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로 한미 관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10월 23일 전격 방한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직후 이루어진 켐프 주지사의 방한은, 투자 기업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투자 유지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로 한미 관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10월 23일 전격 방한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직후 이루어진 켐프 주지사의 방한은, 투자 기업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투자 유지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켐프 주지사는 방한 첫날 장재훈 현대차그룹 사장과 만나, 구금 사태로 인한 공장 건설 지연과 향후 투자 및 고용 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엘라벨에 약 103억 달러를 투자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기습적인 현장 단속으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시 ICE는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 근로자였다. ICE 측은 “구금된 근로자 전원이 미국 내 불법 체류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외교부와 체포된 근로자들은 적법한 비자 소지자가 상당수 포함되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열악한 구금 시설 환경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곰팡이가 만연한 환경과 감옥보다 못한 처우에 대한 증언은 국내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현대차가 미국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최소 6개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15년간 공들여 쌓아온 한미 경제 협력 관계가 단번에 위협받는 상황을 보여준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자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하며, "15년 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조지아주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판매 목표를 전면 중단하고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켐프 주지사의 방한은 조지아주에게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조지아주는 현대차그룹의 투자로 8,5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구금 사태로 인한 공장 건설 지연과 한국 기업들의 투자 철회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엘라벨 지역의 한인 식당과 마트는 구금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켐프 주지사는 장재훈 사장과의 면담에서 “구금 사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장 건설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들과의 별도 회동을 통해 투자 유지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함께 조지아주에 43억 달러를 투자하여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구금 사태 발생 후 두 달이 지났지만, 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며 공사가 부분적으로 재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구금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현장 복귀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켐프 주지사의 이번 방한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사과나 약속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적법한 비자 소지자에 대한 무분별한 단속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조업 비자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주목하며, 숙련 인력의 단기 체류를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9월 단속 사태 직후에도 조지아 공장에 27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며 미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내부적으로는 투자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부 한국 기업들은 조지아주 대신 다른 지역으로 투자처를 변경하거나, 미국 진출 계획 자체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내 반이민 정서와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충돌하며 발생한 복합적인 문제이다. 조지아주 입장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 기업의 투자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연방정부의 강력한 이민 단속 기조를 무시할 수 없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켐프 주지사의 이번 '불 끄기' 외교가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한국 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한편, 외교부는 구금된 한국 국민의 조속한 귀국과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해 미국 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구금자들은 향후 미국 재입국이 어려울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장기적인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지아주의 '배신'으로까지 여겨지는 이번 사태가 한미 경제 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켐프 주지사의 방한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