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10
얼마전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야 할 기회가 있어 아내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는데, 순간 멈짓했습니다. 아.. 아내의 생일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지요. 왜 최근 자꾸 나에게 짜증을 내는지 의아해 했기에, 그 이유를 알게 된 이상 다가오는 생일날에 맞추어 사고 싶은 것을 사러 주말에 서울에 가자고 했습니다.
일단, 아내는 금목걸이와 명품백을 요구하더군요. '그래.. 같이 살면서 맨날 케익 정도 수준에서 선물을 끝냈으니, 마침 딸램이가 고3졸업도 하고 그동안 고생한거 생각하면 통크게 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씀씀이를 생각하면, '설마.. 저거 못산다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라고 마음속으로 내기를 했지요.
주말이 되기 전, 중고 명품을 판매하는 곳의 위치를 파악하고 종로쪽 귀금속 거리의 시세도 알아보았지요. 마음 한구석에는 저 돈이면, 내가 사고 싶은 MAC노트북과 애플워치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주말이 되었고 종로 쥬얼리샵에 들러 이것저것 살펴보았지만, 역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거나 가격이 만만한 제품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목걸이는 보류하기로 하고 백화점 명품 매장으로 향했지요.
와.. 찍혀 있는 가격대를 보니, 음.. 정말 귀하게 모셔야 할 가방이더군요. 명품 중고 매장을 살펴봐도 사용감에 있는 제품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내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아내의 얼굴 표정을 보며, 구매하지 않은 것에 나름 안심했지요.
깔끔한 매장, 반짝이는 가방들을 보면, 하나쯤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요. 하지만, 아무리 기념일이라도 금액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에는 무리가 되는 가격대를 보면서, 나의 월급을 생각하면 과소비가 분명하지요. 또 한편으로는 돈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위하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명품을 사는 것에 비판을 하지 않지요. 그 사람들은 나보다 능력이 있기에 그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고 혹여나 그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게 되면, 어자피 그 결과는 그 사람의 몫이지요.
아내와 같이 다니며, 본질과 명품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의 현재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목걸이, 명품 등 주변 물건은 나의 본질을 보조하여 나를 나타내는 것일뿐, 보조적인 장식이 중심이 되면 문제가 생기지요. 가끔, 외적인 장식으로 그 속에 담긴 본질을 가리지만, 그것은 순간적일뿐, 지속되지 못하지요. 명품이 자신의 본질을 가리지 않고 보조적 역할에 충실하게 될 때, 비로소 명품으로서 빛나게 되지요. 결국은 그 본질이 명품이어야 명품이 명품이 되지요.
아무리 비싼 명품을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인격과 재력, 삶에 대한 태도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명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오히려 그 반대, 비싸지 않는 물건을 들고 다녀도 빛나는, 경우도 있지요.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면, 명품으로 치장하던, 소위 짝퉁으로 치장하던, 자신을 드러내는데 어떤 것이라도 선택할 수 있으니 가성비 관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요.
그런 점에서 아내에게 명품을 사주지 않는 명분을 하나 만들고 열심히 설명해 봅니다.
P.S.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아무것도 사지 않은 것에 억울하다며, 음력으로 다시 생일을 챙긴다고 합니다. 그때는 적당한 선에서...
https://youtu.be/fEya8UMNZ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