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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pr 15. 2022

3 가끔은 계획이 틀어지는 게 더 좋다

어쩌다 몰타 여행

마르사실로크(Marsaxlokk). 몰타 동남쪽에 있는 항구도시다. 딱히 여행자들 대상으로 설명이 있는 곳은 아니었고 몰타 안에 갈 데가 워낙 많아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곳이다. 계획대로였다면 가지 않았을 곳. 그러다가 원래 하이킹을 하려던 날 아침에 비가 올 것 같아 급 변경한 행선지가 이곳이 됐다. 숙소(Safi)에서 멀지 않고(걸어서 1시간에 갈 수 있는), 앞으로 사피에서 계속 반대쪽(서쪽)으로 이동할 예정이라 이쪽으로는 다시 오게 될 것 같지 않아서 한번 가보자 하고 무턱대고 갔던 곳.


그런데 도착하고선 여길 오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굉장히 아기자기하면서 분위기가 참 따뜻하고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관광객들로 바글거리지는 않지만 사람들로 적절히 활기차다. 내가 처음 묵었던 공항 근처의 루카가 굉장히 날 것 그대로의 몰타 동네 느낌이었고 사피는 좀 더 시골 같은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인위적이지 않게 예쁜 작은 항구 마을이다.


특히 이 지역 사람들은 다들 예술가들인가 싶게 색을 굉장히 조화롭게 사용했는데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 바닷가 벤치, 상점 간판, 건물 지붕 색들이 모두 파스텔이나 밝은 원색으로 돼 있어서 전체적인 모습이 굉장히 예쁘다. 심지어 이 도시 초입에 코스타(영국의 그 흔한..)가 있는데 이 코스타마저도 굉장히 예쁘다(내부 인테리어도 색감을 굉장히 잘 사용했다. 내가 가본 코스타 중 가장 예뻤다). 여기에 점심시간쯤부터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하더니 햇빛까지 따뜻해지면서 동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마을의 모습이 됐다.



찾아보니 이곳에 굉장히 유명한 해산물 요릿집도 꽤 있다(나중에 몰타인들과 얘기하다 마르사실로크 갔었다고 하니, '아 해산물 맛있는 그 곳'이라고 한다. 몰타 안에서는 이런 이미지의 도시인 듯). 나름 먹는 지출은 아끼려고 했기 때문에 여기선 해산물 레스토랑 대신 지중해를 바라볼 수 있는 노천 가게에서 2.5유로짜리 참치 프티라(ftira, 몰타 샌드위치)를 사서 먹었다. 충분히 만족했다.


우연히 향하게 된 해변 산책길. 이날 날씨가 정말 좋아서 원 없이 지중해 구경을 했다.


그리고 이 항구 좌우로도 좋은 바닷가 산책 코스가 있다는 걸 가서 알게 됐다(진짜 사전 계획이란 게 없는 여행 ㅎㅎ)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세인트피터스 풀이 있는데 몰타 남쪽 해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절벽이다. 반대쪽으로 20분 정도 가도 다른 느낌으로 해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여기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계속 펼쳐지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 날씨가 정말 화창했기 때문에, 모든 게 완벽했다.


Saint Peter's pool

 

하이킹 계획이 무산됐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바닷가 산책을 했고, 정말 예쁜 동네에서 마음껏 이 동네 분위기를 누렸다. 계획이 무산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몰타를 온다면 꼭 다시 오고 싶은 곳. 그때는 해산물 요리도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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