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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pr 15. 2022

2 몰타, 이보다 더 유니크할 수 없는

어쩌다 몰타 여행

밤 비행기로 도착한 뒤 첫 숙소를 잡은 공항 근처 루카에서 해가 뜬 몰타를 처음 봤다.


처음 도착해서 몰타어(알파벳으로 몰타어 지명이 써 있는데, 처음엔 이 문자가 굉장히 낯설었다)가 되게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동네 풍경 역시 뭔가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독특함이 있었다. '어딘가와 닮았는데 어디와도 닮지 않은' 그런 인상이었다.


동네 집들은 마치 북아프리카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시에 동네 한가운데 동유럽 어디에 있을법한 가톨릭 교회가 있다(몰타 인구 절대다수의 종교는 가톨릭).

낯선 첫인상을 심어줬던 몰타의 이정표
공항 소재지 루카의 모습



숙소에서 동네 슈퍼에 다녀오며 눈에 띈 것도 굉장히 다양한 민족들을 왕복 30분의 짧은 시간동안 마주쳤다는 것. 몰타인 외에 sub-Sahara 쪽 아프리카인들, 북아프리카, 시칠리아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대부에 나왔던 것처럼 생긴 아저씨들 ㅎㅎ), 영국에서 늘 마주치는 '유럽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슈퍼에서 들어보면 언어는 대체로 몰타어를 쓰는 것 같았는데 엄마랑 같이 온 아이들은 또 영어로 이야기를 한다.


리들 베이커리에서 엿보인 몰타의 문화적 다양성

일반적인 동네 식당 종류도 매우 다양해 보인다. 가는 길엔 케밥집, 피시 앤 칩스 가게가 있다. 네 베이커리엔 가장 기본형(?) 패스츄리(나중에 이 파스티치라는 몰타 패스츄리에 중독됨 ㅋ)가 있고 그 옆에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있는데 이 중에 조각 피자, 아란치니(시칠리아 아침밥), 코니시 파이(영국 콘월 지역에서 만들기 시작한 미트 파이)와 이름 모를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나란히 있다. 리들(독일계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 도착해서도 이 다양함을 느꼈다. 리들 베이커리 코너에 몰티즈 브레드가 제일 기본으로 진열돼 있고 그 옆에 아라빅 브래드, 치아바타, 바게트가 나란히 있다. 불과 1시간이 안 돼 엿본 식문화에 이탈리아+영국+중동+@이 섞여 있다.


청동기 유적지인 타르시엔 신전 근처 동네 풍경

도착 첫날 몰타 여행을 위한 급 검색 결과, '어딘가와 닮았는데 어디와도 닮지 않은' 이 곳의 독특한 첫인상이 엄청난 문화적 융합의 결과란 걸 알게 됐다.


몰타는 일단 기원전 5000년경부터 사람이 산 흔적이 있는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적지다. 그러다가 기원전 700년쯤 페니키아 인들이 이쪽으로 이주하고, 이후 기원전 3세기-기원 후 5세기까지는 로마제국 하에 있게 된다.


 6세기부터는 비잔틴 제국의 일부가 되고, 9세기에 아랍 제국에 점령당한 뒤(처음에 독특하다고 느껴졌던 몰타 문자는 아랍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한다) 12세기엔 지금의 독일계인 엔슈타우펜-슈바벤-이라는 왕조가 세운 시칠리아 왕국의 일부가 된다.


그러다가 오스만튀르크의 침략 위협을 받던 중 16세기부터는 성 요한 기사단(카톨릭계 기사 수도회)의 통치기, 18세기 말 3년 정도의 나폴레옹 침략기를 거쳐서 19세기부터는 영국이 통치하는 곳이 된다(1970년대에 독립).

선사시대 유적지인 타르시엔 신전. 몰타엔 이런 고고학 유적지가 정말 많다.


동서양 접경지대엔 문화가 혼합돼 있는 곳이 많지만, 몰타처럼 이렇게나 극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흡수해 온 곳이 있을까 싶다. 청동기 시대 유적지 옆에 가톨릭 성당이 있고, 그 근처 집들은 그리스 같기도 하고 북아프리카 같기도 한 길을 걸으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싶었다.


특히 중세~근대까지 로마, 비잔틴, 노르만, 이슬람 문화가 섞인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유럽과 아시아의 접경지대에 꽤 있지만, 몰타가 더 유니크한 건 프랑스의 (아주 짧은) 점령기를 거쳐 19세기부터 영국의 통치 하에서 1세기 이상을 지냈다는 점이다. 공용어 중 하나가 영어이고, 인프라-신호등이라던가 전기 코드(몰타는 EU 국가이지만 콘센트는 영국과 같다)-영국 것이랑 같다. 이런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유럽 국가 중 공용어가 영어인 국가는 몰타가 유일할 것이다(특히 여행자 입장에서는 영어가 공용어라는 게 꽤 중요하다).


사피 지역의 동네 모습


타르시엔 신전 근처


벼락치기 몰타 공부와 짧은 동네 구경을 하면서 모든 게 섞여 있는데 섞여 있는 게 원래의 모습인 것처럼 있는 이곳이 매력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몰타 여행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ㅎㅎ 2주를 꽉 채워 여행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이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곳인지는 돌아다닐수록 더 절감하게 됐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횡적으로도 정말 많은 게 섞여 있다. 면적은 작지만 지역마다 분위기가 매우 다른 개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이런 '섞임'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발현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몰타는 각자의 여행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갑자기 몰타 홍보대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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