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철학자가 됐으면 좋겠다.

『사장의 철학』 서평.

by 달빛한줌

몇 년 전부터 철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수천 년 전 구식의, 혹은 낡은 것으로만 여겨지던 철학이 디지털 시대에 역설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신기할 뿐이다.


아마도 세계적인 경영자들의 영향이 커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애플의 스티브 잡스까지 한 목소리로 철학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 한 끼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포기해도 좋다."고까지 말했다.


흔히 성공한 사람, 혹은 세계 최고 부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그들은 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지극히 평범한 나 같은 사람도 철학을 접하게 되면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안상헌 님의 『사장의 철학』을 읽었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people-2591874_1920.jpg <출처 : Pixabay>

내게 철학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가 어쩌고 저쩌고, 플라톤이 이러쿵저러쿵, 스토아학파가 이랬다네, 에피쿠로스 학파는 저랬다네 등등.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철학을 배웠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써먹을 데가 없었다. 철학자들이라 불린 이들이 했던 말과 행동을 보면 사실 어이가 없었다. 무슨 개똥 같은 말이며, 겨우 저딴 걸 인류 역사에 길이 남겨 학습해야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쓸모없어 보이는 철학이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철학자는 자기 개념을 창조한 사람입니다.


저자 안상헌 님은 말한다. 철학은 '어떤 이가 무슨 말을 했다네' '금욕주의는 이런 거라네' 등의 지식 형태가 아니라, 시대와 대중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 개념을 창조하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니체는 '전복의 철학자'라 불린다. 신의 존재가 절 대시 되던 시대에 그는 당당히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한다. 디오게네스는 대제국을 건설한, 모두가 복종하는 절대적 지배자인 알렌산더 앞에서 햇볕을 가리니 비켜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시대적 상황에서 당연시 여기는 것들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며, 자기 개념에 따라 행동한다. 즉, 철학이라 함은 자신의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자기 철학이 있다면 대중의 소리, 세상의 정보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기를 혹사하지도, 아이들을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내몰지도 않을 겁니다. 어떻게 살지는 내가 결정합니다. 자기 철학이 있을 때, 그 결정을 지키고 살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각종 SNS를 통해 연결성이 확대된 지금,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너무 많이 노출된다. 무자비한 정보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파도에 흔들리며 뱃멀미를 하듯, 온갖 정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세상 멀미'를 겪고 있다. 현실의 어지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개념을 창조하는 철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철학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① 생각하라.

city-1868530_1920.jpg <출처 : Pixabay>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사자, 호랑이 등의 동물에 비해 너무나도 연약한 인간이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위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뇌' 때문이다. 우리는 현상을 인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도구 등을 만들어 연약한 신체적 약점을 극복했으며, 계속해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소위 성공한 사람이라 불리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성공의 필수 조건에는 항상 '호기심'과 '관찰'이 꼽힌다. 그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생각한다. 결국 사유하는 자가 같은 '사피엔스' 종에서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산다.


② 생각하기 위해선?

candle-1281245_1920.jpg <출처 : Pixabay>
PC를 만들고 스마트폰을 대중화한 스티브 잡스와 컴퓨터 운영체제를 보급한 빌 게이츠는 자식들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했습니다. (...)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인터넷 사용을 제한한 것은 '연결성' 때문입니다. 항상 연결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떨어지는 경험, 고독할 시간이 없음을 뜻합니다. 고독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 생각을 가지기 어렵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사람은 무엇을 보고 듣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지죠. 다른 사람의 영향력 아래 있으면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자기 힘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창의성과 통찰력은 기대할 수 없죠. 그런 점에서 고독은 독창적인 생각이 탄생하는 필수 조건입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가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일 년에 한 번씩 그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독서주간을 갖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세계 최고의 주식 투자자 워렌 버핏이 금융의 중심이라 불리는 월스트리트에 살지 않는 이유도 온갖 정보가 떠도는 곳에서 벗어나 생각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함이라 한다.


우리에게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그리움처럼 고독이 오는 날』의 저자 신영규 님은 '외로움은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고독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세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것이 고독이다.


틈만 나면 핸드폰부터 집어 드는 시대이다. 고독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해 생각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잠시 핸드폰을 끄고, 자신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어떻게 철학할 것인가?

b25e1ad17bbc0f0720170724_nb_C_insider_art_01.jpg <출처 : 노블레스 닷컴>
생각하는 능력은 지식의 양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학력이 높고 책을 많이 읽어도 생각이 평범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칸트는 "철학은 가르칠 수 있지만 철학함은 가르칠 수 없다"고 했죠. 그가 말하는 철학은 지식입니다. 철학 함은 사고하는 방법, 활동적인 생각이고요.


사실 일에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꽤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일을 잘하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여러 관련 도서를 읽었으며, 각종 강의도 수강했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들을 통해 내가 성장했냐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긴 어려울 듯하다. 분명히 이전에 비해 많이 알게 됐지만, 그것을 현실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 여러 명언들을 잘난 척 떠들어대지만 정작 현실은 그처럼 살지 않았다. 지식은 익혔지만, 그것을 생각해보고 내재화하려 하지 않았다. 몽테뉴는 "다른 사람의 지식으로 지식인이 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지혜로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생각하지 않는 나는 그저 허울 좋은 지식만 쌓을 뿐이었다.


철학을 통해 생각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급변하는 세상에서 일과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첩경입니다.


철학은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력을 키우는 것이다. 철학 책을 읽는 것이 철학이 아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마주하는 현상과 정보에서 생각을 통해 자기 개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더 많은 생각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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