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2030년까지 약 7조 원(50억 달러)을 투자, 연간 생산 능력을 110만 대까지 확대하고 26종의 신차를 쏟아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15%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현대차의 야심찬 계획이 엿보인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겸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무뇨스 CEO는 “인도는 현대차 글로벌 전략의 핵심 시장”이라며 “2030년까지 매출 15조 6천억 원(110억 달러)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단연 생산 능력 확대다. 현대차는 인도 내 연간 생산 능력을 현재 85만 대에서 2030년까지 110만 대 수준으로 30%가량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GM으로부터 인수한 인도 푸네 공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2026년부터 본격 가동될 푸네 공장은 연간 2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인도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제2의 생산 허브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첸나이 2개 공장에 푸네 공장까지 더해 총 3개의 생산 기지를 구축, 생산량 증대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등 인근 지역으로의 수출 전진 기지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50억 달러 투자금 중 60%는 연구 개발(R&D)에, 나머지 40%는 생산 시설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R&D 투자를 통해 인도 시장에 최적화된 맞춤형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대차의 인도 시장 공략 무기는 다름 아닌 신차 출시 확대다. 2030년까지 총 26종의 신차를 인도 시장에 투입,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다. 특히 전기차 5종, 하이브리드차 8종을 포함해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인도 현지 생산으로는 최초다. 인도 시장은 전기차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만큼, 하이브리드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시장 특성을 정확히 파악,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전기차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2025년에는 대중 시장을 겨냥한 ‘크레타 EV’를 출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연다. 2027년에는 현지 생산 전용 전기차 모델도 선보이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신차 출시 계획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2025~2026 회계연도에 첫 번째 물결이 시작되고, 2027~2028 회계연도에는 중형 및 프리미엄 세그먼트 공략이 본격화된다. 2029~2030 회계연도에는 14종의 신차가 쏟아져 나오며 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약 1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점유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려 시장 2위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인도 시장은 스즈키가 4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2위 경쟁사인 타타모터스, 마힌드라 등과의 격차를 벌려 확실한 2인자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한다. 인도 시장 전용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인도 소비자 선호와 구매력을 정확히 반영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부품 조달 비율도 적극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인도 법인 경영진도 전면 개편했다. 최초로 인도인 CEO를 선임하는 등 현지 전문 인력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인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인도 내수 시장 공략을 넘어선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인도를 중동, 아프리카 등 인근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수출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신흥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동 시장은 현대차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을 중동으로 수출하면 한국에서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운송비와 관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 역시 인도 생산 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의 수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도 첸나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상당량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푸네 공장 가동 이후에는 수출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배터리 공장 설립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인도 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비, 배터리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고급차 수요가 증가하는 인도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현지 생산이 현실화되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현지 생산을 통해 운송비와 관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제네시스 인도 진출은 현대차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차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네시스를 통해 고소득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진출 시기와 모델 라인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이번 인도 대규모 투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위 시장인 인도에서의 성공 여부가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