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억의 조각으로 떠돌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로 인해 얼굴을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처럼 아버지와 공던지기를 한다거나 운동경기를 함께 관람하는 등 부모님과의 추억이 별로 없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기 전까지 산과 개울물을 쏘다니면서 대부분 동네 친구, 형, 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느날 두발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그러나 자전거도 없었고 타는 방법도 몰랐다. 학교 운동장에서 멍하니 잘 모르는 형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다가와 자전거를 타고 싶냐고 물었다.
"응.. 타고 싶어."
나의 한 마디에 그 형은 자신의 자전거를 내어주며, 자신은 뒤에서 잡아 줄테니 한 번 타보라고 하였다. 넘어지기를 몇 번.. 그래도 신이 나서 까진 무릎에 상처가 아프지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많은 부모가, 형제가 그러하듯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잡던 자전거를 놓아 아이 혼자 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 형도 같은 방법으로 나에게 가르쳐 주었고 10미터 정도를 혼자 폐달질을 하며 끌고 갔다.
그때의 쾌감과 행복감은 오랫동안 나의 추억속에서 살아있었다.
몇 십년이 지난 지금, 문득 방치된 자전거를 보고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얼굴도 이름도 기억에 남아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 아주 작은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있던 사람이 떠올랐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삶도 좋지만 사람들의 작은 기억의 조각으로 떠도는 것도 의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