 밀려 들어와 더 이상 뒷 장을 펼칠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 나는 두더지의 이 말 한마디 때문에 마음이 탁! 무언가 멈추어 버렸다.
마음이 힘들다. 분명 마음이 힘든 것은 알겠는데 어떤 것 때문에 힘든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럽다. 꿈에서 처럼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멋지게 이루지 못해 힘든 걸까?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면서 괴로움 속에 빠져 있는 걸까? 나는 나를 다른 누구와 비교하고 있는 걸까? 수많은 물음들이 내 안에서 두둥실 떠다니며 답을 골라내고 있다. 책을 끝까지 볼 수 없어서 일단 덮어 두었다. 마음 다독임이 먼저 인 것 같아서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매미는 오늘도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오늘은 이 질문에 답을 헤아려 보기로 했다.
오늘은 날이 깨끗해서 창문을 열어두고 여름을 더 만끽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름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