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버킷리스트

쪽팔림 극복하기

by 책 커피 그리고 삶

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말한다.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발로 딛고 있는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동(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유래가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성해볼 가치가 있다.


매년 1월 초가 되면, 한 해 동안 하고 싶은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올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가 보니,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한 내용이라기보다 너무 현실적인 내용이어서 싱거운 맛이 들었다. 아무래도 버킷리스트의 의미와 작성법을 모르는 듯하여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더니, 양식부터 작성법까지 다양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하고 싶은 일',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 등 그냥 떠오르는 대로 작성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허무맹랑한 것을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노력을 통해 실현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작성하라고 한다. 그러나 공통점은 도전적이고 구체적이며, 기간을 정하라는 것이다.


매년 5~6가지 정도였던 내용을 인터넷의 조언대로 최대한 많이.. 두 배로 늘려 적어 보았다.

· 올해 책 20권 이상 읽기(한 달에 최소 2권 이상)
· 여름에 7일간 자유 해외여행(라오스? 미얀마?)-최저가이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한 여행
· 헬스 열심히 하고 몸 프로필 사진 촬영하기(6-8월)
· 로또 당첨되어 부자 되기
· 한글 자막 안 보고 할리우드 영화 보기
· 금연하기(20년째 실패 중..ㅠㅠ)
· 한 달에 4편 이상 브런치에 글쓰기 하고 연말에 작가 프로젝트 도전하기
·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고아원 등에 방문하여 컴퓨터 고쳐주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등)하기
· 5월 가족들과 캠핑 가기
· 4월 클라이밍 도전하기
· 오카리나 배우기
· 클럽 가보기
· 여름 기간 동안에 목걸이, 귀걸이 해 보기

※ '로또 당첨되어 부자 되기'는 내가 써 놓고 웃음이 나온다. 이건 내 의지와 상관없는 운이지 않는가?

※ '클럽 가보기'는 내 인생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무척이나 궁금하다.


버킷리스트 작성은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한편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리스트를 많이 적지 못하는 점에서 아직 내가 무엇을 하지 못했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생의 방향을 설정했으나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목표가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버킷리스트를 통해 막연하게나마 단기간, 일 년이라도 구체화하는 것이다. 구체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삶과 맞던 맞지 않던 목표한 바를 실현한다면,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라도 만들 수 있으니 스스로 위안을 삼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문득 버킷리스트를 너무 목표 지향적으로 바라본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가볍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을 실천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행복과 더 멀어진다. 솔직히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주민 노래자랑' 같은 행사에서 노래 부르기 같은 것들을 적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못한 것은 실천하기에 아직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쪽팔림의 두려움 때문이다. 그것이 내 발목을 잡고 진심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한 가지를 추가하였다.


'쪽팔림의 두려움 극복하기'


극복할 수만 있다면, 내년에는 지금의 몇 배의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을 듯하다.


P.S. 올해는 이 중에 몇 가지를 실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매번 도전하려는 마음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역시 현실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면, 잊게 되어 소홀히 하는 것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