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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Nov 13. 2018

50주년도 기대해

MBC <출발! 비디오 여행> 25주년 행사 방문기

솔직히 매주 챙겨보지는 못하는데, 보지는 않더라도 이 시간대 약속 잡는 걸 꺼리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일요일 12시 10분. 왠지 이 시간에는 이 방송은 꼭 봐줘야 할 것만 같은,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에 보게 만드는 방송이 있다. 동일한 포맷의 타 방송국 프로그램들이 폐지와 시간대 변경을 할 때, 25년간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달려온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출발! 비디오 여행> 25주년 행사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소개한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25주년 행사 초대장. 지난 10월 19일 상암 MBC 1층에서 시청자와 함께 하는 25주년 행사가 있었다(사진: 정현환).


효자

  

지난 10월 19일 저녁 7시. 상암동 MBC에서 <출발! 비디오 여행>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이날 자리에는 MBC 최승호 사장, 이근행 시사교양 본부장, 윤미현 홍보심의국장 등 MBC의 주요 임원들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보통 이런 행사에 처음 잠깐만 자리를 하고 떠나기 마련인데, MBC의 주요 임원들은 시청자 200여 명과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해, MBC의 장수 프로그램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의 25주년을 축하하는 인사말로 최승호 MBC 사장은 “한 프로그램이 25년 동안 올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사랑해줬기 때문이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제 욕심은 앞으로도 <출발! 비디오 여행>가 40년, 50년 계속 가는 것.”이라고 설명, 본인이 PD일 때는 몰랐는데, 경영을 맡게 된 뒤로 수익 측면에서 <출발! 비디오 여행>이 MBC를 대표하는 효자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덧붙여 MBC 최승호 사장은 “자신도 영화인이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많다”라고 남다른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최 사장의 의견에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2002년 5월부터 현재까지 ‘영화 대 영화’라는 코너를 맡고 있는 코미디언 김경식은 “앞으로 제작비와 출연료 올려주시나요?”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최승호 사장은 “얼마 전에 올려 줬잖아요”라고 대답, “오늘 회식비를 크게 내겠다”라고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큰 웃음을 선사했다.


MBC 최승호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은 이날 자리에서 <출발! 비디오 여행>이 MBC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밝혔다(사진: 정현환).

역사와 기록


지난 1993년 10월 29일 <비디오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출발! 비디오 여행’은 1994년 10월 23일부터 지금의 제목으로 변경해 25년간 일요일 낮을 책임지고 있다. 초대 MC였던 홍은철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현재 MBC 대표 아나운서인 서인, 김초롱 씨가 본 프로그램을 이끌 고 있다. 아나운서 외에도 김창완, 이범수, 이선균 등을 비롯해 지금은 ‘깐느 박’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까지 수많은 영화인들이 이 방송을 거쳐 갔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그동안 소개한 영화 편수만 총 11,500여 편이며 출연자는 200여 명, 방송된 코너도 160여 개에 달한다고 이날 행사에서 소개됐다. 그동안의 역사와 기록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 자리엔 본 방송의 대표 목소리 이철용 성우, ‘기막힌 이야기’ 코너를 책임지고 있는 개그맨 김재우가 자리했다. 여기에 본 프로그램의 담당 PD와 그동안 본 프로그램의 맛깔난 자막과 구성을 책임지며, 미모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는 작가도 참여, 시청자들과 같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코미디언 김경식은 ‘영화 대 영화’라는 꼭지로 16년간 시청자와 함께 하고 있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영화 대 영화’라는 코너로 16년간 시청자와 함께 하고 있는 코미디언 김경식은 “요즘 ‘비디오’를 보지 않는 시대에, 비디오가 집에 없고, 이를 대여해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이 많은 세상에, 프로그램 이름 자체가 역사를 증명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방송 3사가 같은 시간에 같은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우리만 25년간 똑같은 시간을 지키고 있다”라고 강조, 이날 자리를 함께 한 200여 명의 시청자에게 남다른 감회를 표했다.


이날 행사는 사전에 MBC <출발! 비디오 여행>에 대한 질문을 시청자로부터 받아,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청자 Q&A 랭킹 3’가 진행됐다. 이 순서는 본 프로그램의 간판 목소리이자 17년째 함께하고 있는 이철용 성우와 같이 했는데, 시청자 3인이 무대 위로 올라와 그동안 이철용 성우가 더빙했던 화면에 직접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입혀보며 함께 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시청자와 이철용 성우가 공유한 시간들은 본 프로그램에서 11년째 활약 중이지만, 아쉽게 이날 개인적인 이유로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한 김구 성우의 빈자리를 채웠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의 대표 목소리 이철용 성우.


포부와 다짐


코미디언 김재우는 자신을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뗐다고 소개하며,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는데 25주년 행사를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다”는 점을 언급,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30주년 행사도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마음을 내비쳤다. “자신이 여기에서 제일 실수도 많고,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관심과 사랑, 응원을 부탁한다”라고 이날 자리를 함께한 시청자에게, 특히 MBC 임원진들에게 감사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MBC 서인 아나운서는 “본인의 정년이 21년 정도 남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45주년이 되는 그날까지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만삭 중인 김초롱 아나운서는 “자신의 자녀가 커서 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다짐을 드러내며, “현재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 전국적으로 방송이 되지 않은데, 전국적으로 방송될 때까지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현재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을 이끌고 있는 서인, 김재우, 김구, 김초롱 씨(시계방향).


장수비결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1년 만에, 아니 훨씬 그 이전에 방송이 없어지는 것이 부지기수인 미디어 환경에, 무려 25년이나 한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이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지금은 아니지만 각 집에 비디오가 한 대 씩 있던 시절, 그래서 비디오 대여점이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새로운 영화와 숨겨진 명작을 다른 누구보다 앞서서 상세히 소개했기 때문이었다. 시청자에게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기획 의도는 현재까지 이어져, 지금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비디오에서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로 미디어 시장 환경이 바뀐 뒤에도 본 방송이 ‘비디오’라는 이름을 앞세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존 방식에, 좀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자세한 해설을 곁들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읽었기에, 여기에 톡톡 튀는 자막과 이철용 성우과 김경식 코미디언의 맛깔난 표현과 개그가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처음부터 기획과 구성이 돋보였다. 간판 꼭지인 영화와 영화를 비교하는 ‘영화 대 영화’라는 코너는 <출발! 비디오 여행> 이후 등장한 SBS <접속! 무비월드>, KBS 2TV <영화가 좋다> 등의 유사한 영화 정보 프로그램이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참신한 시도가 인상적이었던 내용이다. 아류가 아닌 일류. 그래서 이 방송이 지금까지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려 25년을 버텨온 방송에 무슨 조언이 더 필요할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익한 내용을 전달해주길 바라본다. 25년을 넘어 50년을, 아니 그 이상을 시청자와 함께 하기를, 이날 현장에서 보여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잊지 않으며,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주 일요일 시청자들의 오후 12시를 책임져 줬으면 한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의 50주년을 기대해 본다(사진: 배우 한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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