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미국서 망했다?! 급전직하!

by 두맨카

일본 완성차 양대 브랜드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갑작스런 브레이크를 밟았다. 닛산과 혼다가 최근 주력 전기차 모델의 미국향 생산을 잇따라 중단하며 업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단순한 ‘생산 조정’이 아닌, 전기차 전략 전면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temp.jpg 닛산 아리야 전기차

일본 완성차 양대 브랜드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갑작스런 브레이크를 밟았다. 닛산과 혼다가 최근 주력 전기차 모델의 미국향 생산을 잇따라 중단하며 업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단순한 ‘생산 조정’이 아닌, 전기차 전략 전면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temp.jpg 닛산 아리야

지난 9월 25일, NHK를 비롯한 일본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은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닛산이 일본 도치기현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전기 SUV ‘아리야(ARIYA)’의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는 소식이다.



아리야는 닛산이 전기차 원조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리프(Leaf)’의 명성을 이어갈 후속 주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닛산 측은 “이미 생산된 재고는 판매하지만, 이후 생산 일정은 미정”이라며 사실상 미국 수출용 아리야 생산의 불투명한 미래를 시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내수용 아리야는 여전히 생산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미국 시장 특유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결정임을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환율 변동성, 관세 부담, 인센티브 축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분석한다.


temp.jpg 혼다 프롤로그

닛산에 이어 혼다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혼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개발한 럭셔리 전기 SUV ‘아큐라 ZDX’의 생산을 중단했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GM의 얼티움(Ultium) 플랫폼을 활용한 전략적 모델이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혼다는 공식 입장에서 “수요와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라인업을 최적화한 결과”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이를 사실상 전기차 전략의 후퇴로 해석한다. ZDX는 럭셔리 전기 SUV 시장 진입을 노렸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차량 가격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막는 장벽이 됐다.


더욱이 혼다는 GM과 공동으로 추진하던 고급 전기차 라인업 개발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한 모델의 중단을 넘어 북미 전기차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한다.


temp.jpg 일본 전기차 미국 시장

닛산과 혼다의 결정 뒤에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2025년 9월 30일을 기점으로 해외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혜택이 대폭 축소되면서 일본산 전기차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후위기는 사기극”이라는 발언과 함께 전기차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트럼프는 과거 내연기관 규제 완화를 주도했고, 전기차 보조금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본 완성차 업계로 하여금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산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닛산과 혼다는 “비싸지만 매력 없는 차”라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흥미롭게도 이는 비단 일본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GM조차 전기차 생산 계획을 축소했고, 포드는 전기차 부문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은 인력 감축에 나섰고,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자금난에 직면했다. 한때 “전기차 혁명”이라 불리던 흐름이 이른바 ‘EV 캐즘(EV Chasm, 전기차 성장 둔화의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충전 인프라 부족, 긴 충전 시간, 높은 차량 가격,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원가는 기대만큼 빠르게 하락하지 않았고, 충전소 확충 속도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게다가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가치 하락률이 내연기관차보다 높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테슬라조차 2025년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하며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얼리어답터를 넘어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진통으로 해석된다. 이제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과 환경 의식에 기댄 틈새 시장이 아닌, 가격과 실용성으로 내연기관차와 정면 승부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temp.jpg 일본 자동차 전략

닛산은 과거 리프로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였지만, 지금은 테슬라, 현대차, BYD 등 신흥 강자들에게 밀려난 상태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명가”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지만, 순수 전기차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완성차 업계는 다시 하이브리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판매로 2025년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미국 시장에서 호조를 보였다. 도요타의 2025년 상반기 판매량은 5.5% 증가한 515만 대를 기록했고, 생산량도 5.8% 증가한 492만 대로 2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닛산과 혼다 역시 순수 전기차보다는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방향을 선회할 조짐이다. 하이브리드는 충전 인프라 없이도 운용 가능하고, 내연기관차 대비 연비 개선 효과가 뚜렷하며, 가격도 순수 전기차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로의 전환기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진다.


혼다는 이미 ‘어코드 하이브리드’, ‘CR-V 하이브리드’ 등을 미국 시장에서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으며, 닛산도 ‘e-POWER’ 기술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도기 전략이면서도, 동시에 당분간 주력 전략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선택이다.


닛산과 혼다의 생산 중단은 단순히 “일본 브랜드의 부진”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의존 단계”에서 “진짜 경쟁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보조금이 사라지고 정부 지원이 줄어들수록, 전기차는 순수하게 기술력, 가격 경쟁력, 브랜드 신뢰도로 승부해야 한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빠르게 추격하며 2위 자리를 굳혔다. GM의 쉐보레와 포드도 선전하고 있다. 반면 일본 브랜드는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는 기술력 격차, 디자인 경쟁력, 충전 네트워크 구축 속도에서 뒤처진 결과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승자 독식 게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력, 가격 경쟁력, 브랜드 신뢰를 모두 갖춘 기업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닛산과 혼다의 ‘급제동’은 어쩌면 그 서막일지도 모른다.


특히 중국 BYD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BYD는 2025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추월하며 세계 1위에 올랐고,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전기차는 여전히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시장은 이상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닛산과 혼다가 보여준 ‘브레이크’는 세계 자동차 산업이 현실을 마주한 첫 장면일 수 있다. 화려한 미래 비전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소비자 신뢰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기술 과시’의 단계를 넘어 ‘실용성 검증’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이제 “환경 보호”라는 명분보다 “내 돈으로 사도 아깝지 않은가”라는 실리를 먼저 따진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배터리 교체 비용이 부담스럽고, 중고차 가치가 급락한다면, 전기차는 아무리 친환경적이어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 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라는 안전한 카드로 후퇴하면서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전기차 기술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장이 다시 전기차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을 때, 일본 브랜드가 과연 다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남는 것은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냉정한 시장 논리다. 닛산과 혼다의 결정은 그 논리를 정면으로 마주한 결과다. 전기차 전성기는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고, 혹은 더 험난한 경쟁 끝에 진짜 강자만 살아남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바로 그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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