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의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마흔 살이 되어 비소로 알게 된 것들

by 책 커피 그리고 삶

마흔 살을 맞이하며..


내가 스무 살 때, 마흔 살은 나와 상관없는 나이었고 영원히 오지 않을 시간처럼 느껴졌다. 서른 살이 되니, 안개로 뒤덮여 희미하게 보이는 산처럼 아직 저 멀리 있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20대는 시속 20킬로', '30대는 30킬로'로 느껴지는 것처럼, 나이와 시간을 느끼는 속도는 비례한다'라고 했던가? 정말 그랬다. 어느 순간 30대의 마지막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을은 만물이 시들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추운 겨울을 견딘 생물들은 따뜻한 봄날 새로운 생명을 얻고 삶을 시작한다. 나의 39살은 인생의 늦가을이었고, 겨울 이후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마흔 살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었지만, 수명을 80세라고 할 때, 이제 반평생을 살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 40이라는 숫자는 어느 광고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문구와 달리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한 달 동안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았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에 후회는 없니? 남은 인생은 어떤 삶을 살아보고 싶니?'


다행히 그동안 나의 인생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가정을 이루었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이자 나의 분신인 아들과 딸도 얻었다. 또한 내가 원했던 조그마한 꿈도 이루었다.


그러나 목표지향적 삶의 반작용으로 인해 지독한 '외로움과 공허함', 심지어 '우울증'까지 겪었으며, '행복했다'라고 인정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아니, 다시 태어나고 싶어..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싶어..'


나의 내면의 대답이다. 진심으로, 'born again new', 'start all over again'하고 싶었다.(안 되는 영어로 표현해 봤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와이프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다.


그날 이후 와이프에게 빚쟁이마냥 하고 싶은 것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 얼굴에 점 뺄래..", "나 헬스 시작할래..", "나 30년 동안 쓰고 있던 안경 벗고 싶어..", "나 옷 사고 싶어.."


추석 연휴를 이용해 얼굴의 점을 빼고, 헬스를 시작했으며, 그 해 겨울 두려워하던 라섹 수술을 하였다. 주말에는 동대문에 가서 옷을 사가지고 왔다. 다른 삶을 살고 싶었지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만 바꾸려고 집중했다.


외적인 모습은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었으나 아직 두 번째 삶은 그리 만족하지 못했다. 내가 바꾸고 싶었던 것은..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내가 '찾고 싶었던' 것은 본질이었다. 나의 본질(성격, 사상, 가치, 성향 등)을 강제로 바꾸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바꾸려고 하였다. 내가 원하는 두 번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바꾸려 하지 말고 나의 본질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남의 시선'이란 필터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항상 나의 존재 가치를 남을 통해 확인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나의 말과 행동, 가치 판단에 있어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즉, 내 삶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전히 공허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가끔 연애 기간이 짧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연애 기간이 길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상대방에게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다. "나 사랑해?" 연애가 한 창 진행 중이라면, 관심의 표현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동일한 질문으로 인해,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깎는 질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한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어떠한가? 어차피 사랑이란 감정은 호르몬의 작용이고 유효기간이 있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가? 사랑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별 후에 미련이 남으며, 집착으로 나타난다. 집착은 아름다운 이별이 아닌 서로에게 상처만 줄 수밖에 없다.


아들러는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에서 인간관계로 인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문제의 해결점은 본인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이다. 자신의 성향에 대해 인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정하며, 나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아들러가 말한 것처럼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또한 '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세상의 일부분'임을 인정함으로써 나의 위치를 세상의 변두리로 이동시켰다. 그런 후에 난 나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고 그것을 인정하고 난 후 많은 부분들이 편안해졌다.


내가 마흔 살이 돼서 얻은 것은 나의 '본질'이었다.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을 읽으면서..


이 책에 표현된 문장 하나하나에 공감이 된다는 것은 책의 내용을 이해할 만큼 삶의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2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책의 내용을 공감할 수 있었을까? 아마 머릿속에 끊임없는 물음표를 찍으면서, 끊임없이 반론의 증거들을 찾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그렇게 부정적인 것은 아닌 듯하다.


가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금 내가 그 나이라면..'라는 말을 듣는다. 분명, 그들의 삶에서 후회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고 후회가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 자체가 선택과 후회를 통해 끊임없이 완성해 가는 것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완벽함보다는 미완성으로 끝나기 때문일 것이다. 완성된 인생은 더 이상 깨달음이 없기에 슬프다. 20대 시기에 도전과 실패, 30대 시기의 방황과 꿈은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재료들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라는 말처럼 각 연령대별로 치열한 삶의 고민이 있어야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작가가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삶을 통해 알게 되는 것에 대해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처음 시작한 출판사가 실패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삶과 깨달음, 열등감, 걱정, 인간관계 등 위대한 인물의 치열한 삶이나 사상이 아닌 본인이나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다.


물론 모든 가치와 사상은 동면의 양면처럼 서로 모순되는 부분을 가지고 있듯이 작가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우리들의 삶이기에 그동안 내가 읽었던 어떤 인문학 책 보다 울림이 있다.


결국 그저 삶에 대한 주체 여부만 있을 뿐 삶에서 정답은 없다. 서로 모순되지만 각자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다. 어차피 인생은 갈림길이고 이로 인한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다.

인생은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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