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전지적 참견 시점 >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연예인과 연예인의 매니저가 방송에 출연, 이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다. 현재 MBC < 라디오스타 >, < 나 혼자 산다 >와 함께 MBC 예능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니 단순한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 아니었다. 한 개인의 일상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기존의 예능을 넘어, 연예인과 매니저가 함께 겪는 일상의 행복을 전달한다. 수직적인 갑·을 관계로만 생각됐던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사실은 끈끈한 신뢰와 믿음을 전제로 한 사이임을 보여주며, 높은 화제성과 함께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여러 가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참고 화면을 잘못 사용해, 제작진이 징계를 받으며, 약 2달여 동안 프로그램이 쉬기도 했다. 사건의 경위와 진상파악을 하고 돌아온 뒤에도 ‘장애인 희화화’ 논란으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높은 인기와 함께 사회적 비판을 함께 받고 있는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을 둘러싼 상황은 의미한다. 지금 우리 예능의 현주소가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동안 예능에서 보여 준 웃음의 의미를 넘어, 또 다른 무엇인가를 대중이 요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모 코미디언의 말은 구시대를 상징하는 말이 돼 버린 지 오래임을 보여주며, 이제 ‘웃음’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함을 말해 준다.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을 통해 현재 시청자가 바라는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능에서 웃음을 전달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보여줬다. 특히, 7월 28일 방송에서 코미디언 박성광 씨의 매니저인 임송 씨가 출연한 분량이 그러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넘어, 다음날 임송 씨에 대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 예능 칸을 차지했다. 그동안 화제가 됐던 이영자 씨의 맛집 투어에 버금가는 관심을 이끌어 냈다.
시청자가 호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미디언 박성광 씨는 연달아 실수하는 매니저 임송 씨를 너그럽게 이해하려고 했다. 뙤약볕 아래서 예상보다 늦게 나오는 매니저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묵묵히 기다려줬다. 다른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사회초년생 시절, 어색하고 서툴렀던 자신들의 모습을 기억해 냈다.
화를 낼 수 도 있는 상황에서 느긋하게 자신의 매니저를 지켜보는 박성광 씨를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잘못에 대한 날 선 비판과 욕지거리 대신, 따듯한 조언과 칭찬의 의미를 떠올렸다.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단순히 웃음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관용(寬容)’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의미만 전달한 게 아니다. 같은 날 방송에 출연한 다른 연예인들은 매니저 임송 씨가 반복된 실수에 굴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에 집중했다. 신현준, 이영자, 전현무 등 우리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반복하며, 잘 해보려고 다시 노력하는 모습에 감정을 이입했다.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매니저 임송 씨는 “인간관계”라고 말하며 울컥거렸다. 서울살이가 녹록지 않은 23살 청년은 고충을 토로하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막지 못하고 터뜨려버렸다. 매니저의 실수를 보며, 방금까지 웃고 떠들던 연예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의 울음에 자신의 눈가를 훔치며 ‘공감(共感)’했다.
관용과 공감. 그렇다.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이 대중의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다.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단순히 웃음만 전달하지 않았다. “울지 마, 잘 하고 있어”라는 출연자들의 격려와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모습은 리얼리티 관찰 예능에서 시청자가 진짜(real)로 보고 싶은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 전지적 참견 시점 >를 통해 시청자들은 적어도 예능에서 만큼은 재촉과 서두름이 만연한 무한경쟁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음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상대방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지적과 비난 대신, 격려와 위로를 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에는 이야기가 있다. 소소한 행복 스토리가 많다. 방송은 평소 밥도 잘 챙겨 먹지 않던 매니저가 이영자 씨를 만나 맛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저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고 즐기는 먹방이 아니라, 핫도그, 볶음밥, 치킨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먹거리를 즐기며, 일상의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음식 탐방기가 있다.
여기에 성장 스토리도 있다. 방송은 보여준다. 운전을 잘 못해 연달아 실수를 하는 박성광 매니저 임송 씨가 운전 실력을 기르기 위해, 업무 후 나머지 수업을 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제시한다. 길도 모르고, 운전도 못하는 매니저로서 큰 결점이 있는 청년이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는 고군분투 성장 스토리가 있다. 미생에서 완생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있다.
그래서 다르다.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제작진이 인위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미션을 부여하며, 이 과정에서 재미를 전달했던 기타 리얼리티 관찰 예능과 차이점이 있다.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갑과 을, 연예인과 매니저라는 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인정하자. 예능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각은 예전과 다르다. 시청자는 단순히 웃음을 전달받는 것을 넘어, 웃음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중시한다. 뚱뚱한 외모를 조롱하는 개그, 장애인과 여성, 성소수자를 희화한 한 웃음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 쉽게 쉽게 통용됐던 것들이 이제는 어렵게 어럽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엄연한 현실이다.
시청률 8.2%(8월 5일 닐슨코리아 기준)는 의미한다. 사회적 논란과 물의를 일으켜 존폐의 기로에 섰던 MBC < 전지적 참견 시점 >이 과거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현재 제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전지적 참견 시점 >은 앞으로 예능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스스로 그 답을 찾은 듯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5분. 벌써부터 다음 방송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