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에 대한 질투.

나쁜 남자 좋아하지 마세요.

by 달빛한줌

아내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어떤 브랜드 광고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의류 광고였다.) 광고 모델은 안보현 님이었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됐던《이태원 클라쓰》에서 장가의 후계자 '장근수'로 출연했던 배우이다.


해당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드라마에 빠져 몰입할수록, 비열하고 야비한 장가의 회장 장대희와 그의 아들 장근수를 점점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스로의 노력 없이, 부모의 배경만 믿고 설치는(?) 장근수는 세상 얄미웠다. 올백 머리를 하고, 입꼬리를 씰룩 거리며 웃을 때는, 말 그대로 '죽빵'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물론 권투선수 출신인 그에게 실제로 덤볐다가는 제가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학창 시절 친구에게 빵셔틀을 시키고, 머리에 우유를 붓고, 성인이 돼서도 나아지기는커녕 여전히 타인을 괴롭히기 일쑤인 장근수의 인기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극 중 오수아에 대한, 일편단심 사랑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이야기하시는 여성분들이 꽤 많았다. (여기엔 제 아내도 포함됩니다.ㅠ)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해당 드라마에서 나쁜 남자 캐릭터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소위 말하는 '스타'가 되었다. 이후 지금까지도 왕성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드라마 속 나쁜 남자 캐릭터가 인기 있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꽃보다 남자》에서 F4의 리더 구준표 역할을 맡은 이민호 님,《상속자들》에서 최영도 역의 김우빈 님, 《어쩌다 하루》에서 백경 역의 이재욱 님 등을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드라마 속 세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도 나쁜 남자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분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다른 사람한테는 한없이 냉정하고 차가우면서, 자기한테만은 세상 따뜻한 그런 스타일의 남성을 좋아하는 것이다.


다시 안보현 님의 광고로 돌아가, 광고를 보며 아내에게 물었다.




나 : 도대체 왜 나쁜 남자가 인기 있는 거야? 나도 좀 거칠어져 볼까? 그러면 좀 매력 있으려나?

아내 : 나쁜 남자라서 인기 있는 게 아니야. 나쁜 남자가 키 크고 잘생겨서 그런 거야. 당신은 절대 안 돼. 성격이라도 괜찮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역시 외모였다.(사실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180cm를 훌쩍 넘는 훤칠한 키, 손가락을 베버릴 것만 같은 날카로운 턱선, 곧게 뻗은 오뚝한 콧날과 탄탄한 몸매 등이 나쁜 남자들의 진짜 인기 비결이었다. 타고난 잘생김 덕분에 성격이 멍멍이 같아도 그들은 많은 사랑을 받는다.



나쁜 남자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우선 '여성분들에게 사랑받는' 나쁜 남자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성격만 삐딱한, 진짜 나쁘기만 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꽤 괜찮은 외모의 소유자여야 하며, 한 사람만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랑꾼이어야 한다. 이래야 '사랑받는' 나쁜 남자가 될 수 있다. (괜찮은 외모의 소유라는 조건에서 나는 이번 생에는 글러 먹었다.)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기에 다른 남성분들에 비해 여성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그녀들과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이런 연애스토리를 듣는다. "다른 사람한테는 까칠한데 나한테는 진짜 잘해. 그래서 이 남자가 더 좋아. 나만 사랑하는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흠칫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나쁜 남자 스타일은 연애대상으로 위험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점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관계에 있는 이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붙이면 '남'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말마따나 '님'이 '남'이 되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다. 그리고 남이 되는 순간, 나쁜 남자는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이 더 이상 이전처럼 중요한 존재가 아니기에, 남과 다르지 않기에 존중하거나 배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다른 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내게도 차가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연애 상대로는 부적격이다.




킹스맨이란 영화에서 갤러해드는 동네 양아치들을 상대하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Manner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매너는 곧 그 사람이다. 한 사람에게만, 나에게 중요한 사람한테서만 보이는 행동이 아닌, 누군가의 전체적인 삶을 조망해 볼 때, 언제나, 누구에게나 정중하고 예의 바른 사람을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외모는 절대로 인성과 태도를 앞지르지 못한다. 젊음 하나로 모든 약점을 가리던 휘장이 하나하나 벗겨질 때, 꾸준히 연마해 온 강함과 우아함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 마녀 체력, 이영미, 남해의 봄날 -


여기에 나오는 단어 중, 젊음을 '잘생김'으로, 강함과 우아함을 '인성과 태도'로 바꾸어 보자.


잘생김 하나로 모든 약점을 가리던 휘장이 하나하나 벗겨질 때, 꾸준히 연마해 온 '인성과 태도'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외모는 절대로 인성과 태도를 앞지르지 못한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남게 되는 것은 외모가 아닌, 인성과 태도다. 연애를 할 때는, 이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상대(많이 알고, 그렇지 않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성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를 만날 때, 보다 행복한 연애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커플들이 행복한 연애를 해 나가길 바란다.



P.S ①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키 크고 멋진 나쁜 남자가 부러워서 이런 글 쓴 거 아니냐고. 맞다. 정확히 보신 거다. 안보현 님의 광고를 보며, 큰 키와 잘생김이 부러워 질투와 시기 섞인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통해서 정신승리를 할 수 있었다. 결국 외모보다 인성이라나 뭐라나... 철부지 어른이니 유치해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P.S ②

여성분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절대 전체가 그런 것인 양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가끔 '나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떠올랐던 생각을 적은 것이니, 여성분들은 불쾌해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혹시나 불쾌하셨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