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케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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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리를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꿀잠이다. 3일전 쿠알라에 도착했을 때, 그랩 기사와 간단히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바투 동굴를 방문해 보라는 것이었다. 어자피 오늘 특별한 일정이 없었기에 바투 동굴에 방문하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사용한 경비를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지출이 많았다. 오늘부터 교통비라도 줄여보기 위해 그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구글을 검색해보니, 바투 동굴까지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정보가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대중교통 정보도 활용할 수 있어서 구글맵을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경험상 교통정보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번에도 바투동굴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한 20분 정도 기다리다 보니,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고 그냥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서 또다시 그랩을 타기로 하였다.
그랩을 타고 예상보다 긴 시간을 이동하는 것을 보니, 바투케이브는 그냥 그랩을 타는 것 정답인 듯하다. 사실 전날밤 바투케이브 투어가 있어서 예약하려고 하였지만 늦은 시간이 예약이 되지 않았다. 투어 가격도 그랩비를 생각하면 직접 방문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에 여행사가 훨씬 가성비가 좋은 듯하다.
▣ 바투케이브
바투 동굴 입구에는 정말 많은 차량이 있어 심한 정체가 있었다. 겨우 200m 이동하는데 10분 이상 걸린 듯하다. 어찌 되었든 동굴 입구에 도착하니, 산 중간에 보이는 힌두 사원 입구와 입구 앞에 거대한 힌두신 동상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힌두교 성지이다 보니, 많은 인도인들이 방문하고 있었고 순례자와 사진찍는 수많은 인파들, 그리고 더운 날씨에 숨이 턱턱 막혔다.
동굴로 향하는 산밑 입구에서 산 중간의 동굴 입구까지 올려다 보니, 비교적 높은 각도의 경사와 수많은 계단이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음.. 나이들어 무릎이 아프면 여기 오기 힘들겠다'
어느덧 입구에 다다랐다. 30계단 정도 올라가고 잠깐 쉬고를 반복하면서 입구까지 도착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문득 산 중턱에 사원을 만들고 높은 경사로 계단을 만든 이유가 쉽게 신에게 다다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신을 찾을만한 간절한 이유가 있는 자만이 여기로 오라...랄까..? 계단을 오르는 것은 우리의 시선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며, 신을 경배하고 힘든 계단을 오르면서 신을 영접할 수 있는 대가를 치르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동굴안은 넓은 광장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에서 동굴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라올 때의 더운 기운을 씻어내듯 잠시 쉬면서 심호흡을 하였다. 석회암 동굴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느낌을 가진 벽에 손을 대어본다.
동굴의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또 다른 계단이 나온다. 계단 위에 하늘이 뚫린 또 다른 광장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많은 원숭이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은 사원보다 원숭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진다. 원숭이들도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이나 음식물들을 빼앗아 가려고 노리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원숭이에게 간식을 주는 모습도 보았는데, 원숭이는 고마운 내색 없이 얼른 손으로 채간다.
▣ 다양한 삶의 모습
한참을 둘러보고 올라왔던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는데, 머리에 생수 박스를 이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작은 체구에 어떻게 저것을 들고 가는지.. 참 대단하다. 아까 내가 끙끙대며 계단을 올라오면서 힘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엄살처럼 느껴졌다.
저렇게 생수박스를 한번 올리는데, 일당이 얼마일지... 과연 나라면 저 일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면서 매번 느끼지만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방식과 모습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살아가면서 저 사람들의 하루는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지 궁금하였다. 일할 것이 있어서 행복할 수도, 아니면 너무 힘든 일을 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행복이면 좋겠다.
▣ E심의 배신
바투 동굴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그랩을 켰다. 아까부터 인터넷이 불안불안 하다 싶었는데, 그랩에 접속이 되지 않았다. E심이 한국에서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서 인증이 필요한 앱을 사용하여도 별도의 인증이 없이 사용하기 좋았는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불편하였다.
이런 불안감이 결국 현실이 되어 아에 인터넷 자체가 되지 않았다. 참 난감하였다. 어제 밤에 투어를 미리 신청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여기는.. 버스나 그랩이 아니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일단 입구에서 나와 도로변으로 이동하여 다시 그랩을 켰다. 몇 번 시도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시 접속이 되어 얼른 그랩을 불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랩 기사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일 이동할 말라카에 숙소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껏 여행하면서 전날에 예약을 하여도 한번도 호텔을 잡지 못했던 적이 없다고 괜찮다고 하니, 말라카는 예외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아직 내일 숙소를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라 일단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호텔로 돌아와 말라카 숙소를 예약하고 혹시나 몰라 시외버스도 함께 예약했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말라카에 도착해서 보니, 그리 급하게 예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마 그랩 기사가 말한 내용은 깨끗하고 좋은 숙소를 의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저녁 즈음이 되자 지하철로 부킷빈땅의 파빌리온 쇼핑 센터로 향했다. 번화가여서 그런지 다양한 음식들이 많아 한끼 해결하고 차 한잔 마시기 참 좋은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혼자 여행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멘탈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외로움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심심하고 외롭지 않냐고 자주 물어본다. 여행을 시작한 초기에는 정말 심심하고 외로움을 외면하는 것이 중요한 멘탈관리였지만 이제는 외로움보다는 편안함을 느낀다.(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생각과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가끔 소소하게 인연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작은 것에 큰 의미를 담게 된다. 평소에 보지 않았던 꽃 한송이가 예뻐 보이고 고양이의 그르릉 소리가 친근하게 들린다. 반쯤 눈이 감긴 길거리에 개들도 재미를 느끼게 된다.
아마 그동안 여행에서 배운 가장 큰 선물은 아마 외로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편안함을 느끼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