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God We Trust. 달러 지폐에 적힌 이 글귀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과 극단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 미국을 상징합니다. 어떻게 그런 빈부격차를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고 가르치는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이 용인하며 살아가는지 오래전부터 궁금했어요. 그리고 아내의 미국 친척들을 방문하는 이번 여행에서 만난 David와 이야기하며,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앞서 말한 모순을 파고들어 가다 보니, 결국 David의 믿음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신앙에 관한 대화에는 개인적인 사생활이 너무도 많이 담겨있네요. 따라서, 이 글은 지난날의 제가 품어온 질문에 상상 속의 David가 답하는 식으로 풀어 나가보려 합니다. 이 문답은 사실 해답이라기보단 점점 더 깊어지는 질문의 연속입니다. 그 끝에는 아쉽지만 결국 어제의 저조차 오늘의 제게 동의할 수 없는 간극이 남아요. 그럼에도 Agree to Disagree의 자세와 함께라면 서로의 다른 논리를 수용하진 않더라도 용납할 수는 있겠지요.
"David, 오늘날 미국의 한 편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삶을 누리는 이들이 있고 반대편에는 가난에 신음하는 이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이 문제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가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보다 쉽다는 성경 말씀처럼, 그 부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오롯이 따르지 못해서 그래. 오늘날 많은 부유한 기업들이 돈 때문에 직원들을 한 순간에 해고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나지."
"그러면 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돈보다는 사람을 우선해야지. 그래서 나는 작은 건설사를 운영하면서 수익보다 몇 십 명 정도의 적은 팀원들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 코로나로 일거리가 줄어들었어도 대형 건설사들처럼 그들을 자르기보단,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함께 일하는 중이야."
"그건 참 좋다. 하지만, 너는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건설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 텐데?"
"맞아,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크리스천이라고 말하지만, 진실로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이는 적어서 그래. 나 자신조차도, 그 말씀들을 따르고 싶지만 가끔씩은 그러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니까. 그럴 때마다 참회하고 회개하지."
"그럴 수 있다니 멋있네. 그런 너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네 팀원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사실은 나도 행운아야. 날 신앙의 길로 이끌어준 아내와 처가 식구들을 만난 덕분이야. 성경을 지식으로만 여기던 내가, 이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부터 그 지식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됐어. 지식으로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천지차이더라."
"그렇지, 근데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실제로 따르긴 너무 어렵고 힘들지 않을까?"
"맞아,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시작한다면 가능해. 나도 예전에 교회에서 멕시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나서부터, 매년 그곳에 노숙자들이 살 집을 지어주는 나눔을 다른 크리스천들과 함께하는 중이야."
"그거 참 좋은 일이다. 만약에 모두가 너처럼 성경 말씀을 따를 수 있다면, 분명 세상은 놀라워질 거야."
"에이, 나도 사실은 엉망이야.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성경 말씀을 따른다면, 지금보단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
그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밤이 늦었기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했어요. 무신론자인 나와 맥주 한 병을 함께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눠준 크리스천 David에게 감사를 전하며, 그 대화를 담은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미국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기반으로 제 관점에서 미국의 빈부격차에 대해서 풀어 보겠습니다.
<무신론자 Dominic의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P.S. David와 이야기했지만 맥락에 맞지 않아 생략한 주제들을 함께 덧붙입니다.
성경 속에 담긴 시대를 앞선 지식과 논리, 그리고 믿음.
창조론의 신이 설계한 인간이란 논리의 흐름이 진화론의 자연선택으로 발전한 인간이란 논리와 닮은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