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는 배려이다

내 차가 소중한 만큼 나의 차도 소중하다.

by 책 커피 그리고 삶

볼살이 아리는 칼바람을 맞으며, 헬스클럽으로 가기 위해 벌써 30분 동안 걷고 있다. 얼굴에 감각이 없어진지 오래다. 이런 추위에도 불구하고 왁스로 매만진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모자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머리가 시리다 못해 아프다. 얼마나 추운지 내 폰의 전원도 자꾸 꺼진다.


'더럽게 춥네'


요 며칠 동안, 난 두 다리로 걸어서 헬스클럽에 다닌다.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내 차를 이용하지 못한다. 겨울철에는 많은 차량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몰리고 특히 요즘같이 추운 날들이 지속되면, 주차난은 더 심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내 차를 끌고 운동을 다녀오면, 지하주차장에 주차할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


굳이 내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아침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가운 시트에 앉기 싫어서가 아니라 디젤 차량이라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 후 주차 자리가 있으면, 얼른 주차하고 잘 운행하지 않는다.(얼마 전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결국 긴급출동을 불렀다.)


냉장고가 더 따뜻한 어제도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일찍부터 많은 차들이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다행히 자리가 남아 있어 복권에 당첨된 기분으로 주차를 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라 요즘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주차선이 좁고 입주자의 차량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중 주차를 많이 한다.


이중 주차를 하게 되면, 내 앞에 가로막혀 있는 차를 이리 밀고 저리 밀고 하고 난 후, 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 주차를 싫어한다. 내 차를 누군가가 이리저리 힘주어 밀어내는 것도 싫을뿐더러 왠지 제대로 주차된 차량 앞을 내 차가 가로막아 피해를 주는 느낌이다. 이중 주차로 인한 고통을 잘 알기에 웬만하면, 내 차로 누구가의 차를 가로막는 형태의 이중 주차를 하려 하지 않고 그냥 밖에 주차한다. 다음날 시동 문제를 걱정하면서..


오늘 아침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정기 검진을 가야 하는 날이다. 진료 시간이 조금 늦어, 서둘러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역시나 내 앞에 고급 외제차가 주차되어 있다. 위치가 애매하여, 그 차를 이동시켜야만 내 차를 빼낼 수 있다. 위치를 확인하고 힘을 주어 밀어 본다.


'어? 밀리지 않는다.'


아이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상태이다. 연세가 많으신 아버지는 내 차를 기다리느라 추운 아침의 칼바람을 그대로 맞고 계셨다. 짜증이 확 밀려온다. 누구는 이중 주차의 피해 주기 싫어서 이 추운 날 30분 거리를 걸어서 헬스클럽에 다니는데, 이 사람은 사이드 브레이크도 풀지 않아 나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니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앞 유리에 부착된 전화번호로 연락했다. 잠에서 깨지 않은 목소리에 신경이 거슬린다. 추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 생각에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다짜고짜 차를 빼 달라고 했다.


가끔 이중 주차뿐만 아니라 주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다른 차들이 주차를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비싼 외제차인 경우, 고급 승용차를 타는 만큼 그만큼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도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로 올라오는데, 아파트 관리실에서 붙인 이중 주차 안내문에 사이드 브레이크 포함 몇 가지 주의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안내문 속의 주의사항은 서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오늘 아침 일을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차량과 관련하여 알게 모르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한 나를 후회하면서도 사람들이 내 차가 소중한 만큼 남의 차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작은 배려심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포함해서..


P.S. 날씨를 보니, 오늘까지만 걸어 다니면 될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머리 스타일이고 뭐고 모자를 써야겠다. 일단 살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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