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꿈 기록자

밤에 펼쳐지는 꿈의 파노라마

by 돌고래작가

매일 밤, 나는 어김없이 꿈나라로 향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밤에 잠들면 꿈을 꾼다.

나 역시 매일 꿈을 꾸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나는 이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꾸어도 기억하지 못한다.

한밤중 사람은 4~6번 정도 꿈을 꾸지만, 아침까지 선명히 기억하는 이는 열 명 중 서너 명뿐이라고 한다. 나는 그 서너 명 중 하나다.


어떤 장면의 꿈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고, 마음만 먹으면 기억을 더듬어 꿈의 장면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일기장에 기록해 두면, 잊었던 분위기와 감정까지 다시 되살아난다.


나에게 꿈은 단순한 잠의 흔적이 아니다.

꿈속에서 현실과 다르게 대담하게 행동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곳에서 나는 나와 닮았지만 조금은 다른, 또 하나의 나와 마주한다.


어린 시절의 꿈


어린 시절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꾸었다.

푸른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고, 빠른 속도로 날아오를 때마다 심장이 벅차올랐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 가슴속 두근거림.

모든 것이 현실보다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꿈의 결은 조금씩 달라졌다.

무언가에 쫓기거나, 시간이 촉박해 초조해하는 꿈이 많아졌다.

평범한 꿈도 많았지만, 가위눌림도 자주 경험했다.
가위눌림은 정신은 깨어 있지만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수면 마비 현상이다.
꿈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 끼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공포를 느끼는 순간


가위눌림의 기억


중학교 시절, 가위눌림은 특히 심했다. 결혼 후에는 거의 겪지 않게 되었지만,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린 시절, 내가 꿈과 가위눌림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

“네가 고생을 안 해봐서 그래. 게으르고 예민하니까 가위에 눌리는 거야.”


돌이켜보면, 사춘기 딸아이에게는 냉정한 말이었다.

당시 나는 불면증과 체력 저하 등으로 지쳐 있었고, 사춘기의 불안까지 겹쳤던 시기다. 트라우마 까지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가위눌림은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다.
평생 한두 번 겪고 마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꽤 자주 경험했다.


꿈의 기록


결혼한 이후에는 가위눌림을 거의 겪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꿈은 자주 꾸고 있다.
타고난 예민함 때문인지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고, 하루 전의 일들이 그대로 꿈에 반영되곤 한다.
특히 강렬했던 꿈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가끔은 그것이 꿈이었는지, 내가 정말 겪은 일인지 조차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최근, 남편의 한 마디가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일기 속에 곁들이듯, 기억에 남는 꿈 몇 줄만 적어 두곤 했다.


현재는 작정하고 꿈을 기록하고 있다.

재미있는 꿈을 만나 생동감 있게 기록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현실에 치여 버거운 날에는 잠에서 깬 새벽엔 기억이 생생하다가도, 아침이 되면 통째로 잊어버리기도 한다.


꿈은 현실과 다르다.
때로는 앞뒤가 맞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 불쑥 이어지곤 한다.
나는 기록한다.
꿈을 곱씹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평소 무심히 흘려보냈던 내 마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전문가의 분석처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진하게 우려내고 싶다.
마치 뜨거운 물속에서 천천히 향을 내는 차 티백처럼, 내 꿈을 내 안에서 깊게 우려 본다.


어쩌면 예민함이라 불렀던 그 감각이, 나만의 특별한 글감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