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기 기술자 비자 필요성을 직접 건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미국 이민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 구금 사태 이후 켐프 주지사는 한국을 방문해 현지 기업들과의 신뢰 회복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획기적인 해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기 기술자 비자 필요성을 직접 건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미국 이민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 구금 사태 이후 켐프 주지사는 한국을 방문해 현지 기업들과의 신뢰 회복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획기적인 해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켐프 주지사는 30일(현지시간) 현지언론 애틀랜타저널 컨스티튜션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자들이 단기적으로 미국에 머물러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했다”며 “기술자들은 장비를 설치·조정하고 미국인 노동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미국에 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3일부터 3일간 한국을 방문한 뒤 귀국해 이러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켐프 주지사가 제시한 ‘제조업 비자(Manufacturing Visa)’ 구상이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제조업 비자는 기존 IT 중심의 전문직 비자(H-1B 비자)와 달리 90일 이내 단기 체류를 전제로 한다”며 “현대차, 한화큐셀 등 첨단 제조업체의 수요를 반영한 제도”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현재 미국 비자 체계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던 제조업 분야 숙련 기술자들의 단기 체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혁신적인 제안이다.
켐프 주지사의 발언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다. 그는 “백악관도 이 사안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현장 운영에 불편이 없도록 제도적 해결책을 논의 중”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이민 규제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실용적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외국 기업 전문가들의 입국을 원활하게 할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켐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비자 도입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유럽, 캐나다 등 주요 제조 투자국들의 현실을 알고 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9월 발표한 H-1B 비자에 대한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 수수료 부과 정책과는 대조적이다. H-1B 비자가 주로 IT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다면, 새로운 제조업 비자는 공장 건설과 장비 설치에 필수적인 숙련 기술자들의 단기 체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제조업 비자 구상은 조지아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에게 절실한 해법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11조 원 규모의 메타플랜트를 건설했고,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도 가동 중이다. 한화큐셀 역시 조지아주에 첨단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켐프 주지사는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과 잇따라 면담하며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그는 “조지아주에 메타플랜트나 수십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과 같은 큰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기 마련”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책임져야겠지만, 우리도 같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9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317명 체포·구금 사태는 현행 비자 제도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장비 설치와 기술 이전을 위해 단기 체류 중이던 숙련 기술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대규모로 구금되면서 한미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켐프 주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며 “조지아 주정부는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고, 연방정부도 절차상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연방정부, 한국 정부, 그리고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제조업 비자 구상의 핵심은 ’90일 이내 단기 체류’라는 점이다. 이는 기존 H-1B 비자가 최장 6년까지 체류를 허용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다. 켐프 주지사는 “미국 내 제조 공장에서 단기간 체류하며 장비 설치·교육을 담당하는 숙련 기술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체류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단기 체류 중심의 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인 일자리 우선’ 정책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외국인 기술자들이 미국인 노동자들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설치한 후 단기간 내에 출국하기 때문이다. 켐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미국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고, 범죄자와 불법체류자를 계속 추적하겠다”며 강력한 이민 통제와 제조업 투자 촉진의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조업 비자 구상이 실현될 경우 한국 기업뿐 아니라 유럽, 캐나다, 일본 등 미국에 제조시설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의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장비 설치와 기술 이전은 현지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했다는 평가다.
켐프 주지사의 이번 한국 방문은 조지아주 서울 경제개발사무소 개소 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는 부인 마티 켐프 여사와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 등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방한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의 깊이를 재확인했다.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 내 한국어 사용 인구가 미국 내 세 번째로 많을 정도로, 한국의 존재감이 커졌다”며 “한국의 투자가 조지아의 경제 구조와 문화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1996년 SKC, 2006년 기아차 공장 이후 이어진 투자가 이제는 세대 간 협력으로 발전했다”며 “한국과 조지아의 관계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가족 같은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기업은 조지아 기업”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거듭 강조하며 “본사가 한국에 있어도 조지아에 공장을 세우고 사람을 고용한다면 그건 조지아 기업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을 단순한 외국 투자자가 아닌 지역 경제 공동체의 일원으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조지아주는 현대차 메타플랜트 인근에 ‘Hyundai Mobility Training Center of Georgia’라는 최첨단 인력개발센터를 신설했다. 켐프 주지사는 “이곳에서 협력사 직원들이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게 된다”며 “조지아의 ‘퀵스타트(Quick Start)’ 프로그램이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켐프 주지사의 제조업 비자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이민 정책과 제조업 부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실용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7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외국 기업 전문가들의 입국을 원활하게 할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짜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켐프 주지사의 발언을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한국인 철수 문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은 한국 기업에 대한 배려와 제조업 투자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조업 비자 구상이 실현될 경우 미국 제조업 부활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첨단 제조업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본국 기술자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90일 단기 비자를 통해 이러한 기술 이전을 원활하게 하면서도 장기 체류를 제한함으로써 미국인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켐프 주지사는 한국 독자들에게 “조지아는 언제나 친기업적이고, 해결 중심적인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좋은 일은 함께 축하하고, 어려움은 함께 극복하는 게 진정한 우정”이라며 “한국은 조지아의 특별한 친구이며, 앞으로 40년, 그 이상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조지아주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과 북미 최대 단일 컨테이너 터미널인 사바나항을 기반으로 미국 전역과 글로벌 시장 접근이 용이한 지역이다. 주정부의 기업 친화 정책과 낮은 운영비, 풍부한 노동력은 한국 기업이 조지아주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번 제조업 비자 구상이 실현된다면, 조지아주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최적의 거점으로 더욱 공고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