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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Dec 17. 2018

한류문화의 중심 MBC

MBC 용인 대장금 파크 방문기

MBC 드라마를 좋아했다. 특히 사극을 더 사랑했다. 2004년 시청률 57.8%를 기록했던 <대장금>, 2009년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선덕여왕>, 2013년 오로지 ‘문근영’을 좋아해서 그녀를 보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시청했던 <불의 여신 정이>까지. MBC 사극을 보며 그동안 잘 몰랐던 우리의 역사를 배웠고,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얻었었다.


그래서 가봤다. 미치면 미친다고 했던가. 시청자들의 평일 밤 시간을 ‘순삭(순간 삭제)’해버리고, MBC 명품 사극이 만들어졌던 MBC 용인 ‘대장금 파크’를 방문해 봤다. ‘시청자와 함께 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시청자 행사에 참석하게 됐는데, ‘대장금 파크’를 둘러보며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옛 성인들의 격언이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됐다. MBC 드라마 제작진의 땀이 깃들여 있고, 노력이 담겨 있는 ‘대장금 파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가마터


‘여기가 거기네’

 

유정(배우 문근영)이가 문사승(배우 변희봉)과 대화를 나누던 장소에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유정이가 눈물을 훔치고, 온갖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해가던 가마터 앞에서 한동안을 서성거렸다. 극 중 재미와 웃음을 맡았던 심종수(배우 성지루)가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가마터의 모습은 직접 보니, 드라마에서 볼 때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MBC 용인 ‘대장금 파크’의 가마터는 2013년 MBC <불의 여신 정이>의 주된 무대였다.


MBC <불의 여신 정이>는 2013년 7월 1일부터 10월 22일까지 방영한 MBC의 32부작 드라마였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시청자 곁을 찾아왔는데, 최근 사극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으며 여러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서현진이 문근영과 대립각을 세우며,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沙器)장이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담아냈다.


여기에 조선 왕조라는 봉건시대에,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남성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던 여성이 도자기를 빚고 그릇을 만드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변희봉, 성지루라는 두 명품 조연 배우의 연기와 함께, 사극의 단골 소재인 선조와 광해의 갈등도 보여주며, 임진왜란 전후의 시대상을 자세히 보여줬다.


MBC 용인 ‘대장금 파크’는 명품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했던 현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었는데, <불의 여신 정이>라는  드라마가 끝난 지 약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관리 상태는 매우 준수한 편이었다. 조선왕조 선조시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축물은 돌 하나, 나무 하나 흐트러짐 없이 정리정돈이 잘 된 편이었다.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게 정비된 가마터는 관광을 넘어, 앞으로도 다른 촬영을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현장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MBC <불의 여신 정이>의 주된 무대였던 가마터. 방송이 종영된 지 5년이 넘었지만 관리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인정전(仁政殿)


‘아! 김주혁’


무심코 지나칠 뻔했는데, 발걸음을 붙잡고 나주지 않은 곳이 있었다. 지난 2017년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 김주혁 배우의 연기를 펼쳤던 ‘인정전(仁政殿)’이 그러했다. MBC 용인 ‘대장금 파크’는 2012년 고려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한 MBC <무신>의 촬영지였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故 김주혁 배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MBC <무신>에서 故 김주혁 배우는 여기 인정전(仁政殿) 앞에서 배우 정보석과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었다. 故 김주혁은 뿌연 연기가 자욱이 깔리고, 후광이 빛나는 모습으로 등장한 정보석(최우 역)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고려시대 무신정권의 권력 다툼과 권모술수를 연기했다. 그렇게 故 김주혁 배우가 서있던 자리에서 인정전을 올려다봤다. 감회가 새로웠다. 앞으로 그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없기에, 그가 서 있던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MBC  <무신>의 촬영지였던 인정전(仁政殿) . 2012년 故 김주혁 배우는 MBC  <무신>에서 명품 연기를 보여줬다.
MBC 용인 ‘대장금 파크’ 인정전(仁政殿)은 MBC 드라마 <무신>의 배경이자, 현재는 다양한 영화의 촬영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전옥서(典獄署)


