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일로 예정된 연방대법원의 관세 재판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약 우리가 패배한다면 미국은 거의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신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자신의 핵심 경제 정책이 무너질 위기 앞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일로 예정된 연방대법원의 관세 재판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약 우리가 패배한다면 미국은 거의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신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자신의 핵심 경제 정책이 무너질 위기 앞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다음 주 관세 재판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통령이 관세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들, 특히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며 “이는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정책 전면 위기, 128조원 환불 가능성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절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연방대법원이 그의 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그동안 거둬들인 약 900억 달러(약 128조 7900억원)의 관세를 기업들에게 돌려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9월 23일까지 기준으로 2025회계연도 전체 관세 수입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1심인 연방국제통상법원과 2심인 연방항소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연방대법원의 판단만이 남은 상황이다.
“관세 없으면 협상력 제로” 트럼프의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자신의 외교 협상에서 핵심 무기였다고 강조했다. “중국 및 많은 나라들과 성공적으로 무역 협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협상 카드로서 관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각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약속과 시장 개방을 이끌어냈다.
법정 불참 번복, “중대성 흐리고 싶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대법원 재판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입장을 번복했다. “수요일 법원에 가지 않겠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이 결정의 중대성을 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법정에 직접 나타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가 승리한다면 미국은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재판이 단순히 관세 정책의 적법성을 넘어 미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국민들, 관세 지지율 최저
하지만 정작 미국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4~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3%에 불과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41%보다 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관세 지지율은 경제(37%), 이민(43%), 이스라엘 문제(46%), 범죄 정책(44%), 우크라이나 문제(39%), 연방정부 운영(36%) 등 개별 정책 항목 중 가장 낮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 정책으로 관세를 내세우고 있지만, 물가 상승에 직면한 미국인들은 오히려 관세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연말 쇼핑시즌, 소비자 1인당 19만원 추가 부담
관세의 실질적 영향은 곧 다가올 연말 쇼핑시즌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 온라인 대출업체 렌딩트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과 소매업체가 관세로 인해 연말에 지출해야 할 추가 비용이 406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한다. 이 중 70%는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게 되며, 1인당 평균 132달러(약 19만원)를 더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 때 인형 30개 대신 2개만 받을 수도 있고, 그 2개도 몇 달러 정도 비쌀 수도 있다”며 관세로 인한 서민의 부담 증가를 대수롭지 않게 표현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은 서민들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행정부는 자신감, “대안 준비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이 불리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관세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며 비상 계획이 준비돼 있음을 시사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지난달 30일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이는 IEEPA 외에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의 적법성만을 다루며, 232조에 따른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판단 대상이 아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설사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려도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재협상 요구와 보복 관세 우려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릴 경우 파장은 미국 국내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관세를 지렛대로 각국과 맺은 무역 협상들에 대해 당사국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보복 관세로 맞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유럽연합, 캐나다, 멕시코 등은 이미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강력히 반발해 왔으며, 위법 판결이 나올 경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트럼프의 경제 전략 전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협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이었던 만큼, 이를 잃게 되면 향후 국제 무역 협상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서도 공화당 고전, 트럼프 정책에 심판
이런 가운데 오는 4일 치러지는 뉴욕시장과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고전하고 있다. CNN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 그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민주당 양쪽에 모두 일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각각 9%포인트와 14%포인트 앞서고 있다.
뉴욕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40%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에 대해 “사회주의자가 아닌 공산주의자”라며 “그가 당선되면 대통령으로서 뉴욕에 돈을 주기가 어렵다”고 공세를 펼쳤지만, 여론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 미국 경제의 향방 결정할 분수령
5일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관세 정책의 적법성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전략 전반, 나아가 미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께 기도하자”며 간절함을 드러낼 만큼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그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합헌 판결이 나오면 대통령의 무역 정책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반면, 위법 판결이 나오면 128조원 규모의 환불 사태와 함께 각국과의 무역 협상이 전면 재조정될 수 있다. 전 세계가 워싱턴 대법원의 판결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