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육아우울증이라고?

갑자기 남편이 묻는다.

by 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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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난 지 약 3개월, 남편이 나에게 ‘육아 우울증’이냐고 묻는다.



우렁찬 울음소리에 눈을 반쯤 뜬 채로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남편은 기저귀 갈고 난 후의 다음 스텝을 위해 주방에서 분유를 타고 있었다. 분명 남편도 밤낮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있었는데 괜히 나는 말이 툭툭 던져진다. 평소와 다른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은 ‘혹시..육아 우울증 그런 거야?’ 라고 넌지시 던졌다.


스스로 정신력이 굉장히 강하다고 자부하는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는 그런 거 없을거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갑작스레 변한 본인의 삶에 부적응한 사람이나 겪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출산하고 2주 동안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을 제외하고는 현관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산후에 찬바람을 쐬면 안 된다고, 거실 통창으로 보이는 탁 트인 하늘은 그저 나에겐 약오른 그림일 뿐이었다. 2주 만에 분리수거를 핑계로 나온 그날은, 주변 동네 공기를 내가 다 마셔버렸을 정도니 몸 안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모유와 분유 수유를 병행하던 나는 산후 약 3개월 후에 혼자 산책을 나갔다. 딱히 가야 하는 곳도 가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나왔다. 아기 울음소리가 아니라 음악이 들린다.


이제 막 집에서 나와 30m 앞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한다. ‘언제 잘까’, ‘언제 깰까’, ‘얼마나 먹을까’, ‘얼마나 쌌을까’ 내 하루의 기준은 온통 아기였는데, 갑자기 내 호흡에 맞춰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귀에 들리는 음악은 임재범의 ‘비상’이었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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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기억하는 건, 나는 육아를 하는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귀하고 소중했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났을까. 돈을 벌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위축감에? 집에만 있던 답답함에? 질문에 대해 답을 생각해 보다가 아기가 밥 먹을 때가 됐다는 나의 신체적인 신호에, 티셔츠가 다 젖어버리기 전에 질문에 대한 답을 넣어두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건대 육아가 어려운 이유는 분명 ‘외로움’ 때문이었다.

산후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분유가 좋은지, 어떻게 달래주는 게 좋은지, 어떻게 재우는 게 편안한지 알 턱이 있나. 결혼하고 먼 지방에 내려와 있느라 양가 부모님의 얼굴 뵐 일이 없었다. 당연히 친구도 없었고, 임신 중에도 매일 혼자 집에 있었다. 분명 남편이 함께하고 있지만 그건 다른 문제였다. 같은 여자로서, 같은 경험자로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였다. 남편은 출산 후 뼈 회복이나 젖몸살에 대해서는 모를 테니까.




매 해 거듭할수록 사람은 참,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느낀다.

하루종일 육아만 하는 보호자도, 소리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자영업자도, 우리 옆에서 티 안나게 외로움을 가지고 있을 누군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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