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버림

옛날 사람들은 아플때 어떻게 살았을까?

버림11

by 책 커피 그리고 삶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머리가 욱신욱신하다. 아무래도 어젯밤 갑자기 찾아온 치통 때문인듯하다.'


어제 금요일 아침, 간단한 아침을 먹는데, 어금니쪽에 씹는 느낌이 평소와 달랐다. 뭔가 이물질이 끼어 마치 스폰치를 씹는 느낌이었다.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닿을때마다 약간 시큰한 느낌... 혓바닥으로 살짝 눌러보니 잇몸도 살짝 부어있는 것 같다.


'잇몸이 부었나? 어젯밤에 양치 잘하고 잤는데....'


찝찝한 느낌을 뒤로하고 얼른 출근 준비를 하였다. 오늘 외부 사람들에게 발표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 며칠동안 살짝 긴장한 상태였고 지금은 그 일에 집중해야하기에 어금니의 이물감 따위는 금방 잊었다.


하루를 마치고 간단히 직장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는데, 아침의 이물감을 다시 느껴졌다. 아니, 점점 심해져 씹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내 앞에 소고기가 맛나게 구워졌지만, 시큰한 느낌 때문에 고기 위를 오가는 다른 사람들의 젓가락들에 맞춰, 내 젓가락을 내밀기 부담스러웠다. 이런 '고통스럽지만 맛있는 맛'은 처음이다.


그래도 적당히 먹고 난 후, 집으로 오는데, 점점 심해지고 이물감은 통증으로 바뀌고 있었다. 점점 아파오는 통증에 집에 있는 진통제를 입에 털어넣고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잠들기전, 내일 훌쩍 떠날 여행이 걱정되었고 무작정 떠났다가는 아파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될 것 같아 아침에 치과에 들리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눈을 뜸과 동시에,


’욱신욱신하다. 이빨을 뽑아버리면 좋겠네‘


심장의 맥박처럼 일정한 주기로 리듬을 타고 오는 욱씬한 통증에 그냥 어금니를 미웠고 일단, 대충 차려입고 치과로 향했다.


"오늘은 예약이 꽉차있고 지금은 진료도 밀린 상태라 언제 진료가 가능한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른 날 예약을 잡아드릴까요?"


"제가 집은 여기지만 근무지가 다른 지역이라 평일에 오기 어렵습니다. 일단, 다음주 금요일 저녁에 예약을 잡고 지금은 기다리다가 진료를 못받아도 되니, 혹시나 기다리다가 기회가 되면 처방전이라도 받았으면 합니다.

아파서...."


울먹이는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니,


"그럼 일단 기다리시겠어요? 확정은 못하지만 기회가 되면, 이름 불러드릴께요."


친절한 간호사의 말에 잠시 안심하고 기다리는데, 다행인지 아니면 어금니 신경이 나에게 주는 자극을 포기했는지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 조상님들은 질병에 참 고통스러운 삶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술의 발달로 다양한 치료제와 진통제가 등장하였고 그 당시 치명적인 질병은 지금은 더이상 큰 질병이 아니게 되었으며, 각종 전염병과 사고로 신생아의 50% 이상이 생존하지 못했던 시절이니, 그야말로 성인까지 생존한 사람들은 현대인에 비해 거의 슈퍼맨급 면역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평생동안 1~2가지 만성질환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가 세계 곳곳에서 기아와 전쟁 등으로 고통을 받더라도 인류 전체로 보았을 때, 중세시대의 삶보다 낳다라는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어금니 발치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러면 지금 나이에 멀쩡한 치아가 남아 있었을라나?


지금까지 치명적 질병없이 건강히 잘 살아왔기에 오랜만에 찾아온 치통에 상당히 당황하였다. 망친 여행에 대한 아쉬움, 치통과 두통, 피곤함과 짜증.. 많은 감정들이 섞여져 결국 감정의 스위치를 내렸다. 그동안 언제든지 내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고 건강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병원에 가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사회 시스템에 익숙해져, 생활에 익숙해져, 그냥 그렇게 착각할 뿐....


내 머리속에서 ‘당연’함을 지워본다.


P.S. 내가 21세기에 살아가는 것이 참 다행이다.

P.S. 약도 안먹었는데, 저녁 즈음 더이상 아프지 않습니다. 어금니 신경이 끝내 죽었나? 음... 음... 다시 바람쐬러 훌쩍 떠날까?


https://youtu.be/7cxAF70_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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