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스포츠 > 축구 중계
다시 시작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반전을 끝으로 2018 한국 축구 대표 팀의 러시아 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경기였던 독일 전에서 거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의 감동은 자연스럽게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녀 축구 대표 팀이 펼칠 활약상에 대중의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보고 싶다. 녹색 운동장 위에서 축구선수들이 보여줬던 그때의 그 감동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 듣고 싶기도 하다. "경차가 스포츠카 이길 수 있다", "욕먹기 전에 좀 잘하지"라는 촌철살인의 MBC 축구 중계 해설을 다시 또 접하고 싶다. 현장 생중계는 아니었지만, 생중계 못지않게 세간의 화제를 이끌었던 BJ ‘감스트’의 청량감 넘치는 그때 그 방송을 다시 만나고 싶다.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MBC가 2018 월드컵에서 생중계와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다른 어떤 방송보다 시청자와 호흡했기 때문이다. MBC는 시청률로 보여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MBC는 9.9%(TNMS 미디어데이터 기준)를 기록, 동 시간대 KBS2(5.9%)와 SBS(5.1%)를 제쳤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다른 방송국에 비해 약 두 배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상 MBC의 판정승이었다.
단순히 시청률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용 면에서도 그러했다. MBC는 2018 월드컵 중계방송에서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방송을 했다. 왼발 축이 어떻고, 오른발 각도가 어쩌고, 킥의 회전이 어때야 한다는 등 이전 월드컵 중계에서 보여줬던 시청자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전문가들의 해설을 이번 월드컵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MBC 축구 중계는 보여줬다. 각 방송사별로 축구선수 출신 해설자를 내세웠는데,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중계방송의 품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생중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유튜브 방송과 소셜미디어에서도 MBC 중계는 다른 두 방송국에 비해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높은 조회수를 보이며, 공유됐다. 사실상의 압승이었다. MBC 스포츠 중계방송이 이렇게 흥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 사람들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현영민, 박찬우, 허일후 중계진이다. 이들은 한국 축구 대표 팀 경기를 맡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명품 해설을 보인 숨은 공헌자들이 있었다. 세 사람은 안정환, 서형욱, 김정근 조합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 탁월한 해설과 중계를 보여줬다.
현영민, 박찬우, 허일후, 세 사람은 사실상 결승전과 다름없다는 < 포르투갈 대 스페인 > 전을 담당했고, 세계적인 빅 매치로 불렸던 < 브라질 대 벨기에 > 전을 맡아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이 밖에도 한국의 16강 여부를 결정할 < 독일 대 멕시코 > 경기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의 예선전을 중계했다. 중요도와 비중 면에서 다른 조합에 절대로 밀리지 않는 중계를 했다.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박찬우 해설위원의 설명에선 해박한 축구 지식과 수준 높은 분석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러시아에서 선수 경험이 있는 현영민 해설위원은 경기장에 나선 선수들의 상태를 꼼꼼히 짚어줬다. 허일후 캐스터는 신뢰감을 주는 활기찬 목소리로 시청자에게 높은 전달력을 제공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세 사람은 월드컵 내내 안정감 있는 중계를 보여줬다.
오프라인 현장에 '안정환'이 있었다면 온라인에는 ‘감스트’가 있었다. 사실 월드컵 전까지 사실 ‘감스트’가 정확히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프리카 TV의 인기 축구 BJ(Broadcasting Jockey)로 유명세가 높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그가 하는 방송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다른 여타의 BJ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말과 거친 욕설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BJ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편견이었다. 그릇된 생각이었다. 감스트가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는 경기 해설과 중계는 기존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중계와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시청 내내 눈과 귀를 집중시켰는데, 그 이유는 이러했다. 감스트 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이들은 10~20대인데, 감스트는 실시간 댓글로 이들과 교감하며, 자신이 바라보는 축구 관점을 전달했다. 전문가의 화법이 아니라 10~20대의 언어로,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공감을 유도하는 반응으로 그렇게 자신의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감스트는 드러냈다. 왜 MBC가 자신을 선택했는지 스스로 입증했다. 때로는 비속어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MBC PD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월드컵 기간 내내 축구라는 영역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십분 발휘했다. 현재 선수들의 상황이 어떠한지, 감독의 전략과 전술이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본 방송이 끝난 뒤에도 별도의 방송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했다.
그래서일까. MBC와 손을 맞잡은 감스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누적 시청자 36,982,438명을 기록했다. 이 숫자는 의미한다. 약 3천6백 만여 명이 약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온라인에서 MBC와 감스트를 봤다는 것을 얘기한다. 지금 어떤 방송이, 그리고 어떤 사람이 대중의 관심을 이렇게 한 몸에 받고 있을까.
MBC는 현재 준비 중에 있다. 8월 15일 수요일 21:00에 열리는 남자 축구 대표 팀 < 대한민국 대 바레인 > 전의 경기와 8월 19일 일요일 17:00에 열리는 여자 축구 대표 팀의 중계를 앞두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여줬으면 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처럼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시청자에게 그때의 그 감동을 다시 전달해줬으면 한다.
누군가는 말했다. 현영민, 박찬우, 허일후 조합이 2진이라고 했다. 그런데 결코 2진이 아니었다. 전면에 있지 않았을 뿐, 보이지 않은 곳에서 MBC 중계를 책임진 공헌자들이었다. 사람들은 평가했다. 감스트를 보며 B급이라고 분류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월드컵 때 목격했다. 감스트가 대중과 호흡하는 모습을, 그가 B급이 아니고, 그 이상임을.
그래서 앞으로도 이들을 보고 싶다. MBC는 시청률, 화제성 등을 고려할 때, 허일후, 현영민, 박찬우, 감스트를 안 보여줄 명분이 없다. MBC는 앞으로도 있을 축구 대표 팀의 국가대항전에서 이들의 명품 해설과 중계를 자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표팀 경기를 넘어, K-리그 경기와 실업축구, 여자 프로 축구 경기와 고교축구에서 이들이 실력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오직 MBC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조합. 앞으로도 이 중계 다시 또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