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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출퇴근러입니다.

by 돌핀댕댕

가을녘으로 가는 새벽공기가 귀밑으로 상쾌하게 스쳐지나간다.

바삐 종종걸음으로 가는 사람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보인다.

친절하신 버스 기사님은 그를 기다려준다.


동도 트지 않은 이 새벽에 다들 어디로 수렴하는걸까.


‘앗 비가 오잖아..’


마법사의 마술주머니같이 비둘기라도 나올 것 같은 그녀의 가방은 두번째 달콤한 숙면을 위한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다.

목베게, 발열 안대,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하지만 그녀는 비에 대비하지 못했다.


프로출퇴근러라고 자신을 명명했던 그녀는

준비하지 못한 우산에 프로출퇴근러 취소를 외친다.

‘아.. 왜 하필 아침부터 비야..’

그녀는 작은 두손으로 하늘을 가리며 720-2번 버스에 급하게 올라탄다.

‘비 예보 없었는데.. 휴 금방 그쳐라..‘


다행히 비는 금방 그쳤다.

아침 공기가 상쾌한게 비가 오려고해서 그랬다니.

상쾌해서 좋았던 기분이 금방 비로 인해 난감하게 된 아침이다.


그녀는 셔틀버스 정류장에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녀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피난가는 난민처럼 버스가 언제 오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있다.


‘저 사람들도 참 고생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 연민의 시선을 보내다 문득 그녀도 그들과 같은 처지라는 생각에 이르자 황급히 그 시선을 거두었다.


“원주행, 한국상사”

나를 100키로미터 떨어진 회사로 데려다줄 오빠차, 아니, 회사셔틀이 도착했다.


버스에 회사출입증을 찍고 탑승과 동시에 회사 출근 완료. 오전 7시 15분에 찍는 회사 출입증. 그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는 바람직한 프로출퇴근러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설렘은 극대화된다.


일단 목베개에 쉬익쉬익 공기를 주입하고

일회용 발열안대 포장을 뜯고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장착하면

두번째 꿀잠 숙면을 위한 리튜얼이 완성된다.


셔틀버스에서 잠깐 꾸벅하는 순간 도착해버리는 회사이지만 프로출퇴근러에게 매일매일의 버스안에서 꿀잠 숙면은 일상의 설렘을 더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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