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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고스 Nov 06. 2022

변화가 간절해 두근거린 적 있나요? 1편

동료와 술자리에서 못다 한 이야기


여러 명이서 함께 이야기하는 술자리에서는 한 번에 많이 이야기할 수 없다. 문화적 영향인지 개인 성격인지 나는 꽤 자기 자신을 검열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본심과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퇴사자들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1년 정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옹호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자평했다.


이 말을 한 후 든 생각은 "나는 과연 그들 만큼 노력하고 있을까?", "내가 퇴사할 때는 과연 충분히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나?"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퇴사자들도 노력했는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도 할 수 없다" 따위의 냉소주의가 아니라,


"퇴사자들도 변화를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여러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어요"이다.


술자리라 생각할 시간도, 구구절절 설명할 시간도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희소하며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선형적(Linear)이지 않다. 그러면 지수함수적(Exponential)일까?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말해서 투자 유치라고 부르는 자본의 유입은 보통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단계적으로 자본이 얼마나 유입되느냐에 따라 계단식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보통 해당 투자 유치의 단계를 편의상 Seed, Series A, B, C... Exit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은 대게 이 Seed에서 A로, A에서 B로, N번째 단계에서 Exit으로 넘어가는 순간 회사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투자유치 직후 TO를 늘려 대규모 채용을 하기 때문이다. 변화란 필연적으로 어떤 이에게는 기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이다. 기회를 잡으러 들어온 사람 조차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스타트업 구성원은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나의 성장과 함께 조직, 회사의 성장도 함께 이루어나가야 한다. 또한 이 시점에 반드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고 변화하지 못하는 조직, 인원은 자의든 타의든 이 세계에서 업무를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아래 내용은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순간 일어나는 일을 나의 관점, 나의 경험에 기반하여 분석한 내용이다. 나의 경험은 주로 5명 정도 규모의 국내 IT 서비스 회사가 20명 규모까지 확장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존멤버는 바꿔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기준의 차이

스타트업에서 나보다 입사시점이 빠른 사람을 편의상 기존멤버라고 하자. 물론 내가 속했던 회사, 나의 경험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기존멤버는 분명 바꿔보려고 노력을 했다. 다만, 새로 입사한 인원의 기준이 꽤 높기 때문에 기존 문화가 마음에 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10에서 30까지의 변화를 고생해서 만들어냈는데, 새로 입사한 한 인원은 최소 70~80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이 경우 서로의 기준을 커뮤니케이션하고 앞으로 기준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전략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관점의 차이

스타트업의 기존 멤버는 이전 단계의 경영환경에 과적응(Overffiting)되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신규 유입된 새 멤버와 기존 멤버 간의 관점이 차이가 발생한다. 스타트업 경영진은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또 굳이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를 나누지 않아도 개인마다, 하부 조직마다의 특성이 있으므로 급진적인 변화를 꺼리게 되기도 한다. 새롭게 유입된 멤버는 다른 인더스트리에서 가지고 있던 관점, 학교에서 가지고 있던 관점, 사용자로서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변화를 주장한다. 물론 기존 멤버라고 해서 변화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오히려 스타트업 구성원이라면 생각보다 아주 진보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 멤버도 기존 멤버의 히스토리와 기여를 인정하기 때문에 두 관점이 충돌하며 수용과 절충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이 시기에 다뤄진 안건(Agenda)이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어떤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과 미래가 결정되기도 한다.


리소스의 차이

스타트업이 특정 단계를 넘어가는 시점은 위기와 기회가 함께 찾아온다. 스타트업 기존 멤버는 이 위기와 기회를 넘어서기 위해 분명 과로(overworking)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또한 스타트업의 기존 멤버들도 한때는 신입, 신규 멤버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들도 역시 그들이 생각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악전고투하였다. 나의 경우 모바일 앱 개발자인데, 중요한 키 파일, 인증서 파일, 기록문서를 요청했더니 대표가 3~4일을 걸려 개인 노트북의 로컬 저장소에서 찾아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이후로 중요한 파일을 어떻게 저장해야 할지, 중요한 key파일 및 인증서를 KMS에서 관리하는 방법을 만들었는데, 기본적인 체계를 zero to one 하는 과정에서 꽤 많이 지쳤던 기억이 난다.


