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보던 일본 자동차 업계가 전혀 예상치 못한 역습을 시작했다. 바로 중국 현지 기술로 무장한 초저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닛산과 토요타가 내놓은 중국 전용 모델들이 출시 한 달 만에 만 대 이상 계약을 따내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중국 브랜드의 텃밭에서 일본차가 다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보던 일본 자동차 업계가 전혀 예상치 못한 역습을 시작했다. 바로 중국 현지 기술로 무장한 초저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닛산과 토요타가 내놓은 중국 전용 모델들이 출시 한 달 만에 만 대 이상 계약을 따내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중국 브랜드의 텃밭에서 일본차가 다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닛산자동차는 중국 합작회사 동펑닛산을 통해 올해 4월 전기차 세단 N7을 11만 9,900위안부터 시작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했다. 한화로 약 2,300만 원 선이다. 출시 한 달 만에 1만 7,215대의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8월에는 월 판매량이 1만 대를 돌파했고, 10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N7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동펑자동차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이 모델은 73kWh LFP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625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200kW 출력의 전기 모터는 0-100km/h 가속을 6.9초에 주파한다. 공기저항계수 0.208Cd를 달성한 유선형 디자인과 15.6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딥시크 AI 음성비서까지 탑재했다. 경쟁 모델인 BYD 친 L EV나 샤오펑 모나 M03와 동급 가격대를 형성하며 중국 브랜드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bZ3X는 토요타가 새롭게 도입한 ‘RCE(Regional Chief Engineer)’ 체제의 첫 결과물이다. 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중국 현지 엔지니어가 주도했고,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설계가 이뤄졌다. GAC의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토요타는 2월 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5% 증가한 9만 5,800대를 판매하며 현지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닛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1월 14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N6의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가격은 10만 9,900위안으로 약 2,170만 원이다. N7보다 1만 위안 저렴한 가족 대상 저가 전략이다. N6는 180km의 전기 주행거리와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실용적 사양을 갖췄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동펑닛산 승용차 부사장 저우펑은 “N6는 우리 시대를 위한 자동차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N6는 12월 초 공식 판매를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라틴아메리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수출될 예정이다.
일본 브랜드들의 이러한 변화는 중국 시장에서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다. 닛산은 2025년 3월 결산에서 6,708억 엔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 7개 공장 폐쇄와 2만 명 감원을 발표했다. 혼다는 2025년 하반기 세계 판매가 전년 대비 14% 감소한 166만 대로 하락하며 일본 3강에서 밀려났다. 전 세계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이 생존의 열쇠가 됐다.
주목할 점은 개발 방식의 전면적인 변화다. N7과 N6는 설계, 개발, 부품 선택까지 모든 과정을 동펑닛산이 주도했다. 닛산 일본 본사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중국 스타트업 모멘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중국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해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295P 칩을 탑재하고 딥시크 AI 모델과 연동되는 등 첨단 기술도 중국산이다.
토요타도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bZ3X는 GAC의 플랫폼과 기술을 대거 활용했다. 토요타는 “단일 R&D” 전략에 따라 FAW 토요타, GAC 토요타, BYD 토요타, 창수 R&D 센터 등 중국 내 합작사를 통합하며 현지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펑닛산 총괄 관리자 세키구치 이사오는 “중국에서는 신차가 새로움을 빨리 잃는다. 모델 갱신을 포함해 제품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며 “우리가 중국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도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성공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닛산의 중국 판매는 10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하며 월간 판매에서 혼다를 제치고 토요타에 이어 일본 브랜드 2위에 올랐다. 토요타도 2월 중국 판매가 전년 대비 15% 증가하며 호조를 이어갔다. 반면 혼다는 11월 전년 대비 11.2% 감소한 2만 2,482대에 그쳤다.
닛산은 2027년까지 동펑닛산을 통해 4개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중국에서 2030년까지 연간 250만 대 이상 생산 목표를 세우고 생산과 판매 조직을 통합하는 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은 이미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어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2025년 중국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브랜드들은 유럽과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을 단순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배운 전동화 기술과 개발 노하우를 글로벌 시장에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N7과 N6 같은 중국 개발 모델을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며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락하며 위기에 빠졌던 일본 자동차 업계가 현지화 전략으로 반격에 나섰다. 저가 전략과 중국 기술 활용, 빠른 제품 주기라는 세 가지 무기로 무장한 일본차의 역습이 중국 시장의 판도를 다시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에서의 성공이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결정짓는 만큼, 일본 브랜드들의 중국 전략은 자동차 산업 전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