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다치즈 Jul 16.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슬기로운 리뷰 #3

아아.. 한국드라마 아니랄까봐 벌써부터 로맨스로 향하고 있구나~

그럼에도 이번 회차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던 건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인 그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주제로 글을 쓸 수 있게되어 참 감사하다.


1. 싸가지 없는 의사(2'40''~4'10'')

의사라는 직업을 하다보면 일반인의 사고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가령 이 에피소드처럼 수술 하루 이틀 미루는 것이 대수인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사에겐 이틀이라는 시간이 48시간이며 2880분이고, 그 분 하나하나에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당연히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걸 말로 내뱉고 말고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의사라면 저 발언이 상당히 어처구니 없게 느껴질 것임은 부인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에게 인문학적 감성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본인이 인감임을 망각하고, 그저 직업에 본인을 빼앗겼기에 저러한 사단이 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가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란 쉽지 않다. 예과 땐 노느라 바쁘고, 본과 땐 공부하느라 바쁜데, 이런 쪽에 관심이 있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선 시간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론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이러한 영역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Pass or Fail로 교육과정을 개편하여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여유'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노는 것, 휴식을 취하는 것을 마치 죄악처럼 취급하는 교수들이 있는데 그러한 시간이 있어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떠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2. 아기들의 반사작용(13'~13'20'')


물론 이 장면은 의과대학 학생의 진심이 아기에게 닿는 것을 시각화하는 나름의 '감동장치'일 수도 있으나...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특이적인 반사 작용이 있다. 예를 들어 Sucking reflex의 경우 입에 닿는 물체를 본능적으로 빨려고 하는 반사로 젖을 먹기 위한 생존이 발현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Grasp reflex라는 것이 있는데, 말 그대로 손 근처에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잡게 되는 반사이다. 즉, 이 아이는 의과대학 학생이 손을 가져다 놓았기에 본능적으로 손을 잡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ㅎㅎ... 그것도 모르고 흉부외과를 지원한다고 하다니~ 너 분명 나중에 1번은 후회할꺼다. 공부좀 열심히 하지 그랬니


3. 흉부외과 의사란(41'10''~42'50'')

이 드라마에서 정말 흉부외과 교수 역할은 잘 그려낸 것 같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한 가지 한 가지가 다 어색하지 않다. 신경외과 교수도 나름 잘 그려낸 듯

모든 수술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흉부외과, 특히 심장 수술은 그 중 거의 최고봉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수술이 잘 될 것이다 라고 말할 수가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한다고 말할 뿐이다.

흉부외과 인턴을 돌았을 때 나이가 60을 넘기신 과장님께서 새벽 1시까지 심장 수술하셨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환자 상태가 걱정되셨는지 2~3시까지 계속 옆을 지키셨었다. 흉부외과 의사의 삶이란 희생 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삶. 

흉부외과 교수님들께서 젊으셨을 땐 바빠서 집에 못 들어가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 좀 여유로워지시면 가족이랑 친할 기회를 박탈당해 집에 잘 안 들어가신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참 아팠던 기억이 난다.

흉부외과, 참 매력있는 전공임에 틀림없지만 내 자신의 삶에 욕심이 있으면 갈 수가 없는 과인 것 같다. 필자가 만약 인생을 2번 살 수 있다면 한번은 흉부외과 의사로 살고 싶다.


4. 다시 돌아온 심장(70'~73'50'')

학생 때 흉부외과를 돌면서 교수님 바로 옆에서 수술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가운을 다 입은 상태로.

판막 수술이었고 수술 직전에 심장을 멈춘 다음 기계를 통해 순환을 시키게 되는데 이 때 최대 4시간인가 안에 끝내야 예후가 좋은 것으로 기억한다.

수술을 끝내고 다시 심장을 뛰게 할 때 전기 충격을 가하는데, 이것을 내가 할 수 있게 해주셨다. 확실히 심장이 갖는 상징성 때문인지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죽은 듯 가만히 있었던 심장이 나로 인해 뛰게 되는 그 순간을 과연 몇명이나 해볼 수 있을 거란 말인가. 그 때 교수님께서 너가 오늘 한 행동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일거라고 하셨는데, 캬~ 진짜 흉부외과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멋있는 대사인 것 같다.

참고로, 이 때 혈압을 보면 80/60 정도로 나오는데 보통 어린 아이들은 성인 보다 정상 혈압이 낮고, 특히 심장 수술 직후엔 기능이 100%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낮게 나올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1화때 중환자실에 어떤 아이 vital sign이 흔들린다고 난리 피웠던 장면이 있는데 이 때 기계를 보면 혈압이 120/80 정도로 나온다(이걸 또 확인하는 나는...) 이것도 엄청난 오류임을 드라마 관계자분께 알려드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슬기로운 리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