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주공장 올스톱! 진짜 이유?

by 두맨카

현대자동차가 전주공장 가동을 10월부터 무려 4개월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긴 기간의 ‘셧다운’이 단행되면서 자동차 산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temp.jpg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전경

현대자동차가 전주공장 가동을 10월부터 무려 4개월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긴 기간의 ‘셧다운’이 단행되면서 자동차 산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전주공장 셧다운의 가장 큰 원인은 상용차 시장의 급격한 침체다. 이 공장은 포터, 마이티 등 현대차의 대표 상용차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인데, 최근 들어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내 상용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경기 침체와 물류업계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트럭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특히 1톤 트럭 시장은 더욱 심각해 포터의 판매량도 작년보다 20% 가까이 떨어졌다.


temp.jpg 현대 포터 트럭

현대차 관계자는 “전주공장에 완성차 재고가 과도하게 쌓이면서 더 이상 생산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통상 한 달치 판매량에 해당하는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데, 전주공장의 재고는 이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제조업에서 재고 관리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완성차 한 대당 수천만 원의 가치가 있는 만큼, 재고가 쌓이면 자금이 묶이고 보관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신차 출시 주기를 고려하면 재고 차량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이번 셧다운으로 약 3,000억 원 이상의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을 멈추는 동안 쌓인 재고를 소진하고, 시장 상황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재고 문제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이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바로 전기차로의 전환 가속화다.


전주공장은 1995년 설립된 이후 30년 가까이 내연기관 상용차만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상용차 부문도 전동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상용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국내에서도 전기 트럭과 전기 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temp.jpg 전기 상용차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 트럭 ‘포터 일렉트릭’을 출시했지만, 생산 물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전주공장이 전기차 생산에 최적화되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팩 조립라인, 전기모터 설치 설비 등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번 셧다운 기간을 활용해 전주공장의 생산라인을 전면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4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설비를 교체하고 공정을 개선해, 전기 상용차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역시 현장 근로자들이다. 전주공장에는 약 2,000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데, 4개월간 생산라인이 멈추면 이들의 생계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근로자들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일부 인력은 다른 공장으로 임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이 기간 동안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생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향후 전동화 전환에 대비한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공장 근로자에 그치지 않는다. 전주공장 주변에는 부품 협력업체만 5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이들 업체 역시 4개월간 납품이 중단되면서 매출 급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대차 전주공장은 지역경제의 핵심 축”이라며 “장기 셧다운으로 협력업체와 주변 상권까지 연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고민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상용차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가 물류 수요를 짓누르고 있다. 중국은 자체 전기 상용차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외국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는 중이다. 신흥시장인 동남아시아도 인플레이션 여파로 구매력이 약화된 상태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상용차 부문에서도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내연기관 상용차로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이 어렵고, 전기 상용차로의 전환도 시급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전주공장 셧다운이 현대차 상용차 부문 전체의 구조조정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재고 소진을 위한 일시적 조치라기엔 4개월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다”며 “공장 통폐합이나 생산라인 축소 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기존 내연기관 공장의 운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여러 공장의 폐쇄를 검토 중이고, 포드도 유럽 공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내 4개 공장을 닫고 1만 5,000명을 감원하는 초강수를 뒀다.


현대차 역시 이런 글로벌 추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장과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전주공장을 내년 2월까지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재가동 시점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용차 시장 회복 속도와 재고 소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상반기까지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는 당분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물류업계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가동 시점이나 생산량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주공장의 장기 셧다운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대전환기를 맞아 자동차 산업 전체가 겪는 진통의 단면이다. 앞으로 몇 달간 현대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 지형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전주공장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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