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겪었던 구조조정의 칼날을 Ericsson에서도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취직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발표된 Layoff 공지는 급작스러웠어요. 침체된 시장 분위기와 예상 전망치를 고려하면 납득은 되었습니다만, 막상 겪으니 스웨덴이나 한국이나 벌어지는 일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엔지니어의 이세계 회고록"에도 적었던 것처럼, 삼성전자 LSI 사업부에서 "전환배치"란 형태로 겪었던 구조조정은 갑작스러웠고, 비가역적이었으며, 절대적이었습니다.
Ericsson BNEW에서는 조금 달랐어요. 창사 이래로 가장 빠르게 진행됐다던 Layoff의 과정은 우선 전 직원에게 구조조정에 관한 근거가 포함된 공지가 전달된 후, 노동조합들과 협의를 마친 다음에 개별 직원에게 통보되었고 대충 3달가량이 걸렸습니다.
Layoff 대상자들은 다른 직무/직군으로의 전환이나 보상 패키지가 제공되는 퇴사라는 두 가지 방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퇴사를 선택해도 회사를 몇 달간 더 다닐 수 있고 그 이후에도 회사차원의 보상과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었어요.
정리하면, 구조조정이나 Layoff나 결과는 똑같아요. 대다수는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소수는 퇴사하거나 재배치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보여요.전자는 빠르고 효율적이기에 기업에게 유리해 보이고 후자는 정보의 공유와 협의, 선택권이 제공되기에 직원에게 유리해 보입니다.결론적으로 둘 중 어느 쪽이 정답이라거나 좋다거나 옳다고 보기 어렵네요.
그러나이런 게 뭐 그리 중요할까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란 말처럼 결국에는 누구나 태어나서 살다가 죽습니다. 삼성전자나 Ericsson이나 삶은 다똑같네요.
그렇지만, 저는 Layoff를 겪고 난 다음에 '회사가 날 부품으로 여긴다'는 생각보다는 '그래도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나 스웨덴에서나 주로 저는 '을'이었기에 후자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제가 '갑'이었다면, 전자를 더 좋아한다고 느꼈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