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 나타난 두 대의 차량이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더 비스트(The Beast)’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훙치 N701’이 한국 땅을 동시에 달리며 벌인 ‘움직이는 권력 대결’은 단순한 의전차량을 넘어 양국의 기술력과 국가 위상을 과시하는 상징적 현장이 되었다.
2025년 10월 30일,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 나타난 두 대의 차량이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더 비스트(The Beast)’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훙치 N701’이 한국 땅을 동시에 달리며 벌인 ‘움직이는 권력 대결’은 단순한 의전차량을 넘어 양국의 기술력과 국가 위상을 과시하는 상징적 현장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해공항에서 경주까지 이동할 때 타고 온 차량은 ‘더 비스트’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딜락 원(Cadillac One)이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 차량은 ‘달리는 백악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세계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한다.
무게만 무려 9톤에 달하는 이 괴물 같은 차량은 외관상 고급 캐딜락 리무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탱크에 가까운 구조를 갖췄다. 문 두께는 10~20cm에 달하며, 5겹의 강화 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로 구성된 특수 방탄유리는 13cm 두께로 웬만한 총알은 물론 로켓포 공격도 견딜 수 있다.
차문에는 열쇠 구멍조차 없으며, 밀폐된 공기 순환 시스템을 갖춰 화학무기 공격에도 대응 가능하다. 심지어 대전차 지뢰가 터져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작비만 약 150만 달러(약 20억 원)가 투입됐으며, 세부 사양 대부분은 국가 기밀로 분류돼 있다.
트럼프의 비스트에 맞선 시진핑 주석의 전용차는 중국산 최고급 브랜드 ‘훙치(紅旗) N701’이다. ‘훙치’는 중국어로 ‘붉은 깃발’을 의미하며, 1958년 첫 출시 이후 중국 공산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경주 방문에서 시 주석이 탑승한 N701은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이 약 5억7000만 위안(약 1050억 원)을 투입해 특별 제작한 최신 모델이다. 2022년 홍콩 방문 당시 처음 공개된 이 차량은 전장 5.5m 이상의 대형 리무진으로, 방탄·방폭 기능은 물론 화학 공격까지 견디는 첨단 보호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간 생산량이 단 5대에 불과해 희소성이 극도로 높다는 것이다. 세부 기술 사양은 중국 정부에 의해 철저히 비공개로 관리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비스트에 맞먹는 수준의 방어력을 갖췄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정상의 차이는 차량뿐만 아니라 이동 방식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해국제공항 도착 직후 전용 헬기 ‘마린 원(Marine One)’을 타고 곧장 경주로 향했다. 하늘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며 이동하는 방식은 미국식 파워의 과시로 해석됐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김해공항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육로로 경주까지 이동했다. 전용차 훙치 N701을 타고 한국의 풍경을 직접 체감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까지 모든 구간에서 자국산 전용차를 고집했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 선택이 아니라 양국의 외교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미국은 압도적 기술력과 신속성을, 중국은 자국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현지 밀착형 외교를 각각 보여준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훙치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3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의 전용차를 보고 “멋지네요, 내 캐딜락과 비슷합니다”라고 칭찬하자, 시 주석은 즉각 “이것은 중국산입니다. 나의 훙치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답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 순방 시 해당 국가의 차량이나 독일제 고급 수입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부터는 어디를 가든 자국산 훙치를 고집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기술 굴기(技術崛起)’ 정책과 맞물려 자국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훙치 브랜드는 중국에서 ‘대륙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며, 마오쩌둥 시대부터 최고 권력자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특히 N701 모델은 일반인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특별 제작 차량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만 탑승할 수 있다.
이번 경주 APEC에서 펼쳐진 전용차 대결은 단순한 차량 비교를 넘어 미·중 패권 경쟁의 축소판이었다. 트럼프의 캐딜락 원은 세계 최강국의 전통적 기술력과 군사력을 상징한다.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제작한 이 차량은 철저한 보안과 압도적 방어력으로 ‘미국의 힘’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시진핑의 훙치 N701은 중국의 기술 자립과 굴기를 상징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외제차에 의존하던 중국이 이제는 자국산 최고급 전용차를 개발해 세계 무대에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10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개발비는 중국이 자국 기술 발전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 차량 모두 각국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라며 “단순히 대통령을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국가의 기술력과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외교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APEC에서 한국도 의전차량 전쟁에 가세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총 192대의 차량을 투입해 각국 정상을 맞이했다. 제네시스 G90 113대는 각국 정상과 배우자 의전에, G80 74대는 장관급 인사 이동에 활용됐다. 또한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3대와 모바일 오피스 2대도 지원됐다.
특히 제네시스 G90은 방탄 사양으로 제작된 모델로, 한국 대통령은 물론 이번 행사에 참석한 여러 정상들이 탑승해 한국 자동차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정상 의전 차량으로 쓰인 제네시스 G90을 이용했다.
경주 APEC에서 펼쳐진 트럼프와 시진핑의 전용차 대결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미·중 패권 경쟁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강철 요새로 상징되는 절대적 신뢰와 기술력이었고, 시진핑 주석이 보여준 것은 자국 기술에 대한 집념과 자립 의지였다.
한쪽은 완벽히 닫힌 요새로 세상을 통제하려 했고, 다른 한쪽은 붉은 깃발을 높이 들고 새로운 질서를 선언하려 했다. 9톤의 미국산 괴물과 1000억 원짜리 중국산 명품, 두 전용차가 한국 땅을 달린 장면은 21세기 강대국 경쟁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준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차량 기술이 발전할수록 전용차의 성능과 사양도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025년 이후 미국이 새로운 버전의 비스트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훙치의 차세대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차를 통한 기술력 경쟁은 앞으로도 국제 무대에서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