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 중심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현대차가 트럼프 취임식에 무려 100만 달러, 한화로 약 14억70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 거액의 기부가 과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 중심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현대차가 트럼프 취임식에 무려 100만 달러, 한화로 약 14억70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 거액의 기부가 과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5일 미국 대선 직후부터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해왔다. 이후 현대차 미국법인을 통해 1월 6일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단순한 축하금이 아니다. 현대차는 이 기부를 발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의선 회장의 직접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깊은 우려에서 비롯됐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현대차로서는 미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44.2%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 절박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최근 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에서는 부품 수입이나 기타 여러 경로로 관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현대차만 트럼프에게 손을 내민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한화디펜스도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트럼프 취임식 기부금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이번 트럼프 취임식 총 기부금은 2억39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돈으로 트럼프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이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했다. 기부금을 받았다고 해서 정책 기조를 바꿀 인물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거래의 달인이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기부금이 당장의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조지아 공장 준공식에서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 “미국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현대차가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생산시설 확대, 미국 내 고용 창출, 그리고 이번 기부금처럼 정치적 접근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결과는 불확실하다.
더욱이 트럼프가 한국 자동차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는 과거에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이번 기부금과 회동 추진이 실제로 관세 면제나 완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14억원짜리 베팅”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로서는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워낙 높아 어떤 수단이든 동원할 수밖에 없지만, 그 효과가 과연 투자 대비 얼마나 나올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아를 비롯한 다른 완성차 업체, 그리고 수많은 부품사들이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공약대로 강력한 관세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한국 자동차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이번 기부금과 회동 추진은 한국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른 기업들의 향후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어떤 메시지가 오갈지, 그리고 그것이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서 현대차의 14억원 기부가 과연 값진 투자였는지, 아니면 그저 의례적인 제스처에 불과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