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비블리오 배틀 >
1시간 시청했는데, 책 5권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색다른 시도다’라는 신선한 느낌도 받았다.
여기, 2018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돌아올 줄 알고 있었는데,
다시는 볼 수 없는 ‘참신성’이 돋보였던 방송이 있다.
MBC 편성표에서 꼭 다시 보고 싶은 프로그램.
지난 8월 6일 방송된 ‘대한민국 최초 서평 배틀’ 프로그램
MBC < 비블리오 배틀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블리오(Βιβλιο)’는 그리스어로 책을 뜻하는 말이다.
‘비블리오 배틀’은 2007년 일본에서 시작, 현재 세계인이 즐기고 있는 ‘책 소개 게임’을 말한다.
그래서 MBC < 비블리오 배틀 >는 ‘책 배틀’이다.
자신이 직접 책을 읽고, 책 이야기와 느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지식을 쌓는 싸움이다.
당신 곁에는 어떤 책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 것 언제인가요?
MBC < 비블리오 배틀 >은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우리 세태에 질문을 던지며 다가선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 삶의 지혜, 앎 등이 적힌 ‘책’이라는 소통수단을 보지 않는 현실을 꼬집으며,
우리 사회 유명인사 5인이 직접 출연, 자신이 가장 아끼는 책 한 권을 각각 소개한다.
소개만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 책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관통했는지,
인상 깊은 구절은 무엇인지, 지금 이 책이 우리 세태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제한시간 5분 동안 코미디언, 모델, 배우, 영화평론가, 동화작가가 출연해
남들도 꼭 알았으면 하는 책을 소개하며 경쟁한다.
‘책 배틀’이라는 머리가 똑똑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싸움이 그렇게 시작되고,
여기서 이긴 승자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500권의 책을 기부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렇게 책과 책이 부딪힌다.
느낌과 느낌이 맞닿는다.
현장에 있는 방청객과 TV를 보는 시청자는
유명인사 5명의 입을 통해 책과 느낌을 공유한다.
MBC < 비블리오 배틀 >은 5권의 책 이야기,
5가지의 느낌, 다섯 명의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때로는 묵직한 감동을, 때로는 삶의 지혜와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어느새 눈물을 훔친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출연자들은 자신이 읽은 인생 최고의 책을 소개하며,
벅찬 감동과 느낌을 표현한다.
5분밖에 안 되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책 소개와 ‘진심’이 전달됐다.
나이도 다르고, 출신도 같지 않은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느낌은
그렇게 방송시간 56분을 꽉꽉 채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책 내용에 과도하게 집중을 한 탓일까.
굳이 흠을 꼽자면, 딱 한 가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카메라가 한 사람을 지나치게 비춘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자주 등장해 정확히 횟수를 세 봤다.
총 27회.
방송에 자주 등장한 집중을 방해한 주인공은
바로 ‘MBC 신입직원 아나운서’였다.
정규편성이 아닌 파일럿의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방청 의견 확보를 위해 MBC 신입 아나운서를 방청석에 앉힌 걸로 보인다.
하지만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자사 아나운서를 너무 자주 비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을 갖게 한다.
방송 내내 때로는 한 사람을,
때로는 세 사람의 신입아나운서를
그렇게 많이 제시했었어야 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책 소개에 대한 느낌을 묻는 김용만 MC의 질문도
신입 아나운서에게 여러 차례 향했기에,
비록 몇 번 안 되는 질문이었지만,
그 시간을 '방청객 의견을 듣는데 좀 더 할애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옥에 티.
MBC 신입 아나운서의 잦은 노출은
이 프로그램에서 어렵게 찾은 유일한 흠이었다.
정규편성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을 보이는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고,
MBC < 비블리오 배틀 >는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긴 공백기가 있었지만,
이를 무색게 하는 김용만 MC의 자연스러운 진행이 돋보였다.
지금은 배우로 전향해 TV에서 자주 볼 수 없지만,
한 때 대한민국 사람들의 배꼽을 빠지게 했던
코미디언 임하룡 씨의 출연은 정말 반가웠다.
10살이라는 나이에 책을 3권이나 쓴
동화작가 전이수 군의 존재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MBC < 비블리오 배틀 >는
5명의 출연자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자신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었던 ‘성장 이야기(story)’도 보여줬다.
5분이라는 시간제한으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여운으로 남아,
‘저 책을 사서 꼭 봐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다양한 책 소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MBC < 비블리오 배틀 >처럼 효율적으로
책과 느낌을 시청자에게 전달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었다.
학식과 덕망 있는 저명한 학자가 출연,
특정 책을 소개하면서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듯한 모습과 태도는
이 방송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개의 책이 아니라 5개의 책을 이렇게 알기 쉽게
소개해준 방송이 과거에 있었을까.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MBC < 비블리오 배틀 >는 딱 한 번만 방송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파일럿 방송인지, 단발성 기획인지,
돌아오기는 할 것인지, 돌아온다면 정확히 언제 올 것인지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참신한 시도가 돋보였던 프로그램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볼 때,
신선한 시도라는 아이디어 측면에서 볼 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단 한 번의 방송이었지만 MBC < 비블리오 배틀 >는 보여줬다.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인생’ 책을 꼽아
그 이유와 느낌을 대중과 소통하려 했던 기획,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자를 섭외해
다양한 인생 경험을 시청자에 전달하려 했던 의도,
2018년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책의 해’에 해당되는데
이에 부합하는 취지를 전달했다.
그래서 MBC < 비블리오 배틀 >는 ‘나침반’이다.
바쁜 현대 일상 속에서 책을 읽고 싶어도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방송이다.
책이 있어도 읽을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지식과 공감의 길로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돼 줄 프로그램이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다.
'속도'다.
하루빨리 MBC < 비블리오 배틀 >의 정규편성이 필요하다.
다음 ‘책 배틀’을 뭘까.
오늘도 이 방송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