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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Jul 16.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슬기로운 리뷰 #2

병원도 하나의 사회다.

그 안에 얽혀있는 이해관계로 갈등이 생기는데 그 이윤 여타 다른 집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이 잘 표현된 화가 아니었나 싶다.

같이 일하는 동기가 뒤로 갈수록 오글거리다던데 걱정이 된다.


1. 가면이 여러 개인 상사(0'~5')

인턴 때 가고 싶은 과를 도는 이유는 직장인으로서 그 과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함이 크다.

학생 때 실습을 돌면 모든 사람들이 잘해준다. 의과대학에 왜 왔는지, 나중에 어느 과가 가고 싶은지 궁금해하고, 비인기과의 경우엔 적극적으로 과 홍보도 한다. 그러다가 인턴이 되면 정말 많이 달라진다.

내가 수술과 인턴을 돌면서 첫날 들었던 말이 '이젠 학생 아니잖아요'였다. 좀 더 그 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자, 이제부터가 마음 속에 간직해왔던 희망과를 하나 둘씩 지워나가는 과정이다.

특히, 그 과의 진면모는 모두가 힘든 밤 늦게까지 일정이 끝나지 않을 경우 보여진다. 교수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 수술방에 있는 모두를 힘들게 할 때도 있는가하면, 늦게까지 수고 많았다고 커피 챙겨주는 곳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최악이었던 경험은 무리하게 수술을 잡았던 모교수가 수술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 수술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폭언을 하더니 이렇게 하면 자기 그냥 집에 가야겠다고 말한 때였다. 집도의로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책임감을 느낄 수 없었던 발언에 화가 치밀어 올랐었다.

여튼, 다시 본 궤도로 돌아가서, 학생에게 심지어 인턴에게도 잘해주지만 수련의에겐 매몰찬 교수들이 더럿있다. 그런데 또 그들 중 일부는 환자들에겐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어서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몇 분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려졌다. 그래도 한가지 위안점이라면, 적어도 오더는 다 넣어주신다는 점..? 

사실, 환자에게 친절한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수련의가 당신들 환자를 다 봐주고 있는데 좀 친절하게 해주시면 안될까하는 서러움이 있을 때가 있을 뿐.


2. 동의서 받기 ㅎ.. (5'20''~6'50'')

요즘 대부분 디지털 장비를 통해 동의서를 받지만, 어떤 곳에선 종의로 받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의료 시술을 받기 이전에 시술의 목적, 방법, 발생 가능 합병증등이 담겨있는 동의서를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받아야 한다.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선 당연한 절차이지만, 문제는 시술을 결정하는 자와 동의서를 받는 자가 다르다는데서 기인한다. 수술 동의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동의서는 인턴이 받는데, 인턴은 환자에 대한 파악이 안 돼있으므로 시술 자체에 대한 설명밖에 해드릴 수가 없다. 환자 혹은 보호자가 왜 이 시술이 필요한지, 앞으로 어떤 시술을 더 하게 될지 물어보면 답해드릴 수가 없다. 이건 인턴 입장에서도 답답하고 환자 측도 답답한 건데 주치의가 설명해주는 것이 베스트지만, 주치의도 바쁘니깐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생기게 된 것이다. 혹여나 입원하게되면 주치의 면담을 청하면 설명을 들을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고, 혹은 교수님께서 회진 도실 때 궁금했던 점을 메모해두었다가 물어보는 방법도 있겠다. 

개인적으론 여러 검사 수치 같은 것은 환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매번 피만 뽑히고 정작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르면 너무 억울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AI가 도입되면 의료진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테니, 앞으로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

이 에피소드에서 수술 동의서를 받아야하니 수련의가 직접 설명을 하게 된 것 같은데 보통 수술동의서는 수술 받기 하루 전, 일과가 다 끝난 다음 진행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즉, 보통 밤중에 진행되는데 일부 바쁜 과는 그게 새벽이 될 수도 있다. 이 땐 왜 한밤 중에 깨웠는지 불평을 하기보단, 이 과의 수련의는 이제야 하루 일과를 마쳤구나하고 동정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 사실 동의서라곤 하지만, 수술을 하려 들어왔기 때문에 동의서를 듣고 거절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이 기회를 통해서 시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정도 기대하면 될 듯하다.


3. 불평불만(11'50''~12'40'')

의료진 입장에서 이런 환자가 있으면 진짜 진짜 힘들어진다. 특히 목소리 높이는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당부해둔다. 의료진은 항상 바쁘고, 생명을 다루기에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에 바람이 아닌 햇볕정책을 펼쳐야 한다. 

