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봤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엔딩으로 2부를 기다리게 하지만 그건 그거고.
필자가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의학드라마라는 측면에서 분명 필자의 인생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드라마도 처음부터 끝가지 다 본 경우가 많지 않음)
이 드라마의 좋았던 점은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의사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의사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한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생명이라는 좀 특이한 대상을 다루는 직업이다.
하는 일이 좀 특별할 뿐,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의학드라마는, 보진 않았지만, 건너 듣기론 플라톤이 꿈꿨을 만한 철인들이 지배하는 병원을 그려놓은 듯한 모습이었기에 왠지모를 거부감이 들었었다.
그 불편한 점을 어느정도 보정하였기에 정주행을 할 수 있지 않았나 평가해본다.
리뷰하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결국 의과대학 학생 때 실습했던 경험과 인턴 때의 1년간의 시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뭐... 지금 선택한 길이 만족스러우니깐 후회는 없다만 그래도 몇 장면들을 보면서 저런 감정을 더 이상 직접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쬐금 아쉽긴 하더라.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대학병원은 아산병원을 모티브로 삼지 않았나 싶다.
간이식 수술을 많이 하고, 흉부외과나 소아외과의 굵직굵직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은데다가 강원도 쪽에도 같은 재단의 병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아산병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물론, 주인공들의 출신은 서울대학교이지만, 처음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이 세워졌을 때 서울대학교 출신 의사들이 많이 스카웃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 이런 역사들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서울대학교병원이나 삼성병원은 그래도 실습을 돌아봤는데 아산병원을 학생으로서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병원 중 하나인데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나중에 그 쪽 교수님들 뵐 기회가 있으면 한번 여쭤봐야겠다.
이 드라마에서 현실과의 제일 큰 괴리감은 캐릭터도 캐릭터 나름이지만, 응급실로 들어온 환자들이 너무나도 쉽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저 정도 규모의 병원이면 정규 수술이 꽉 차 있어서 왠만한 급의 수술이 아니면 응급으로 잡기 힘들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너무나도 흔히 나오는 두개강내 출혈이 심한 경우면 바로 수술을 잡아야겠지만 필자가 응급실에 있으면서 해당 건수로 수술장으로 갔던 경우는 1달에 딱 1번 봤다. 그것도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하지 못해 전원왔던 환자 케이스. 스토리를 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이라고 본다. 괜히 수술받기 위해 응급실로 가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의미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살리려는 수많은 의사들이 잠을 줄여가며 사투를 버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항상 감사드리고 있다.
좀 더 좋은 환경이 제공되어 그들이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환자를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