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도로를 장악하고 있다. 2025년 현재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50%를 돌파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이 고스란히 중국 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중국 전기버스가 보조금을 싹쓸이했다”며 우려를 표명한 상황.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도로를 장악하고 있다. 2025년 현재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50%를 돌파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이 고스란히 중국 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중국 전기버스가 보조금을 싹쓸이했다”며 우려를 표명한 상황.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정부가 전기버스 보급 확대를 위해 지급한 보조금 중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급된 금액은 2022년 536억 원에서 2023년에는 695억 원으로 치솟았다. 전체 전기버스 보조금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2030년 무공해차 350만 대 보급이라는 정부 목표 아래 쏟아부은 예산이 정작 국내 업체가 아닌 중국 제조사들의 주머니를 채웠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단순히 돈이 중국으로 흘러간 것만이 아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산 대비 약 3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시내버스용으로 주로 쓰이는 BYD 전기버스의 경우 약 3억 5천만 원 수준인데, 여기에 2억 5천만 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실구매가는 1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자체와 버스 운수업체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가격 매력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 확대가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 운행 현장에서는 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잦은 고장과 부실한 사후 서비스, 긴 수리 대기 시간은 버스 운송사업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2025년 10월 발표된 한 업계 조사에 따르면, 국산 전기버스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오류, 에어컨 고장, 전장 부품 문제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정비 부품 조달과 수리에 평균 2주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중국산 전기버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품질과 빠른 정비 대응으로 현장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한 중소 운수업체 관계자는 “처음엔 애국심으로 국산을 샀지만, 고장이 잦아 차고에 세워둔 채로 중국산을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며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제대로 운행할 수 있는 차가 중국산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무역 불균형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전기버스 5300대를 수입하면서도, 중국에는 단 2대만 수출했다. 수입량이 수출량의 무려 3000배에 달하는 기형적 구조다. 이는 중국이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사실상 ‘수입 장벽’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2010년대부터 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쏟아부었고, 이를 바탕으로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복잡한 인증 절차와 사실상의 비관세 장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중국산 모듈까지 포함하면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 관련 점유율은 60~70%에 달할 것”이라며 “보조금 차등 지급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7월 국무회의에서 “중국 제품에 보조금을 다 줘서 국내 전기버스 업체들이 고사 위기”라고 지적한 뒤, 정부는 부랴부랴 보조금 정책 개편에 나섰다. 환경부는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손봤고,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해 저효율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했다.
그 결과 2024년부터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급된 보조금은 394억 원으로 줄어들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10억 원대로 급감했다. 중국산 점유율도 2022년 54%에서 2024년 36.6%, 2025년 상반기 37%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조금 차등 지급이 중국의 무역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한국 역시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산 전기버스의 보안 문제까지 불거졌다. 2025년 11월 북유럽에서 운행 중인 중국산 전기버스에서 제조사가 원격으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이 확인되면서 해킹 우려가 커진 것이다. 만약 악의적으로 이 기능이 사용된다면 수천 대의 전기버스가 동시에 멈추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약 2800여 대의 중국산 전기버스가 운행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김소희 의원은 “중국산 전기버스와 태양광 인버터 등에 백도어가 설치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 안보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국내 전기버스 제조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에디슨모터스, 자일대우버스 등 국내 중견 업체들은 중국산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잃고 있다. 일부 업체는 중국산 부품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 의존’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국산 전기버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보조금으로 가격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 사후 관리 체계에서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100% 국산 전기버스’ 정책을 고수하며 버티고 있다. 대전시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서도 국산 제품만 도입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산 압박 속에서 저렴한 중국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현 상황은 단순히 한 산업 분야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보조금 정책의 허점, 불공정 무역 관행, 국산 제품의 품질 경쟁력 저하, 보안 위협까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무엇보다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이 국내 산업 육성이 아닌 중국 기업 배불리기에 쓰였다는 점에서 정책 실패의 전형으로 지적받고 있다.
정부는 이미 보조금 축소 카드를 꺼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산 전기버스의 품질 향상, 정비 인프라 구축, 공정한 무역 환경 조성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버스뿐 아니라 다른 전기차 분야에서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도로를 장악한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보조금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