커리어 라이프사이클의 차이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일반적인 커리어 라이프사이클을 1~3년 정도로 본다. 현재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3년 후에는 90퍼센트의 인원이 교체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이후에도 남아있는 사람은 보통 "고인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사람에 따라 n개월만에 퇴사하기도 한다. 이런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존 멤버는 대부분 x개월 후 퇴사할 사람, 신규 멤버는  1~3년 정도 회사에 다닐 사람이다. 기존 멤버는 x개월 후 퇴사할 회사에 큰 미련이 없고, 신규 멤버는 내가 최대 3년 정도만 다닐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물론 이러한 결정이 입사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래 다니려 계획한 사람도 생각지 못한 내외부 변화에 따라 일찍 퇴사하기도 하고, 입사 시점에 그렇게 오래 다니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생각지 못한 일의 의미, 회사의 매력을 발견하고 아주 오래 다니기도 한다.


히스토리의 차이

초기 스타트업은 업무의 히스토리가 잘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기 스타트업은 회사의 영속성에 대한 보장이 명확하지 않아 기록보다 생존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가 많다. 히스토리를 남긴다고 해도 체계화되어있지 않아 정작 필요할 때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도 하다. 기존 멤버는 신규 멤버가 알기 어려운 지난 2~3년 간 회사의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다. 이런 부분이 사내 권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신규 멤버는 기존 멤버에 의해 재해석된 회사의 히스토리를 구전으로 듣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 전달받는 정보의 양이 다르고 사실 관계도 다르므로 신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히스토리에 대한 전달이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규 멤버가 변화를 주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변화를 주도하려고 할 때마다 회사의 히스토리에 의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한 번씩 들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거 그때 해봤는데..."


우선순위의 차이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도 있다. 보통 신규 멤버는 제품을 어떻게 develop 하고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지,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기존 멤버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조직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데 더 포커스 되어 있을 수 있다. 조직의 리소스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다르면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시기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분명 양측의 의견이 모두 필요하다.


능력과 지식의 차이

사실 이 요소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지만, 분명 반드시 존재하는 차이이긴 하다. 사실 이건 신규 멤버냐 기존 멤버냐에 따라 결정되기보단 회사가 채용의 기준을 얼마나 높여가냐에 따라 달려있다. 채용 기준을 급진적으로 높여나간다면 신규 멤버의 능력이 출중한 경우가 많고, 현실과 타협해 기준을 조금씩 높여가거나 기존 멤버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면 기존 멤버의 능력이 일반적으로 더 출중할 것이다. 다만, 이 요소는 후술 할 마인드셋의 차이로 극복할 수 있는데, 극복하기 가장 쉬운 영역이기도 하다.


마인드셋의 차이

흔히 성장형 마인드셋이냐 고정형 마인드셋이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성장형 마인드셋이란 사람의 능력은 꾸준한 노력과 자기 계발로 향상할 수 있다는 관점이고, 고정형 마인드셋은 사람의 능력이란 선천적인 재능이나 학벌, 경제력, 지식수준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관점이다. 스타트업에서는 두 관점이 조직 내에서 충돌하게 된다. 보통 기존 멤버는 성장형 마인드셋을 재직 기간 내내 요구받으므로 성장형 마인드셋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고, 신규 멤버는 상대적으로 고정형 마인드셋을 갖고 있는 편이다.



이러한 차이는 관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의 다양성을 풍성하게 해주기도 한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협업과 대화를 할 수 있으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꽤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는 다음 글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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