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아자동차 노조가 제시한 임금협상 요구안이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임금 인상을 넘어 자녀 고용 세습 유지, 정년 64세 연장, 주4일제 도입 등 파격적인 조건들이 포함되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2025년 기아자동차 노조가 제시한 임금협상 요구안이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임금 인상을 넘어 자녀 고용 세습 유지, 정년 64세 연장, 주4일제 도입 등 파격적인 조건들이 포함되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기아 노조는 2025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영업이익 30%에 해당하는 약 3조 8000억 원을 전 종업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인당 약 1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형제사인 현대차 노조의 타결안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9월 성과급 500%에 1800만 원으로 극적 타결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기아는 2024년 영업이익 12조 70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를 토대로 한 노조의 요구는 업계 관계자들조차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자녀 고용 세습 관련 조항이다. 기아의 단체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25년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사실상 고용 세습을 제도화한 것으로, 청년 실업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아 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해당 조항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오히려 정년 연장과 주4일제 도입 등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KG모빌리티가 올해 9월 ‘재직자 아들 특별채용’ 논란으로 결국 해당 계획을 철회한 사례가 있어, 기아 노조의 입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아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계해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4세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실노동시간 단축의 일환으로 주4일 근무제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기아 노사는 지난 9월 24일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하고 주4.5일제 도입 기업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노조는 이를 넘어 주4일제를 즉각 시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퇴직자 재고용 베테랑제도 폐지, 통상임금 특별 위로금 2000만 원 지급 등 요구 조건이 계속 추가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두 배에 달하는 성과급과 함께 이런 조건들을 모두 수용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런 요구는 기업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아 노조는 9월 19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87.8%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는 2020년 이후 5년 만의 파업 위기로, 노조는 사측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가 극적으로 노사 임단협을 타결한 상황에서 기아만 파업에 돌입한다면 생산 차질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기아는 올해 EV9, 셀토스, 스포티지 등 주요 모델의 판매 호조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파업이 발생하면 출고 지연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현대차와 달리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과도한 요구로 협상력을 과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아 노사는 9월 25일 결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본급 10만 원 인상, 성과급 450%에 1600만 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으며, 이는 당초 노조 요구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과 주4일제 등 핵심 쟁점은 ‘지속 협의’ 대상으로 남겨져 사실상 결론을 미룬 상태다.
자녀 고용 세습 조항에 대해서도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측은 공정 채용 원칙에 어긋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장기 근속자와 순직자 유가족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아 노조의 이번 요구안은 자동차 업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이미 타결한 상황에서 기아가 더 많은 것을 얻어내면 내년 협상에서 현대차 노조 역시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모비스, 한국GM 등 다른 완성차 및 부품사 노조들도 기아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완성차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관철되면 결국 그 부담은 협력업체로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부품사 대표는 “완성차 노조가 성과급을 챙기면 우리는 단가 인하 압박을 받게 된다”며 “이런 식의 일방적 요구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비용 구조 개선이 시급한데 노조의 요구는 이와 정반대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기아 노조의 이번 요구안은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노사 양측이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