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쓰기를 멀리했습니다. 소재를 떠올리고, 정보를 찾고, 그것들을 가공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글쓰기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AI로 콘텐츠 생산이 쉬워졌다"는 이야기에 솔깃해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콘텐츠 생산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최근 한두 달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꽤 많은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오~ AI를 활용하니 이게 되네. 진짜 짱이다!"
퍼플렉시티로 정보를 검색하고, PDF로 다운받아 ChatGPT나 Claude에 첨부해서 "블로그 글을 써줘"라는 명령 한마디면 순식간에 그럴듯한 글이 완성되었으니까요. 마법 같았습니다.
그런데 2주,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이상한 감정이 찾아왔습니다. 무언가 공허했습니다. 예전에는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면 느껴지던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사라졌습니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습니다.
"이게 과연 내 생각일까? 내 실력인걸까?"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이전과 달리, 훨씬 간단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AI에게 자료 검색과 글 작성을 맡기니 뿌듯함 대신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프롬프트 작성법을 익히고, Canva로 이미지를 만들고, Image FX, 노트북 LM 같은 다양한 AI 도구를 공부했습니다. 퇴근 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계속 배웠고, 분명 AI 활용 능력은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한 편의 글을 끝내고 나면, 과거와 같은 만족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학습'과 '창작'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도구를 배우는 것은 학습의 과정이지만, 그 도구를 통해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때 비로소 창작이 됩니다. 그런데 최종적인 콘텐츠 생산을 AI에 위임하다 보니, 그것이 진정한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 이런 고민을 안고 클래스101에서 북스토랑 오석종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성장에 회의감이 들어 다시 한번 글쓰기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약 1시간 30분 강의 내용이었는데, 퇴근해서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하루만에 끝까지 다 들었습니다.
오석종님의 강의에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다른 강의들과는 달리, 자신의 생각과 경험 감정이 듬뿍 담겼기에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강의를 다 듣고나서, 나도 그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콘텐츠를 돈벌이의 도구로써가 아니라,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도구로서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오석종님은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은 정보 탐색과 정보 전달에 있어 AI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전에는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정보성 글이 대접받았다면, 이제는 정보 유무는 무의미하다. 정보를 통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떻게 적용했는지,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어땠는지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글쓰기는 이제 작가의 시선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정보는 이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떤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는가입니다.
이제 저는 AI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문명의 발전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AI를 정보 수집과 기초 작업의 도구로 활용하고, 실제 글의 방향과 핵심 메시지, 감정과 생각의 표현은 제가 직접 담당하려고 합니다.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최종적인 글은 내 생각과 감정, 경험이 녹아든 진짜 '내' 글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입니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글쓰기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보가 아닌 감정을, 사실이 아닌 시선을, 지식이 아닌 경험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글쓰기의 가치이고, 그 가치는 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오석종님의 강의는 꼭 한번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