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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피free dompea ce Dec 07. 2023

잘 쓰기 1-1  논술형 답안의 기본(1)

논문답지 - 논술문 문항 답안 작성을 위한 지침서

 <잘 쓰기> 1-1. 논술형 답안의 기본 (1)

빈칸은 연결고리로 채운다.     

  

  ‘성실함, 체중 감소, 성적 상승’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단어들이다.

  ‘논문 답지’의 첫 꼭지는 기분 좋게 이 단어들을 생각하며 시작해 보도록 하자.

  나를 기분 좋게 해 주는 이 단어들은 서로 어떤 관계일까?     

 

 게으르게 지냈던 나를 반성하고 성실하게 생활했더니, 생활 리듬과 생체 리듬이 좋아져서 살이 빠지고, 살이 빠지니 자신감이 생기고,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학업에 더 충실할 수 있어서 성적이 올랐을 수 있다.      


  아님, 학업 계획을 나에게 맞게 수정했더니 성적이 오르고, 이를 다이어트에 적용해서 계획적으로 식단을 조정했더니 살도 빠졌다. 성적이 오르고 살이 빠지니 자신감이 생겨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니 성실해졌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체중이 줄어서 성실해지고, 성실해지니 성적이 올랐을까? 아님 성실한 생활이 성적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까?     


  맞다. 무엇이 어떻든 세 개 중 하나라도 내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성실함, 체중 감소, 성적 상승’의 상관 관계를 통해 우리는 결론과 근거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따라 근거와 결론이 서로 뒤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따라 내가 내린 결론이 다른 사람에게 납득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실하여 체중이 감소함으로써 의욕적인 태도로 학업에 임하게 된다’는 설명은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누군가는 ‘아니, 체중이 감소하면 잘 차려입고 놀러 나가야지, 웬 공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체중 감소가 학업에 충실한 태도를 갖게 해 준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성적 향상’이라는 결론 역시 힘을 잃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타인을 설득하려면 근거와 결론 외에 ‘내가 찾은 근거가 내가 내세우는 결론에 어떻게 도달하게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술형 문항 답안을 작성할 때 ‘더 쓸 말이 없어. 추우니까(근거) 패딩 판매량이 늘어날 것(결론)인데 뭘 더 쓰라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빈 시험지만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내가 찾은 근거가 내가 내세우는 결론에 어떻게 도달하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추우니까 패딩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날씨가 더 추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격식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사회 문화 변화가 자켓이나 코트보다는 패딩을 선호하게 한다.’라든지, ‘패스트패션 사업 발달에 따라 저렴해진 다운 제품들이 유행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패딩을 선호한다.’라는 연결고리를 토대로 패딩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결론을 서술해야 한다. 답안지의 비어있는 빈칸은 바로 이렇게 채우는 것이다.     


  <논술형 문항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단편적 지식 암기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비교해서 합리적인 판단력을 길러준다,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등의 말은 바로 이러한 관점이 반영된 의견들이다. 논술형 문항이 “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논술 문항에서 ‘자기 생각, 자신의 관점, 자기의 의견’을 쓰라는 경우 역시 ‘근거가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쓰라는 의미이다. 내신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님들은 ‘일반적인 중고등학생이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논술 문항의 난이도를 결정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일 필요는 없음을 잘 기억하자.     


  연결 고리를 잘 작성하기 위해 우선 논증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스티븐E.툴민이 쓴 <논변의 사용(The Uses of Argument)>에서 제시한 ‘6단 논법’이 있다. 흔히 ‘툴민의 논증 구조’라고 하는 이 방법은 토론이나 논술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모형이다.                          

<툴민의 논증 모형>

  이 모형은 실제로 토론에서 논증을 만들거나 검증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방법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도 툴민의 논증 구조에서 <근거-연결고리-주장>의 관계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내가 찾은 근거가 내가 내세우는 결론에 어떻게 도달하게 되는지’가 바로 ‘연결고리(=이유, =전제, =근거가 주장에 도달하는 이유나 과정, =뒷받침 문장)’를 보다 쉽게 설명한 것이다. 앞서 든 예에서 ‘날씨가 춥다’가 근거, ‘패딩 판매량이 늘어난다’를 결론, ‘격식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사회 문화 변화’를 연결고리로 볼 수 있다. ‘보강’, ‘조건’, ‘반론’은 <근거-연결고리-주장>을 기본 골자로 논증을 보다 정밀하게 또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설명할 예정이지만, ‘보강’에 대해서는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강’은 ‘연결고리’에도 <근거-연결고리-결론>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쉽게 말해 근거와 결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시 ‘근거, 연결고리,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격식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사회 문화 변화’ 역시 ‘우리 사회가 격식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시한다’라는 주장으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우리들이 실용성을 격식보다 우선시하는지(연결고리)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격식을 따지고 중요하게 여긴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격식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시한다’는 연결고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결고리 자체 내의 ‘논증 구조’ 또한 글쓰기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결 고리의 연결 고리’는 또 어떡해야 할까? 연결 고리 안에 논증 구조가 들어가 있다면 그 논증 구조에도 연결고리가 있을 테고, 그 안의 연결 고리 역시 논증 구조를 가지게 되므로, 거기에도 연결 고리가 있을 텐데...이렇게 끊임없이 연결고리를 만들다보면 논증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것은 누구나 그렇다고 볼 수 있는 선까지이다. 하늘이 파랗다든지, 지구는 둥글다라는 보편 타당한 사실까지 연결고리로 설명한 필요는 없다. 만약 함수 문제를 증명하기 위해 최대 공배수가 필요하다면 ‘최대 공배수는 70을 이용해서’라고 하면 되지, ‘왜 70이 최대 공배수인지’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물론 최대 공배수를 잘못 설정할 수도 있지만 이는 논증의 검증에 대한 것이지 논증 구조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국어 과목을 예로 들면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을 ‘애민, 자주, 창조, 실용’이라고 배웠다면 ‘훈민정음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서술하시오.’라는 논술 문제의 답안에 왜 ‘애민과 자주 정신이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인지까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채워야 할 빈칸이 많다면 이에 대해 서술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논제에서 다소 동떨어진 대답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일반적 상식이나 사회의 통념, 특히 수업 시간에 배운 해당 과목의 기본적인 지식, 이미 문제에서 제시된 조건> 등을 연결고리로 굳이 설명할(논증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연결고리가 우리의 일반 상식이나 사회적 통념, 수업 시간에 배운 기본 지식,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기반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논술 문제가 ‘일반적인 중고등학생이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질문을

  “쓸 말이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쓸까요?”에서

  “연결고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로 바꾸어 보자.      

  “추우니까 패딩을 입는 건데, 여기서 어떤 생각을 하라는 걸까요?”에서

  “추운데 코트나 재킷 대신 패딩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로 바꾸어 생각해 보자.      

  ‘연결 고리’를 이용해 우리 답안지의 빈칸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보다 면밀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다음 시간에는 논술형 답안의 기본 두 번째 시간으로 근거, 결론, 보강 등 논증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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