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베테랑’의 악랄한 재벌 3세 조태오. 유아인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었다. 실제로 발생한 재벌 2세의 엽기적 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어이가 없네” 대사가 유행어가 되며 전국을 휩쓸었지만, 그 이면에는 충격적인 실제 사건이 숨어 있었다.
2015년 여름,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베테랑’의 악랄한 재벌 3세 조태오. 유아인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었다. 실제로 발생한 재벌 2세의 엽기적 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어이가 없네” 대사가 유행어가 되며 전국을 휩쓸었지만, 그 이면에는 충격적인 실제 사건이 숨어 있었다.
영화에서 유아인이 열연한 조태오는 안하무인 재벌 3세의 전형을 보여준다. 회사 앞에서 시위하는 화물차 기사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폭행을 가하고, 그 대가로 돈을 건네는 장면은 실제 최철원 사건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을 제작하면서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사건은 2010년 11월 발생한 이른바 ‘맷값 폭행사건’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철원 전 M&M 대표가 저지른 이 사건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0년 11월 30일, SK그룹 계열 물류업체 M&M의 대표였던 최철원은 회사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50대 탱크로리 기사 유모씨를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행 후 최철원이 한 행동이었다. 그는 피해자에게 2천만 원을 건네며 “한 대에 100만원”이라는 말을 했다. 문자 그대로 ‘맷값’을 지불한 것이다. 영화 속 조태오가 폭행 후 돈을 건네는 장면은 바로 이 실제 사건을 재현한 것이다.
최철원은 당시 폭행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점이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에서도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다.
피해자 유씨는 사건 이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2018년 인터뷰에서 그는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단순히 신체적 상처뿐만 아니라 정신적 트라우마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조태오 캐릭터에 대해 “연상되는 실존 인물이 있지만 특정 인물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누구나 최철원 사건을 떠올렸다.
최철원은 SK그룹 창업자 고 최종건 회장의 여섯째 동생의 막내아들로 1969년생이다. 전형적인 재벌 2세로 성장한 그는 M&M 대표를 역임하며 물류업계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2010년 맷값 폭행 사건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영화 ‘베테랑’이 2015년 8월 개봉하며 1천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자, 최철원 사건은 다시 한 번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네이버 평점 9.24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한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재벌 갑질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테랑’은 맷값 폭행 사건 외에도 여러 실제 재벌 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 속 조태오의 대형견을 이용한 위협 행위, 마약 관련 스캔들 등은 실제 재벌가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종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화에서 조태오가 평소 대형견을 데리고 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은 일부 재벌 2세들의 실제 행태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 사건도 영화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2015년 MBN 프로그램 ‘아궁이’에서는 ‘베테랑’ 속 재벌의 실체를 분석하며, 재벌가 자제들의 각종 비윤리적 행위들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고 지적했다. 영화가 허구가 아닌 현실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맷값 폭행 사건 이후 최철원은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0년 12월에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되었지만, 과거 폭행 전과 때문에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지 못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2021년 12월, 최철원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그는 “맷값 폭행 관련 언론 보도는 85% 과장과 허구”라며 “자신은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11년 만에 나온 해명이었지만, 법원 판결과 피해자의 증언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2년 11월에는 JTBC 보도를 통해 최철원이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며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XX아”라는 욕설을 일삼으며 직원들을 함부로 대했다는 것이다. 맷값 폭행 사건 이후에도 그의 행태는 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는 액션 영화였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권력과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재벌들의 오만함을 정면으로 다뤘다. 그리고 그런 재벌을 응징하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제공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조태오는 재판을 받게 되고, 폭행 피해자 배기사는 의식을 되찾는다. 이는 현실에서는 제대로 처벌받지 못한 재벌들에 대한 관객들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다. 실제로 최철원은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피해자는 오랜 기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재벌 갑질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 영화 개봉 이후 재벌들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더욱 강화됐고, 갑질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2024년 9월 개봉한 ‘베테랑2’는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한 번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태오 같은 재벌 악당이 등장하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이제는 그런 노골적인 재벌 갑질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재벌들의 갑질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폭행이나 횡포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이라는 영화 한 편이 사회에 미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재벌들의 특권 의식과 갑질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권력과 돈을 이용한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베테랑’이 던진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감시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는 이제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악역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재벌 갑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최철원이라는 실존 인물의 충격적인 범죄가 있었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그것이 반영하는 현실은 결코 픽션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