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고성능 전기 슈퍼카 ‘덴차 Z’가 유럽 도로에서 테스트 주행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자동차 업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포르쉐 타이칸과 테슬라 모델 S 플레이드를 정면으로 겨냥한 이 차량은 BYD가 단순한 대중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프리미엄 고성능 시장까지 노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인근 도로에서 목격된 덴차 Z 테스트 차량은 헤비 카무플라주로 위장되어 있었지만, 낮고 넓은 차체와 공격적인 공기역학 디자인은 숨길 수 없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카는 이 차량이 최소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낼 것으로 예상하며, 0-100km/h 가속을 2초 초반대에 끝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의 2.8초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차(Yangwang)는 2023년 출범 이후 오프로더 U8과 슈퍼카 U9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해왔다. 특히 U9은 수직 점프 기능과 세 바퀴 주행 능력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덴차 Z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서킷 주행에 최적화된 순수 퍼포먼스 머신으로 개발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빠른 가속력이 아니다. BYD는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와 e플랫폼 3.0 기술을 통해 전기차의 고질적 문제였던 무게 증가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50% 이상 공간 효율이 높으면서도 안전성이 뛰어나 화재 위험을 최소화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덴차 U9의 가격은 약 168만 위안(한화 약 3억1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의 국내 출고가가 2억8000만원 선임을 고려하면, 더 높은 성능에 비슷하거나 오히려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시장 진출 시에는 관세와 물류비용이 추가되겠지만, 그럼에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BYD가 자랑하는 핵심 기술은 배터리만이 아니다. 덴차 Z에는 BYD의 최신 전기 구동 시스템인 ‘디시시(DiSus)’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각 바퀴의 서스펜션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코너링 시 차체 롤을 최소화하고, 노면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차고를 조절한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같은 슈퍼카 브랜드들이 채택한 능동형 서스펜션 기술과 유사하지만, BYD는 이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속거리 역시 경쟁 모델들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BYD의 최신 블레이드 배터리 2세대는 에너지 밀도를 150Wh/kg에서 190Wh/kg까지 끌어올렸다. 덴차 Z에 150kWh급 배터리팩이 장착될 경우, 1회 충전으로 7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의 WLTP 기준 440km와 비교하면 60% 가까이 긴 수치다.
BYD가 굳이 유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뉘르부르크링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킷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든 고성능차 제조사들이 이곳에서 차량의 한계를 시험한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메르세데스-AMG 등이 랩타임 경쟁을 벌이는 이 성지에서 중국 브랜드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술적 자신감의 표현이다.
현지 자동차 전문가들은 덴차 Z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7분 30초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의 7분 33초보다 빠른 기록이다. 물론 아직 공식 기록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테스트 차량의 주행 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코너 진입 속도와 가속 능력이 기존 전기 슈퍼카들을 능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BYD는 이미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유럽 내 BYD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0% 증가했으며, 독일과 노르웨이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주로 중저가 모델인 아토 3, 돌핀, 씰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지만, 덴차 Z의 유럽 출시는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적 카드가 될 전망이다.
독일 자동차 시장 분석기관 CAM의 슈테판 브라첼 교수는 “BYD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은 단순히 한 모델의 출시가 아니라,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기술적으로 유럽을 추월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BYD는 배터리 생산부터 모터, 반도체, 소프트웨어까지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는 테슬라조차도 달성하지 못한 수준의 통합 능력이다.
포르쉐는 최근 타이칸의 개선 모델을 출시하며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충전 속도를 개선했지만, 가격은 여전히 2억원을 훌쩍 넘는다. 페라리는 첫 전기 슈퍼카 출시를 2025년으로 예고했지만, 예상 가격은 5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YD는 대규모 생산 능력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대폭 절감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100년 넘게 쌓아온 내연기관 기술이 전기차 시대에는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며 “BYD 같은 신흥 전기차 업체들은 기존 공장이나 엔진 개발 부서가 없어 오히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기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BYD는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26년 이후 진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성능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서 덴차 브랜드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포르쉐 타이칸과 테슬라 모델 S 플레이드는 각각 연간 200~300대 수준으로 판매되는데, 덴차 Z가 비슷한 성능에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다면 상당한 수요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선입견과 AS 네트워크 구축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BYD는 이를 위해 유럽에서 먼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품질과 성능을 검증받은 뒤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덴차 Z의 유럽 테스트 주행은 단순한 신차 개발 과정이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 자동차는 저가 저품질의 대명사였지만,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배터리 기술, 전동화 시스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포르쉐와 페라리가 지켜온 고성능 슈퍼카의 영역까지 중국 브랜드가 침투하기 시작한 지금, 전통 자동차 강국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과연 독일과 이탈리아의 명가들이 브랜드 파워와 오랜 헤리티지로 방어선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BYD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앞에 무릎을 꿇게 될지, 2025년이 그 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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