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운전할 때 편하다고 믿었던 그 기능이 오히려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고속도로에서 적응형 순항 제어 기능(ACC)을 사용하다 발생한 사고는 28건, 사망자는 무려 2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에만 12건의 사고로 11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배나 급증한 수치다.
장거리 운전할 때 편하다고 믿었던 그 기능이 오히려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고속도로에서 적응형 순항 제어 기능(ACC)을 사용하다 발생한 사고는 28건, 사망자는 무려 2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에만 12건의 사고로 11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배나 급증한 수치다.
지난 10월 고속도로에서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5톤짜리 소방차를 뒤따르던 승용차가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운전자는 크게 다쳤고, 사고 원인은 다름 아닌 ‘ACC 과신’이었다. 운전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작동 중이라 안심했지만, 정차된 소방차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다.
더 충격적인 건 이런 사고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통영대전고속도로 덕유산나들목 인근에서는 시속 135km로 달리던 차량이 ACC 작동 상태에서 공사 안전관리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3월 고창담양선에서도 ACC 작동 중이던 차량이 전방 사고 차량을 추돌해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많은 운전자들이 ACC를 ‘자율주행’ 기능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ACC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해주는 ‘운전 보조’ 기능일 뿐,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니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진 운전자들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고, 심지어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ACC 등 주행 보조장치 관련 사고는 총 23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정차 차량이나 공사 구간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추돌 사고였다. 특히 고속도로처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1초의 방심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CC의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지적한다. 현재 ACC 시스템은 움직이는 차량을 추적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갑자기 나타나는 정차 차량이나 공사 구간, 돌발 상황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특히 전방 차량이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면서 뒤에 정차 차량이 나타나는 경우, ACC는 이를 인식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ACC는 어디까지나 보조 기능일 뿐이며,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CC 관련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가 기능에만 의존한 채 전방 상황에 집중하지 않아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경우였다.
문제는 ACC뿐만이 아니다. 최근 자동차에 탑재되는 각종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대한 과신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차선 유지 보조(LKA), 후측방 충돌 경고(BCW) 등 다양한 안전 기능들이 탑재되면서, 운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K-CRASH EDGE 2025 실차 실험에서는 규정상 정상 작동 조건에서는 문제없던 시스템이 실제 환경에서는 인식 한계나 오작동을 보이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ACC 사용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두 손은 반드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한다. 둘째, 전방을 주시하며 주변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셋째, ACC는 보조 기능일 뿐이므로 언제든 운전자가 직접 제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ACC를 포함한 모든 ADAS 기능은 운전자의 안전을 돕는 보조 장치일 뿐, 운전의 책임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자율주행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편리함에 속아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려면, 운전자 스스로 ADAS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항상 방어 운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해도, 운전대를 잡은 순간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