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며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2025년 10월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국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자동차업계는 관세 인하로 연간 3조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됐고, 반도체업계는 엔비디아로부터 26만장의 GPU를 확보하며 AI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50% 관세 폭탄을 그대로 맞으며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며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2025년 10월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국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자동차업계는 관세 인하로 연간 3조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됐고, 반도체업계는 엔비디아로부터 26만장의 GPU를 확보하며 AI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50% 관세 폭탄을 그대로 맞으며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미 관세 협상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자동차업계다. 기존 25%였던 자동차 및 부품 관세가 15%로 10%포인트 인하되며 업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협상 직후 “국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신세를 꼭 갚겠다”며 감격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부담이 8조4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줄어들어 약 3조1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현대차의 미국 수출은 대미 최대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한국GM 역시 철수설에 시달리던 불안감을 해소하고 숨통을 틔우게 됐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동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권영대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은 “수출 리스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의선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깜짝 회동이다. 두 거물은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만나 피지컬 AI 협력을 논의했고, 이는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현대차 주가는 10월 31일 전 거래일 대비 9.43%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GPU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개발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반도체업계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한국이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강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진짜 빅뉴스는 엔비디아로부터 14조원 규모의 GPU 26만장을 확보한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0월 31일 한국 정부와 기업에 AI 개발에 필요한 최신 GPU ‘블랙웰(GB 200)’ 26만개를 우선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5만장,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네이버 등 기업이 21만장을 확보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5만개의 GPU를 탑재한 업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해 AI 기반 제조 혁신을 실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에 GPU를 활용하며, 네이버는 AI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다.
엔비디아 GPU 10만장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삼성은 반도체 수율 제고에 AI를 활용하고, SK는 데이터센터 캐파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등 자체 AI 모델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메타가 35만장, 구글이 수십만장의 GPU를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빅테크 대비 여전히 격차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GPU 보유량 세계 3위권에 진입하며 AI 경쟁력을 크게 강화한 것은 분명하다.
반면 철강업계는 암울한 상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는 기존 50%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게 됐다. 철강은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해 타격이 크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도 50% 관세를 적용받지만, 경쟁국인 일본은 US스틸을 갖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며 “미국으로 철강 수출이 당분간 어려운 만큼 정부가 다른 방식의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025년 국내 철강 내수는 4500만톤 수준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건설경기 부진과 제조업 수출 둔화가 겹치며 철강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1월 4일 철강산업 구조 재편을 골자로 한 고도화 방안을 내놓았다. 공급과잉 품목의 설비를 줄이고 고부가·저탄소 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며, 수출기업에는 4000억원 규모의 보증상품을 신설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철근업계 관계자는 “자발적 조정이 힘든 상황인데 정부 지원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 노동자들도 “생존 보장이 어렵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범용상품 생산을 줄이고 특수강 위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형사는 수소제철 등 신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중소 철강업체들의 고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대했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해제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와 신세계 등 쇼핑·면세점 업계,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관광 업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K-뷰티 업계가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GPU 확보는 분명 큰 성과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양대 축으로, 이들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국가 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철강업계의 위기와 한한령 해제 실패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권영대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관세 리스크 종료’로 받아들이기보다 향후 후속 협상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대미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이 처한 딜레마는 여전하다. 반도체는 미중 갈등의 핵심 분야로, 수출 통제 리스크가 상존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4일 “엔비디아 최신 블랙웰 GPU 공급을 미국 외 다른 국가에는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젠슨 황의 26만장 약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략적 대응을 이어가야 한다.
지난주 수퍼위크는 한국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철강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는 철강업계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며, 기업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관세 협상 타결은 시작일 뿐,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