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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May 21. 2018

MBC의 선택과 도전,  '감스트' 그는 누구인가?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여성들이 싫어하는 세 가지 이야기다. 세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이지만 축구 중계를 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웃긴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 웃지 못할 이야기 점차 현실이 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도 많은데, 축구 이야기를 무려 한 달간(2018년 6월 14일 ~ 7월 15일) 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있다. 바로, 2018 러시아 축구 월드컵이 그렇다.      


졸전의 졸전을 거듭하며 예선을 간신히 통과해, 본선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상 우위에 있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맞불게 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만 힘든 여정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월드컵을 앞둔 지상파 방송 3사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고 국민들은 오로지 야구에 관심을 쏟을 뿐, 축구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 왔다. 그 사이 사람들의 매체 이용형태는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다. 축구가 아닌 야구로, TV가 아닌 모바일로 사람들을 점점 이동해 갔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바투 다가왔다. 어떻게 TV 앞으로 시청자를 이끌 수 있을까? 지난 5월 10일 2018 월드컵을 앞둔 MBC의 고민을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다.       


“콜럼버스의 마음으로, 낭떠러지 위에선 심정으로”     


MBC 김병철 스포츠 PD는 “FIFA는 축구 생중계에서 방송사들이 함부로 영상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 국가대표팀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 3사의 영상은 같을 수밖에 없어 왔다.”라고 했다. 여기에 이번 월드컵부터 “SBS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었던 박지성 선수를, KBS는 전 국가대표 수비수 이영표 씨를 해설위원으로 모셔왔다” 했다. 두 방송사가 월드컵을 준비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김병철 PD의 목소리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바야흐로 위기의 시절. 김병철 PD는 각오를 다졌다. “신대륙과 발견을 위해 망망대해로 나섰던 콜럼버스의 도전 정신으로, 낭떠러지 위에 서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월드컵에 시청자에게 다가서겠다”라고 했다. 그동안 방송 3사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차별성 없이 내보냈던 관행을 이번 기회에 MBC는 탈피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 첫 선택이자 도전의 시작은 ‘감스트’라고 했다.  


본명 김인직. 아프리카 BJ로 맹활약하고 있는 감스트는 노르웨이의 베컴이라 불리는 모르텐 감스트 페데르센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감스트’ 그는 누구인가?  

    

사실 잘 몰랐다. 아프리카 TV의 인기 축구 BJ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감스트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동안 인터넷 방송에서 독특한 방송을 하며 주목을 끈 사람이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찾아봤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해, 그동안 MBC가 꽁꽁 숨겨왔던 히든카드가 과연 누구인지, 왜 그여만 했는지를 살펴봤다.      


누적 시청자 3억 9천만여 명, 유튜브 평균 구독자수 56만여 명. 감스트가 걸어온 길은 생각보다 더 화려했다. 본명 김인직. 감스트는 그동안 거침없는 입담으로 축구 팬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고 있었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 온 감스트에 시청자는 열광했고, 그 인기를 몰아 현재는 2018 K 리그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기까지 했다.      


여기에 지난 월드컵에서 맹활약했던 안정환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추며, 다가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MBC 홍보대사와 디지털 해설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 분야에 집중하며 오직 한 길만을 걸어온 사람, 오직 축구 하나만을 사랑한 팬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느덧 성장하여 이른바 ‘성. 덕’(성공한 덕후)의 표본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감스트였다.       


피리 부는 사나이 ‘감스트’   

  

단순히 거침없는 입담 때문에? 단지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감스트가 걸어온 길을 천착하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다가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시청률의 위기를 걱정하는 MBC가, 타 방송사의 화려한 해설위원 구성에 표정관리 MBC가 왜 그를 선택했는지 곰곰이 따져 봤다.   

   

결론은 간단했다. 감스트는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 화려한 언변으로, 독특한 인터넷 중계로 알려져 있지만 감스트는 축구 경기장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감스트가 경기장에 나타나면, 10 ~ 20대 아이들이 그를 보고 열광하기 시작했다. 마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처럼 감스트의 뒤를 따라다니기까지 했다. 감스트가 인터넷 방송에서 추는 춤, 이른바 ‘관제탑 댄스’는 다음날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었고, 이 열기는 초등학교를 넘어 잔디 위를 뛰는 축구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로 나타날 정도였다. 그랬다. MBC가 감스트를 선택한 이유는 10 ~ 20대 시청자를 겨냥한 도전인 것이었다.


IT 업계에는 불문율이 있다. 10 ~ 20대 이용자가 매체를 떠나기 시작하면, 그 기업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설이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감스트를 선택한 MBC의 도전은 기대가 된다. 눈높이를 낮춰 시청자에게 다가가려는 MBC의 시도는 KBS, SBS와 전혀 다르기에, 다른 방송국이 하지 않은 것을 하기에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피리 부는 사나이 ‘감스트’를 통해 MBC가 다가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 시청률을 견인하며, 8월에 있을 아시안 게임까지 쭉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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