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한 운전자들의 안식처로 여겨지던 고속도로 졸음쉼터가 오히려 새로운 사고 위험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시설이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추돌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피로한 운전자들의 안식처로 여겨지던 고속도로 졸음쉼터가 오히려 새로운 사고 위험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시설이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추돌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교통사고 총 167건 중 무려 109건(65.3%)이 졸음·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로 집중됐다. 특히 심각한 점은 같은 기간 명절 교통사고로 13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3명은 치사율이 일반 사고보다 6배 이상 높은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는 5,688건으로 하루 평균 약 5.2건씩 발생하고 있다. 졸음운전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2.7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1.4의 약 2배에 달해 그 위험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졸음쉼터가 오히려 위험한 이유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 졸음쉼터는 단순 주차장이 아니라 임시 휴게 공간으로 분류되지만, 많은 곳들이 짧고 급격한 진·출입로, 불분명한 내부 동선, 부족한 조명 등 치명적인 설계 결함을 안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졸음쉼터 이용자 10명 중 1명은 이용 중 추돌·충돌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졸음쉼터는 진·출입로가 짧고 좁아 사고 위험이 높으며, 안전시설 또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입 차량과 후진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 끼어들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접촉사고가 특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졸음쉼터 74개소 중 67.3%가 기존 부지를 활용해 운영되고 있어 관리의 어려움과 편의시설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파고라와 벤치가 설치된 곳은 63%, 운동기구가 있는 곳은 16%에 불과해 제대로 된 휴식 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졸음쉼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현재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관리 주체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지만, 시설 관리상의 중대한 하자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쉼터 내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제한적이다.
피해자가 시설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대부분의 사고는 ‘운전자 부주의’로 결론나며,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책임 공방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김민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졸음쉼터 설치·관리상 하자가 사고 원인이 된 경우 민법상 ‘영조물 설치·관리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운전자의 과실이 우선 고려돼 관리 주체의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졸음쉼터의 위험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차도 분리대, 과속 방지턱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조명 시설이 부족해 야간 이용 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차로 유도선이나 안내 표지판이 불분명해 혼란을 초래한다.
특히 짧은 진입로는 본선을 주행하던 차량이 급격히 감속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후속 차량과의 추돌 위험을 높인다. 출입 시에도 가속차로가 충분하지 않아 본선 합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허억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은 “졸음쉼터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만큼 사고 사례를 유형화해 운전자에게 알리고, 보차도 분리대·과속 방지턱 등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며 “진입 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사고 발생 시 즉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9,559건의 졸음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252명이 사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8월에 발생한 사망자 수가 다른 달보다 가장 많다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 장거리 운전과 높은 기온,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산소 부족 등이 졸음운전 사고를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졸음운전이 위험한 이유는 명확하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발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다른 교통사고에 비해 치사율이 2배 이상 높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량이 운전자가 2초간 졸면 약 55m를 무의식 상태로 주행하게 되는데, 이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사원은 민자고속도로의 졸음쉼터 설치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민자·재정 고속도로 모두 휴게소 간격이 25km를 넘으면 중간에 졸음쉼터나 간이휴게소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평택파주 등 일부 민자고속도로에는 제대로 된 휴식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도로공사에 관련 조치 계획 제출을 요청했으며, 2025년 10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안전은 당장 시급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졸음쉼터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먼저 진입 전에는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켜고 충분한 감속을 통해 안전하게 진입해야 한다. 쉼터 내부에서는 주차된 차량 사이로 보행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서행하며, 후진 시에는 반드시 주변을 확인해야 한다.
출입 시에도 본선으로 합류하는 과정에서 가속차로를 충분히 활용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이 부족한 구간이 많으므로 더욱 신중한 운전이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졸음쉼터가 완벽한 안전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가능하다면 휴게소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며, 졸음쉼터 이용이 불가피하다면 진·출입 과정에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쉼터 내 사고 예방을 위해 안내 표지와 차로 유도 컬러레인 등 안전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시 현장 안전관리와 처리 지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실 비율 산정 등 분쟁 해결은 보험사 소관”이라며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졸음쉼터가 오히려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되고 있는 현실. 시설 개선과 안전 관리 강화, 그리고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명절 연휴, 졸음쉼터 이용 시에는 반드시 진·출입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