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수 Sep 01. 2021

#09.농사와 준비된 창업

다모이 이야기

가산동에 둥지를 튼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나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블루팜 주말농장에서 김장배추, 무 농사를 지었습니다.


갑자기 왠 농사 이야기라고 반문하실 겁니다.


사실 가산동에 입주한 후 바로 옆 아파트형공장에 입주해 있던 이앤씨 이 사장님은 네트팜을 설립, 스마트팜 공장 시제품을 한참 개발하고 있던 중이었고, 바로 이 시제품을 우리 사무실에 구축하기로 합의한 상태였죠.


스마트팜 시설을 한 쪽에서 개발, 운영하면서 스마트농업 준비된 창업 실전 교육을 함께 진행하면 네트팜과 다모이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사업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모두 직접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던 터라 농업에 대한 실전 경험을 쌓고 싶었고 이를 위해 주말농장에 매일 출퇴근하며 농사를 익힐 심산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배추 모종 심은 후


처음엔 14평 정도만 시범으로 운영하던 것이 인근에 쉬고 있는 1,500평을 빌려 김장 배추 재배까지 확대하기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습게도 초보 농사꾼의 김장 배추 사업성 분석 결과 때문이었죠.배추씨는 한 개당 1원, 배추 모종은 개당 100~200원, 배추는 도매가 기준 한 포기에 2,800 ~ 3,600원에 유통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1원짜리 배추 씨앗은 모종으로 팔 경우 100배, 김장배추로 팔 경우 3,000배에 팔리는 부가가치가 정말 높은 것이었죠. 


밭 임대료, 농부 인건비, 전기공사비, 비료 등 재료비 등 합할 경우 총 2천만원이 소요되고, 1,500평 재배 기준으로 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할 경우 8월중순 파종부터 11월말 수확까지 대략 5개월만에 3억 이상 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김장 배추까지 일을 벌이게 되었던 것이었죠.


잡초제거부터 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제초제 살포를 택했지만 유기농 재배를 위해 직접 잡초를 뽑기로 했죠. 비가 오는 날만 기다려 잡초를 뽑아 나갔습니다. 근 일주일간의 사투(?)를 벌여 잡초를 제거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후 한전 전기공사 의뢰, 모종 주문도 완료했습니다. 농장 사장님은 코칭을 주로 하고, 몸 쓰는 일은 거의 제가 도맡아 했습니다.


농사의 기본을 배우겠다는 것이 목표이기에 기계의 힘을 빌리긴 싫었던 것이었죠. 몸은 더없이 피곤했지만 하루 하루 달라지는 밭을 바라보며 수확의 꿈이 있었기에, 무엇보다도 몸이 건강해 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500평은 아무래도 초보자에게는 무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격렬하게 만류하고 있었죠. 가산동에 준비된 창업교육 사업 준비를 뒤로 하고 농사일을 우선시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배추 재배 후 판로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추 품질 또한 불확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누가 봐도 말이 안되기 때문이었죠.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김장배추 시범재배로 결론 짓고 주말농장 내 고랑 10개에 대해서만 무, 배추, 갓을 재배하기로 했고 11월 초에 모두 수확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말았습니다.


배추 수확 직전 모습

하지만 돌이켜 보니 준비된 창업 즉, 사업을 한다는 것과 농사는 닮아도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김장배추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밭갈이부터 시작하여 파종 혹은 육묘, 재배단계에 이르기까지 3~4개월이 걸립니다. 농사를 짓는 데에는 토양, 수질, 비료, 종자, 모종, 기후 등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농부의 발길이라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발길은 관심을 말합니다. 밭갈이에서부터 재배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만 합니다. 농부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가에 따라 수확의 양과 질이 결정된다는 것이죠.


토양의 질을 결정하는 밭갈이는 파종 단계 이전에 완료해야만 합니다. 밭갈이의 품질은 파종, 육묘, 재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농사를 잘 지으려면 토양부터 다스려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볼 때 밭갈이는 준비된 창업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준비된 창업 여부에 따라 향후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작가의 이전글 #08.다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