좋아했다. MBC 드라마를 보며 이병훈이 감독이 만드는 세계관과 연출을 흠모했다. 배우 전광렬의 연기가 돋보였던 MBC <허준>을 시작으로 <상도>를 거쳐, MBC 최고의 사극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장금>을 연이어 시청했었다. 여기에 이서진, 한지민 주연의 <이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조승우가 출연했던 <마의>, 영화 <고지전>에서 명품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고수가 이병훈 감독과 작품을 함께 한다는 소식에 본방을 사수했던 <옥중화>까지. 이병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거의 빼놓지 않고 매회를 시청했다.


그래서일까. 이병훈 감독이 2016년 MBC에서 만들었던 <옥중화>의 주된 무대인 전옥서(典獄署) 앞에서 다시 발걸음이 멈춰 섰다. 현재의 교도소 격인 조선시대의 감옥을 직접 보며, 웅장한 크기와 규모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2016년도에 <옥중화> 촬영은 끝이 났었지만, 촬영 장소 상태는 앞서 봤던 가마터처럼 관리와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전옥서(典獄署)를 보며, 여기서 진세연, 고수 등의 배우들이 명연기를 했고, 이들을 진두지휘했던 이병훈 감독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2016년 MBC  <옥중화> 속 전옥서(典獄署)의 모습
전옥서(典獄署)는 MBC 드라마 <옥중화>의 주된 촬영 장소로, 웅장한 규모와 크기를 자랑했다.


저잣거리


얼마나 걸었을까. MBC 용인 ‘대장금 파크’를 걷다가 문득 느낌이 들었다. 영화 속 한 장소에 온 거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곧바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찾아봤다. 실제로 그러했다. ‘대장금 파크’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된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최근에 개봉한 조승우 주연의 영화 <명당>의 주된 무대 중에 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사람이 흥(興)하고, 재물을 모으는 곳을 지기(地氣)를 찾기 위해 영화 속 조승우가 거닐었던 곳을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걷고 있었던 것이었다.


MBC 용인 ‘대장금 파크’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된 장소이자 배경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저잣거리 장소는 드라마, 영화를 넘어 MBC 예능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었다. 지금은 종영된 국민 예능 MBC <무한도전> 2008년 1월 19일 편이 그러했다. 이날 방송은 MBC 드람 <이산> 특집이었는데,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드라마 보조 출연자로 변신해, 드라마 촬영을 하며 웃음과 재미를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주막집 보조출연자로 출연해 대사를 주고받았는데, 이날 녹화에서 박명수는 7번에 걸친 NG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박명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원래 하기로 했던 대사와 배역이 교체되는 굴욕을 맛보았지만 최고 시청률 31.8%를 기록하는 재미와 화제성을 기록했다.


2008년 1월 19일 무한도전 <이산 특집>의 한 장면. MBC 용인 ‘대장금 파크’는 드라마, 영화, 예능의 주된 배경이자 촬영 장소로 그동안 시청자와 함께 했다.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 MBC 용인 ‘대장금 파크’를 방문하기 전까지 그동안 MBC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사극과 고전물 촬영이 ‘한국민속촌’에서만 이뤄지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대장금 파크’를 둘러보며, 생각과 달리 수많은 촬영이, 화제성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방송들의 상당수가 ‘대장금 파크’에서 이뤄졌음을 알게 됐다. 


MBC 용인 ‘대장금 파크’는 현재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태국, 대만, 일본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국 배우의 흔적을 좇아온 수많은 사람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모습은 또 다른 의미로 한류(韓流)의 중심에 ‘대장금 파크’가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류 문화의 산실이자, 수많은 MBC 명품 사극의 주된 무대였던 MBC ‘대장금 파크’. 그래서일까 기다려진다. 이곳을 직접 보기 위해,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며,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감격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하루빨리 MBC가 명품 사극을 들고, 시청자들의 안방을 다시 찾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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