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더 중요한 건가요?
아기를 갖고 보니 부부의 대화 스펙트럼은 참 넓어지고, 깊어진다. 어느 지역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또는 아이를 키우는데 뭘 중요시하고 싶은지, 만약 ~한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대화의 주제가 새삼 어른같다. 수 많은 대화 속에서 우리 부부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이야기는 늘 이거였다.
경제력이 가장 전제되어야 하는지, 가족간의 끈끈한 관계가 전제되어야 하는지.
남편은 삶의 행복이 '경제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고, 돈이 있어야 행복이란 것도 느낄 수 있는거고, 돈이 있어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거라고 한다. 경제력이 흔들리면 가족간에도 불화가 생기지 않겠냐고 묻는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살면서 어떤 힘든 상황은 언젠가 꼭 맞닥들이게 될텐데, 그 때 우리가 똘똘 뭉쳐 함께 이겨내보자고 어깨동무할 수 있다면 이겨내지 못할 상황이 있을까. '너 때문이다.', '왜 그랬냐.'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힘든 상황 속에서도 힘을 내 볼만한 작은 무언가가 아닐까.
사실 남편 말도 맞다. 어느정도 안정적인 기반이 있어야 여유가 있을거고, 그 여유라는 건 흉내내고싶다고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가족간의 '사랑'이 행복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우리집 경제가 어려웠을 때 엄마가 아빠 곁에서 같이 고군분투 해주었고, 아빠도(자녀에게 소홀했을진 몰라도) 앞만보고 나아가셨고 그러다 드디어 튼튼한 경제력을 갖췄던 어린시절이 있었기 때문일까. 한편 그렇게 경제력을 갖춘 뒤에야 가족들을 서로 마주보고 함께 나눌 수 있었는데 정말 경제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걸까.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서로가 믿고 의지하고 뭉쳤으니 그게 먼저 아닐까. 그냥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너만 있으면 돼'같은 소리가 듣고싶었던 걸까. 답이 없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돌고 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은 우리가 고민했던 시간에서 약 2년이 흐른 뒤다.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나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는 같은 고민을 더욱 더 격렬하게 더욱 더 거칠게 부딪히고 있다.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