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치프 전시회 후기
두번째작업실의 카페 영업을 종료하고 공유 작업실로 변경하는 동안, 많은 여러 가지 외주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내부정리까지 정신이 없이 보내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여름이었는데 순식간에 차가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었군요.
연말도 다가오고 어느 정도 내부, 외부적 요인들이 정리되어 가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냥 멀뚱히 시간을 보내버리기보다는 무언가 머릿속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러 전시회, 박람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전시회나 박람회에 다녀오면 왠지 스스로에 대한 마음가짐도 다시 잡게 되고, 새로운 영감을 얻어 돌아오기도 하죠.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전시회를 찾아다녀보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 기록도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해서 다녀온 전시회는 요즘 인스타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대림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미스치프 MSCHF : Nothing is Sacred'입니다. 유튜브에도 올려두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도 둘러봐주세요~
유튜브 바로가기 : https://youtu.be/ae81KlTBUhg?si=FKQBagUsvd5eagFB
미스치프 전시회는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대림미술관에서 진행 중입니다. 지난 11월 10일에 오픈해서 내년 3월 31일까지 관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스치프의 팬이라 매우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콘텐츠들로 전시장을 채웠을지 굉장히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미스치프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한 트렌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이트였습니다. 그날도 한창 기획업무를 진행 중이라 트렌드 리서치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데일리 트렌드'라는 사이트에서 '사탄 슈즈'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릴 나스 X와 미스치프가 협업을 해서 나이키 에어를 재해석한 작품이었습니다. 나이키 에어 안에 사람의 피와 색소를 넣어 만든 액체가 들어있고, 곳곳에 악마의 상징이 들어간 이 작품은 총 666켤레의 한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신발을 만들겠다고 나이키와 이야기가 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소송까지 갔었는데, 놀랍게도 10여 분 만에 모든 작품이 완판 되었다고 합니다.
사탄 슈즈와 정 반대편에 있는 지저스 슈즈라는 작품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명 기업들이 유명인사들과 콜라보하는 세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예수'를 나이키 에어와 콜라보시킨 작품입니다. 놀랍게도 이 신발에는 바티칸에서 인증을 받은 성수가 나이키 에어 부분에 들어있습니다. 물 위를 걷는 예수의 이야기를 신발안에 그대로 담아냈죠.
이 작업들을 보고 미스치프라는 곳이 궁금해 습니다. 그래서 다른 작업들도 하나 둘 찾아보기 시작했죠. 그리고 놀랍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아서 점점 이 그룹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보다 보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내놓을지 꾸준하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대림미술관에서 주최를 해서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전시회를 연다고 하니 너무 궁금하고 안 갈 핑계를 찾는 게 어려웠죠. 오픈일 당일에 꼭 가보고 싶었지만 이전에 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 바로 갈 수는 없었고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가 된 뒤 여유롭게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느긋하게 관람하고 싶어 화요일 점심 무렵에 다녀왔습니다. 역시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여유롭게 관람하기에 좋았습니다.
전시장에서 느낀 첫인상은 미스치프라는 그룹이 정말 똑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발상도 그렇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매우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어젠다를 던지는 것뿐 아니라 위트를 이용하여 작품으로서 풀어낸 방법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웹으로만 접하던 작품들이라 실물이 어떨지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상상으로는 와닿지 않았던 부분들이 실제 작품을 접해보고 체험해 보니 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는지 표현해보고 싶었는지가 잘 나타나있어서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는 'Msdical Bill Art'입니다. 실제 의료비 청구서를 그대로 확대해 그린 세 점의 유화 시리즈입니다. 각 청구서에 기재된 금액은 수령인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금액이었습니다. 각 유화 작품은 작품에 그려진 청구비와 동일한 금액으로 판매되었고 수익금은 수령인의 의료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부채의 가치와 예술 작품의 가치를 1:1로 대응시키면서도 예술작품의 생태계와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영리한 방법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Children's Crusade'라는 이름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로봇입니다.
사람들이 정부를 향한 불만, 항의 등의 메시지를 온라인으로 적어 보내면, 미국 의회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어린아이들의 필체로 바꿔서 편지를 작성해 줍니다. 국회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나 이메일은 무시되기 쉽지만, 아이들의 편지는 탁월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로 활용할 수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우선적으로 이 것을 처리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에서 착안한 작품입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든 현실과 시스템을 풍자한 작업이라 그런지 더더욱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는 'Red Big Foot'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스타그램을 강타했었던 일명 아톰슈즈라고 불리는 빨간 부츠입니다. 전시장 3층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간 부츠뿐 아니라, 검은색 부츠, 크록스와 협업하여 만든 노란 부츠까지 총 3가지의 신발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착용 신발도 준비되어 있어서 직접 신어보고 사진도 찍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신고 있는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신어보고, 경험해 보고,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이미 유행은 다 지나갔지만, 오브제로서 구매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신발이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메시지를 굉장히 잘 넣는다'였습니다. 어떤 핵심 메시지를 상업적으로 잘 풀어내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들어간 작품들의 경우, 상업성이나 대중성보다는 메시지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미스치프의 작품들은 그 밸런스를 굉장히 잘 맞추고 있었다고 느껴졌습니다.
무거운 메시지를 상업성을 통해 가볍게 만들어주면서도 메시지 자체의 묵직함은 그대로 남겨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저도 디자인과 컨설팅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렇게 대담하고 유쾌하게 진지한 메시지와 상업적 가벼움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서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방법은 꼭 배우고 싶었습니다
창의성이 필요한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그런 전시입니다. 혹 이 전시회 다녀오신 분들 중 인상에 남았던 작품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저도 다시 한번 전시회를 복기해 보면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인상 깊게 본 전시회나 박람회가 있다면 기록으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천해 주실 만한 전시회도 댓글을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다른 기록을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