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11. 코타오를 즐기는 법

흘려보내기

by 남해바다

코타오의 리조트 가격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하루 3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조금만 발품을 팔면, 파도가 눈앞에 부딪치는 해변 리조트도 그 안에 포함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바다로 뛰어들 수 있고, 리조트 앞바다에서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장비가 없어도 괜찮다. 오리발 하나, 고글 하나면 충분하다. 투명한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몇 발짝 앞에서 노닌다. 손에 닿을 듯, 하지만 닿지 않는 거리.

해변에는 여행자들이 카누를 밀며 바다로 나아간다. 다들 특별한 목적 없이도 참 열심히 논다. 그 모습이 이곳의 풍경 중 하나다. 리조트의 식당은 숙박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한 볶음밥이나 똠양꿍, 코코넛 주스 같은 메뉴들이 한국인 입맛에도 꽤 잘 맞는다. 단골이 되어도 그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다. 이 섬의 분위기란 그런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머무는 만큼만 존재하고, 떠나도 발자국은 남지 않는다.

섬 양쪽 끝엔 전망 좋은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특히 샤크베이를 내려다보는 조용한 카페를 좋아한다. 한낮엔 그곳에서 커피를 마신다. 마룻바닥에 쿠션을 베고 누워 바다 쪽으로 흐르는 바람을 맞으며 책장을 넘기거나 그저 파도 소리를 듣는다. 배가 고파질 즈음엔 자연스럽게 태국식 볶음밥이나 팟타이를 시킨다. 그게 점심이다. 밥을 먹고 나선 잠깐 해변을 걷는다. 그게 산책이다. 이렇게만 해도 하루가 간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하루지만, 사실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쁜 일과다. 생각도 정리하고, 감정도 해소하고, 땀도 흘리고, 기억도 갈무리한다. 머물고 흘려보내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분주하다.

해가 기울 무렵이면 섬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긴다. 언덕을 넘어가야 하지만, 석양을 보기 위해선 그만한 수고쯤은 감수할 만하다. 해가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풍경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다. 눈으로 충분히 오래 담아야 한다.

밤이 되면, 열대우림 속 촛불만 켜진 카페로 향한다. 어두운 숲길을 따라 조심스레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작은 불빛들이 깜빡인다. 그곳에서는 음악도 대화도 작다. 맥주 한 병을 들고 조용히 어둠을 즐긴다. 말보다 바람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문장보다 침묵이 더 깊다.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사이리 비치는 코타오의 상업지구다. 여행자들이 몰리는 작은 골목, 식당과 마사지숍, 환전소, 옷가게, 세탁소가 어지럽게 섞여 있다. 하지만 그 어지러움마저도 이곳에선 일종의 조화다. 무엇을 하든 괜찮고, 무엇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마치 아무것도 필요 없는 듯 보여도, 정작 나에게는 모든 게 있는 곳.

이곳에서 최고의 관광지는 뷰포인트다. 섬 중앙을 가로지르는 산길은 짧지만 제법 가파르다. 도보로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올랐다. 길은 거칠고 비포장이다. 안전 펜스도 없고, 장비를 갖춘 사람도 없다. 이곳에선 ‘하지 마라’가 아니라,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대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그래서 이곳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통제가 없는 자유, 그 자유는 의외로 사람을 신중하게 만든다.

산악 오토바이나 사륜 바이크를 몰고 힘차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수동 기어 오토바이는 다룰 줄 몰라, 익숙한 스쿠터로 천천히, 비실거리며 올라갔다. 몇 번이나 헛돌고, 멈춰 서기를 반복했지만, 그마저도 이곳에선 여행의 한 풍경이 된다.

정상에 도착하면 아담한 휴게소가 맞아준다. 오래된 평상, 음료 냉장고, 그리고 웃는 얼굴의 주인장이 있다. 목이 말라 보였는지, 주인장은 아무 말 없이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내민다. 그 인심은 언어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다.

뷰포인트 정상에 서면, 코타오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 살포시 얹힌 초록빛 잎사귀처럼, 섬은 고요하면서도 생기 있게 펼쳐져 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그래서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