상처부위를 소독하는 드레싱의 경우 한 주치의가 담당하는 환자가 10명이 넘어갈텐데, 그걸 하루 1번씩 더해달라고 하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 바랄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병원 인력은 항상 여유롭지 않아 해드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제일 직빵인 것은 교수님 회진 돌 때 부탁드리는 것이 좋다. 이것도 표현을 예쁘게 하는 것이 좋은데, 결국 자신을 담당하는 주치의와의 유대감이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바쁘신 건 아는데 아직 통증이 심해서 혹시 진통제를 증량해주시거나 다른 종류로 바꿔주실 수 있으실까요?'등의 표현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상황에 맞게 알아서 화이팅!


4. GS 수련의...?(19'25''~22'40'')

일반외과 수련의가 부족한 것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고, 현재는 그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PA라는 수술 전담 간호사를 고용하고 있다. 때문에 몇 병원에선 교수가 수술을 하기 위해 PA의 눈치를 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일반외과 수련의를 물론 배려해주시려고 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드라마에서처럼 눈치를 보진 않는다. 여전히 교수가 갑이고 수련의가 을이며, 보통 인력이 부족하면 을이 갈려나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병원에선 저 정도로 수련의가 부족하지는 않아서 저런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필자가 안 겪어봤으니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수술과는 수련의 때 보통 아주 기초적인 수술과 병동의 환자를 매니지하는 법을 배우고 펠로우가 되어서야 집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요즘 수련의 관련 법령이 제정되어 교수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인력이 줄어 그 업무 대부분을 펠로우가 하게 됐는데(펠노예) 그래서 수련의 막바지가 되면 자기 과 펠로우로 오게하려는 교수간의 눈치싸움이 펼쳐지긴 한다.


5. 나쁜 소식 전하기(33'20''~36'30'')

의사 국가시험 항목 중에 하나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데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응급실로 교통사고로 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살아날 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급격한 건강 악화는 제때 처치만 잘 해주면 급격하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즉, 함부로 속단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응급실에서 일할 땐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 영상 결과 기다리고 말씀드리겠다 이런 식이다. 이러니 영상의학과가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영상 판독을  맡겨야 하니


6. 수술실(50'~55'40'')

일단 수술장 복도 안으로 들어가면 무조건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일반 마스크랑 다른 걸 알 수 있다. 귀에 거는게 아니라 끈으로 묶는 형식이라는 것

귀에 거는 Dental mask는 수술 도중에 빠질 수가 있어서 이걸 사용한다

수술 중 감염에 민감한 과는 이 마스크를 2개씩 착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NS나 OS같은 곳에선 위와 같이 군밤 장수가 쓸것 같은 Surgical hood를 추가적으로 착용하기도 한다. 수술장이 이만큼이나 감염에 철저한데, 1화에서 무슨 이상한 스타워즈 모자를 쓰고 들어간다니!

그리고 깨알 현실반영이 된 장면이 있었다.  

학생들이 수술 필드 가까이 가려하자 수술장 간호사가 "이 선 안으로 들어오시면 안돼요"하는 장면이다. 아마 수술장 실습을 돌았던 의과대학 학생이라면 이 말 한번쯤은 들어봐야 정상이다. 

수술장 안에도 간호사가 있다. 이들은 수술장비를 준비하고 수술 도중 의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짬이 차신 분은 수술을 보고 있다가 필요할 때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도구를 건내 줄 정도가 되는데, 수술 내내 아무 말 없이 눈빛만으로 진행되는걸 보면 가히 경이로울 때가 있다.

여튼, 이 간호사들은 수술 필드가 오염되는 것(=컨탬)을 극도로 싫어해서 학생이나 인턴과 같이 만만한 사람들이 어리숙한 행동을하면 가차없이 "선생님, 이러시면 컨탬되는거 몰라요?"나 "선생님 옷 다시 갈아 입으세요" 등등을 지적하곤 한다. 이렇게 말하니 너무 감정이 실린것 같은데, 이들이 성공적인 수술 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매우 중요한 인력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본과 학생들 들어온 것을 알면 가까이 와서 보라고 한다든지,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하는 장면도 정말 현실 고증을 잘한 것 같다. 외과 의사가 시나리오 쓸 때 개입하지 않았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참고로 여자 의사들은 최대한 머리카락을 Surgical cap 안으로 넣어야하는데, NS 3년차 선생님으로 나오신 분이 그러지 않은 것 같아 좀 아쉽다.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수술 전 손을 씻고 손을 하늘로 올리는 것은 물방울이 손 끝으로 고여 세균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니, 생각보다 행동 하나하나에 감염을 막기 위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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